ADVERTISEMENT

1800억 횡령범 잡힌뒤 엘베에 뜬 '만원' 표시…금괴 쏟아졌다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0시 18분 경기도 파주시의 한 4층짜리 건물에서 털모자가 달린 파란 패딩을 입은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내려왔다. 그를 향해 ‘왜 돈을 빼돌렸나’ ‘공범이 있나’ ‘어디에 숨어있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이모(45)씨의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된 순간이다.

'회삿돈 1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오스템 직원 이모씨(45)를 발견해 이날 오후 9시10분쯤 체포했다. 뉴스1

'회삿돈 1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오스템 직원 이모씨(45)를 발견해 이날 오후 9시10분쯤 체포했다. 뉴스1

이씨가 체포된 건물은 그가 잠적하기 전인 지난달 9일 아내에게 증여한 건물이었다. 경찰은 “5일 오후 8시쯤부터 이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던 중 이씨가 살던 4층이 아닌 다른 층에 숨어있는 이씨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세입자가 살다가 나간 빈집에서 이씨가 은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숨어 있던 집에서 나온 박스 22개 

이날 이씨와 함께 다른 압수품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금괴 800kg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680억 원대로 알려진 금괴의 실체도 그의 체포와 함께 확인됐다. 이날 이씨가 압송된 이후 인적이 끊긴 이 건물에선 0시 40분부터 검은색 스타렉스 등 승합차 3대가 차례로 도착했다. 건물에 바짝 붙은 차량에선 경찰 10여 명이 나와 건물 출입구를 지켰다. 여러 명의 경찰관이 “다 같이 가지러 가자”라는 말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대상물을 옮기고 있다. 파주=석경민 기자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대상물을 옮기고 있다. 파주=석경민 기자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대상물을 옮기고 있다. 파주=석경민 기자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대상물을 옮기고 있다. 파주=석경민 기자

0시 50분 경찰이 내린 3층에서 엘리베이터 ‘만원’ 표시가 켜졌다. 1층에서 기다리던 취재진들은 “만원 표시 떴다. 만원”이라며 술렁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경찰관 4명이 양팔 위에 가로세로 50cm 이상 크기의 제법 무거워 보이는 파란색 박스를 하나씩 들고 내렸다. 경찰관들은 5차례에 걸쳐 파란색 박스 10개와 벽돌 두 개를 합친 크기의 검은색 박스 12개 등 22개의 박스를 약 10분에 걸쳐 차에 실은 뒤 현장을 떠났다.

‘박스 안에 든 게 금괴가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관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금괴를 다 가져온 것이냐’는 질문에 일부 경찰관들이 엉겁결에 “그렇다”고 답했다. 압수된 금괴가 이씨가 산 구입한 금괴 전량인지에 대해 경찰 측은 “그건 알 수 없다”고 했다.

6일 만에 검거…횡령금 얼마나 찾을까

경찰은 이씨가 검거되기까지 6일간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씨는 회사에 결근했고, 오스템 임플란트는 이튿날 이씨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1일 이씨를 출국 금지했고 4일에는 이씨가 숨어있던 건물에서 이씨의 아내를 만나기도 했다. 이씨가 30일 이후 체포된 곳에 숨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가 약 680억원의 금괴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1일 사들인 동진쎄미캠의 주식 중 일부인 55만주(약 238억 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월 초 경기도 파주시의 건물은 아내와 여동생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적하기 직전엔 건물에 대한 대출을 상환했고 근저당권이 말소됐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횡령액 중 900억원 이상은 회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횡령 혐의를 받는 이씨가 횡령금을 여러 계좌로 분산 송금한 경위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돈이 복수의 계좌로 흘러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