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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서 “종전선언 반대”…"하원 평화법안도 ‘文 종전선언’ 지지 아냐"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미 의회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미 의회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상원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한 반대 의견이 표출됐다. 정부는 미 의회 내에 지지도 있다며 하원에서 발의된 ‘한반도 평화 법안’을 근거로 들지만, 이는 공식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것이지 ‘문재인식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교위 野 간사 “종전선언, 北에 선물”

4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은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고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선물”이라고 우려했다.

VOA는 “미 상원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위원회의 공화당 대표를 통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하원에서도 영 김 의원 등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30여명이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 AFP=연합뉴스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 AFP=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는 당시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청해 “미 의회 내에서는 종전선언 취지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등 다양한 의견 개진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브래드 셔먼 미 민주당 하원의원이 대표발의한 한반도 평화 법안을 예로 들었다.

평화법안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 촉구

하지만 실제 법안 내용을 보면 이는 명확히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로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상징적 선언에 불과한데, 해당 법안에서는 평화협정을 통한 전쟁의 공식적 종결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국무장관은 남․북․미 간 전쟁 상태의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종료(formal and final end)를 구성하는,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binding peace agreement)을 추구하기 위해 남북과의 외교적 관여를 추구해야 한다”고 돼 있다. 곳곳에 “한국 전쟁의 공식 종결”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이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종전선언’이라는 명시적 단어는 법안에 등장하지 않는다. “의회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기로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만 인용됐다.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 중 일부.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 중 일부.

이와 관련,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결국 해당 법안에서 규정하는 ‘종전’은 평화협정을 통해 지향하는 목표, 혹은 평화협정의 결과로써 달성할 수 있는 상태로 봐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평화협정에서 이것만 따로 떼어내 여차하면 취소할 수 있는 상징적 선언으로 해버리자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쟁의 ‘최종적 종결’이나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이란 표현 자체가 불가역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정부 “정전협정 영향없어” 주장과 배치

법안에서 전쟁의 ‘공식적 종결’을 수차례 언급한 것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정전협정 체제의 종료로 볼 소지가 크다.

법안에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과의 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에 비추어…”라고도 돼 있다.

이는 한반도 정전 체제의 법적 전환을 의미한다.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지금의 정전협정 체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과는 본질 규정이 다르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 뉴스1

법안을 발의한 셔먼 의원 등 의원 23명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관련 서한도 보냈는데, 역시 같은 취지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종전선언을 다시 촉구했다”며 “남․북․미 간의 전쟁 상태를 공식적으로 종결(official end)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 상태의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종료를 구성하는,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남북과의 외교적 관여 활성화를 최우선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언급하면서도, 이들이 촉구하는 종전의 형식이나 성격은 ‘문재인식 종전선언’과는 달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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