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포와 섞어쏘면 요격 힘들다 "北전술핵은 한국 선제공격용"

중앙일보

입력 2022.01.06 05:00

업데이트 2022.01.20 13:44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인기 소설이자 미국 드라마인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나오는 문구다. 드라마 속 스타크 가문의 가언이다. 드라마 속 ‘겨울’은 계절이면서, 겨울과 함께 닥치는 혹독한 현실을 상징한다. 스타크 가문은 ‘겨울이 오고 있다’고 되뇌면서, 늘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겨울은 ‘왕자의 게임’ 세계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안보 상황에서도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반도 안팎에서 삭풍이 불기 시작했다. 해외 분쟁의 파장은 한반도에도 미칠 수 있고, 멀게만 느껴지던 핵위협은 문턱에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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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그해 6차 핵실험과 잇따른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끝낸 뒤 자신감을 과시했다.

[안보의 겨울이 다가온다] ②북한 전술핵 #2022년 한반도 양대 안보 ·변수 분석

1953년 미국 육군의 '핵대포' M65 사격 장면. 히로시마 원폭 수준인 15㏏의 핵포탄을 32㎞까지 쏠 수 있다. 한국에도 배치된 적 있다. M65는 냉전 시대 대표적 전술핵 중 하나로 꼽힌다.

1953년 미국 육군의 '핵대포' M65 사격 장면. 히로시마 원폭 수준인 15㏏의 핵포탄을 32㎞까지 쏠 수 있다. 한국에도 배치된 적 있다. M65는 냉전 시대 대표적 전술핵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국 국민은 이 같은 상황을 큰 위협으로 느끼지 않고 있는 듯하다. 통일연구원의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북핵을 걱정하는 사람의 비율이 2020년 절반을 밑도는 42.0%였다. 2018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나아진 영향이라고 통일연구원은 분석했다. 북한의 잦은 위협이나 도발 때문에 무뎌진 탓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한국에 쓰지 않을 것이라 믿는 인식이 많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술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과 러시아의 전술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은 미국 본토 핵 타격 능력을 미국으로부터 북한을 지키는 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사시 한ㆍ미동맹을 갈라놓고, 미국의 군사개입을 차단하려는 전략 무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1월 9일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발표했던 사업총화 보고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소형ㆍ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발전시킨다”며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대형 방사포, 신형 전술로켓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연이어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군의 B61 전술핵 중력폭탄. 전투기에서 투하할 수 있다. 미국은 미 본토뿐만 아니라 독일ㆍ네덜란드ㆍ벨기에ㆍ루마니아 등 유럽에도 이 폭탄을 배치하고 있다. 미 공군

미국 공군의 B61 전술핵 중력폭탄. 전투기에서 투하할 수 있다. 미국은 미 본토뿐만 아니라 독일ㆍ네덜란드ㆍ벨기에ㆍ루마니아 등 유럽에도 이 폭탄을 배치하고 있다. 미 공군

전문가들은 ‘전술핵’과 ‘선제타격’에 주목하고 있다.

①“북한 전술핵은 게임체인저”

그동안 북한이 핵 선제타격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핵 강대국인 미국에게 핵전쟁을 먼저 건다면 곧 북한 정권의 패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북한,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전술핵은 셈법이 전혀 다르다. 북한은 핵이 없는 한국, 더 나아가 일본을 전술핵을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핵공학 박사이자 현역 육군 대령인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은 ‘북한의 핵전략 변화 고찰: 전술핵 개발의 전략적 함의’에서 “북한이 실전에서의 사용 가능성이 높은 전술핵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는 한반도 안보지형에 대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술핵은 전쟁터에서 적의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핵무기다.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륙을 뛰어넘어 상대 국가 내부의 핵심 시설을 공격하는 전략핵보다 사거리가 짧고 위력이 약한 핵무기로 본다. 전략핵의 투발 수단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장거리 전략폭격기라면, 전술핵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크루즈미사일은 물론 곡사포로도 쏠 수 있다. 핵 탑재 어뢰·지뢰도 있다.

현재 미국은 230발, 러시아는 1910발 남짓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한ㆍ미의 재래식 군사력을 두려워한다. 재래식 전력에선 북한군이 아주 뒤처지기 때문에 전술핵으로 열세를 만회하려고 한다.

또, 미국을 상대하는 전략핵과 한국을 노리는 전술핵을 모두 갖추면 전략적 우위에 서게 되고, 북한이 자기 뜻대로 한반도의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믿는다.

②북한의 전술핵 능력은

미국의 안보 전문가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앤킷 팬더 선임연구원은 ‘무장결정: 김정은과 전술핵’에서 “전술핵은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업적 부분에서 언급한 맥락을 보면 미래의 계획이 아닌 이미 이룬 성과”라고 분석했다.

