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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두달 앞 ‘윤석열 리셋’…”무운 빈다“ 당대표도 뒷짐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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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 할 수 없어요.”

5일 오전 사퇴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내가 무슨 목적을 위해서 쿠데타를 하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김 위원장은 윤 후보와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해체”를 주장했는데, 이를 두고 선대위 안팎에선 “김 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의 윤 후보에 대한 쿠데타”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후보가 자기 명예에 상당히 상처를 당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그런 것을 보고 더는 내가 이 사람하고는 뜻이 맞지 않으니까 같이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그 정도 판단 능력이면 같이 못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선을 63일 앞둔 5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홀로서기'로 선대위 난맥상을 정면 돌파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 사진)와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시청한 후 외부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선을 63일 앞둔 5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홀로서기'로 선대위 난맥상을 정면 돌파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 사진)와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시청한 후 외부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발언엔 날이 서 있었다. 원래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윤 후보의 검찰총장직 사퇴를 전후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며 그가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총괄선대위원장을 사퇴하며 윤 후보와 갈라선 그는 오전 자신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별의 순간이 왔으면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별의 순간을 제대로 잡는 과정에서 지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선대위 재합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이 계속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의 국민의힘 조기 입당을 반대했지만, 당내 인사들의 조력을 받은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30일 전격 입당을 선택했다. 김 위원장 측 인사는 “김 위원장의 주장대로 입당을 늦췄으면 야권 후보가 되는데 좀 더 치열한 경쟁을 했을 순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본선 경쟁은 쉬웠을 것”이라며 “윤 후보의 조기 입당 선택을 김 위원장이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확정 이후 선대위 구성 문제를 두고서도 두 사람은 지난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를 두고 이날 김 위원장은 “경선과정부터 윤 후보가 나를 종종 찾아오면 한 이야기가 있다. (윤 후보는) 그것도 지키지 않은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선대위를 단출하게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열흘 뒤 찾아온 윤 후보의 구성안은 요란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무슨 놈의 선대위가 이렇게 복잡하냐”며 “그래서 내가 처음에 선대위에 안 가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해산' 방침을 세우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빨간색 목도리를 매준 뒤 포옹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해산' 방침을 세우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빨간색 목도리를 매준 뒤 포옹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 후보가 공을 들인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영입에도 김 위원장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단출한 선대위’에 반한다는 취지다.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선대위 출범 전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졌다.

지난달 2일 윤 후보는 경선 경쟁 상대이자 김 위원장과 불편한 사이인 홍준표 의원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두 사람의 회동은 김 위원장의 과거 뇌물사건 주임 검사였던 함승희 전 의원이 주선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윤 후보 측의 당시 기류를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장면이다.

윤 후보와 홍 의원의 회동 다음 날인 지난달 3일, 김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최종 수락했다. 윤 후보가 ‘당 대표 패싱’을 이유로 지방을 떠돌던 이준석 대표를 울산에서 만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던 그때였다. 당시 김 위원장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권성동 의원, 김재원 최고위원 등이 김 위원장과 윤 후보를 잇달아 설득해 만들어 낸 결실이었지만, 이는 결국 절반의 봉합이었다. 이로부터 33일 뒤 선대위 개편 문제를 두고 결국 곪고 곪은 상처가 터졌다.

김종인 결별, 尹의 득실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전면 개편으로 인한 해촉 수순에 대해 "뜻이 안 맞으면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라며 자진사퇴 뜻을 밝혔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전면 개편으로 인한 해촉 수순에 대해 "뜻이 안 맞으면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라며 자진사퇴 뜻을 밝혔다. 뉴스1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과의 결별이 윤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중도 상징성이 큰 김 위원장의 이탈이 윤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이 더 작아지며, 이 대표 지지층인 20ㆍ30세대의 표심 하락도 윤 후보 측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종인과 이준석 두 사람이 내부 비판 발언을 이어갈 경우, 윤 후보의 캠페인이 모두 묻힐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한 번은 건너야 할 강이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윤 후보 측 인사는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 시절,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시절 내부 인사들과 갈등하며 종종 직을 던졌던 것을 거론하며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싸우며 강한 리더십을 보였던 ‘윤석열다움’의 회복 계기가 될 것”(선대위 관계자)이란 반응도 나왔다.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윤 후보가 경선 경쟁 상대였던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의원은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청년층에서 비교적 인기가 높다. 경제 전문가인 유 전 의원은 중도 확장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모든 분의 힘을 합쳐서 우리가 같은 생각으로, 단일대오로 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필요한 모든 일은 제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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