2016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를 살펴보고 있다. 이 물체는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2016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를 살펴보고 있다. 이 물체는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김 위원장은 2016년 5월 핵무기병기화 사업 지도에서 “정밀ㆍ소형화된 핵무기들과 그 운반수단의 개발”을 지시했다. 여기서 공개된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에 대해 함형필 국방협력관은 “표준 핵탄두를 투발수단에 탑재하는 데 어떠한 기술ㆍ물리적 제한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에서 핵탄두의 소형ㆍ경량화를, 2016년 9월 9일 제5차 핵실험에선 표준ㆍ규격화를 각각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3, 5차 핵실험에서 북한은 전술핵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핵탄두를 야포탄에 실을 정도로 작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전술핵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도 2017년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다양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의 소형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③북한의 전술핵무기는

팬더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언급한 ‘첨단핵전술(전술핵) 무기’ 가운데 초대형 방사포는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ㆍ미국의 육군 전술미사일시스템)라 불리는 KN-24, 신형 전술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의 9K720)라 불리는 KN-23 SRBM으로 각각 지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밝힌 첨단핵전술 무기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밝힌 첨단핵전술 무기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북한 매체가 지난해 9월 11일과 12일 사거리 1500㎞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보인다. 여기에 최소 400발 이상 실전배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커드 계열의 미사일도 전술핵 발사수단으로 집계된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과 지난해 1월 14일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이들 전술핵무기를 화성 계열의 ICBM, 장거리 미사일, 북극성 계열의 SLBM과 함께 선보였다. 그런데, 전술핵과 전략핵은 모두 전략군 제대에서 행진했다,

전략군은 2012년 ‘전략로케트군’으로 처음 외부에 존재가 알려졌고, 201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미사일과 핵탄두를 다루는 별도의 군종(軍種)이다. 군 당국은 전략군이 전술핵과 전략핵을 모두 운영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④북한의 전술핵 카드

북한은 2019년 5월 4일 강원도 원산 인근의 호도반도에서 KN-23과 240ㆍ300㎜ 방사포(다연장로켓)를 동원해 발사 훈련을 벌였다. KN-23은 다른 탄도미사일보다 정점 고도가 낮은 편(50㎞ 정도)이다. 또 방사포와 비행궤적이 비슷하다.

해병대원이 연평도 해안에서 경계 작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서해 5도 가운데 한 곳을 점령한 뒤 전술핵으로 한국을 위협해 포기하는 방법으로 핵카드를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

해병대원이 연평도 해안에서 경계 작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서해 5도 가운데 한 곳을 점령한 뒤 전술핵으로 한국을 위협해 포기하는 방법으로 핵카드를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

이 같이 방사포와 섞어 쏠 경우 한ㆍ미 군 당국은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KN-23과 방사포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레이더에 걸리는 모든 발사체마다 요격미사일로 대응해야만 한다.

방종관 한국국방연구원(KIDA) 객원 연구원(예비역 육군 소장)은 “북한은 러시아ㆍ중국의 회색지대 전략과 복합전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전술핵을 미국이 핵보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색지대 전략과 복합전은 전쟁과 평화 사이 애매한 상황을 조성하고 군사뿐만 아니라 비군사 수단을 동원해 정치ㆍ안보 목표를 이루는 전략을 뜻한다.

북한은 전술핵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시나리오에서 이중 일부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선, 북한은 핵무기로 협박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를 강요할 수 있다. 또 서해 5도 중 한 곳을 점령한 뒤 한국이 탈환하려 할 경우 핵무기로 이를 단념토록 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 반도를 빼앗은 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되자 핵 공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서방을 위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군사훈련을 참관하면서 “적의 선제공격에 맞서 대규모 핵무기 보복을 연습한다”고 말했다. ‘핵 보복’ 위협이었다.

서울을 핵 인질로 삼고 주요 도시에 대한 핵 공격을 벌여 주한미군을 철수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전면전에서 군사ㆍ정치적 목표물을 핵타격한 뒤 한국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핵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위협해 한ㆍ미의 반격울 차단하는 ‘선제 핵’ 전략이다.

⑤종심 짧은 한반도, 전술핵 대응 난제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2월 2일 제53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새 연합작전계획(작계)을 만드는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 새 작계는 북핵의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개발이 끝나면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타격할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 같은 첨단무기로도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개발이 끝나면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타격할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 같은 첨단무기로도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앙포토

한ㆍ미 군 당국이 우려하는 북핵의 고도화에는 전술핵도 포함됐다. 그런데,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한반도는 종심이 짧기 때문에 요격 시간이 충분치 않다. 전술핵을 잡는 게 기본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 핵ㆍWMD(대량살상무기) 대응 체계로 북핵을 억제한다는 게 기본 정책이다. 3축 체계로 불렸던 핵ㆍWMD 대응 체계는 ①북한이 핵ㆍ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전략목표 타격과 ②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③북한이 핵ㆍ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압도적 대응으로 짜였다.

또 첨단 무기와 재래식 미사일 전력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한국의 핵ㆍWMD 대응 체계와 첨단 무기, 재래식 미사일에 나름 위협을 느끼긴 하겠지만, 김 위원장이 핵 버튼을 누르기 주저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면서 “재래식 전력의 핵 억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종관 객원 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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