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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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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3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통화를 했다. 인사말로 "최근 지지율이 오른다"고 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2017년에도 대선을 두 달 남기고 10%를 넘었다. 이제 시작"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 그랬던가. 전화를 끊고 어렴풋한 그때를 들여다봤다. 당시 갤럽 3월 중순 조사에서 안 후보가 처음 지지율 10%를 기록했다. 대선 두 달쯤 전이다. 하순 조사에서 19%로 오르더니 대선 한 달쯤 전(4월 11~13일)에 '문재인 40%, 안철수 37%'가 됐다. 드라마틱한 상승세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급격한 하락세였다. 갤럽 측은 "격한 네거티브 공방과 여러 차례의 TV토론" 등을 이유로 꼽았지만 안 후보는 그 무렵 '드루킹 작동' 탓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새해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10%를 넘었다. 자연스레 그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때마침 국민의힘의 요란한 자중지란과 맞물려서다. 그의 지지율 상승은 야권의 대선구도를 요동치게 한다. '게임 체인저' 얘기도 나온다. 단일화가 대선의 상수가 돼가는 모양새다. 지난 3일 그와 다시 통화했다.
-열흘 만에 대구를 다시 찾았던데.
"환영 인파가 나왔더라. 열흘 전엔 아무도 없었다."
-'단일화는 없다'고 했는데 얘기가 계속 나올 거다.
"항상 베스트 시나리오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사업할 때 그랬다. 특히 벤처기업은 워낙 확률이 낮아 베스트 시나리오로 밀어붙여도 '될똥말똥'이다. 2등 목표는 3등도 안 된다."
-야권 단일화 적합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듣긴 했다. 기업하면서 익힌 습관인데 숫자에는 둔감한 편이다."
-정권교체를 강조해 왔다. 정권교체와 대통령 되기 중엔 어느 것이 우선인가.
"정권교체는 돼야 하고 더 좋은 선택이 저다. 교체는 반쪽 목표고 완벽하기 위해 저여야 한다."
의지가 강했다. 단일화는 잠시 잊기로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오래는 못 갈 거다. 일단 그의 바람대로 야권의 1위 주자가 돼도 승리의 셈법상 단일화는 필수라는 계산이 나올 거다. 그건 지지율이 윤 후보와 비슷해지거나 10% 안팎에 머물러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로서도 전세 뒤집기를 위한 '부스터 샷'이 절실할 수 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공언대로 완주일까, 단일화일까. 한 야권 인사는 "웬만해선 큰 세력(국민의힘)을 가진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이기기가 어렵다. 2002년 정몽준 후보가 그랬고, 안 후보도 2012년 문재인 후보에게 결국 무너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릎을 꿇은 지난해도 마찬가지 아니었나"며 "지지율이 크게 앞서 쉬운 승리가 예상되지 않는 한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단일화가 없었던 지난 대선엔 홍준표 후보에게,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김문수 후보에게 뒤져 모두 3위를 했다. 정치 생명이 끊길 뻔했다"며 "그걸 모를 리 없는 안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성사 과정이 걱정이지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응하긴 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의 네이버 연관 검색어는 단일화다. 선거마다 단일화 얘기가 나왔다. 그건 독자적 적극 지지층이 약했다는 얘기다. 그간 선택도 안 좋았다. 2011년 서울시장, 2012년 대선 양보는 후회스러울 거다. 나서지 말아야 할 선거에 나선 적도 있다.
이제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려 한다. 지난 대선처럼 급격한 지지율 상승이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중요한 변수가 돼 가는 건 분명하다. 지난 대선에선 탄핵이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홍준표+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이 문재인 후보보다 높았다. 2017년의 구도는 야권에 악몽이다. 그러니 그들에겐 단일화가 더욱 절실하다.
안 후보가 단일화 경쟁에서 세력(국민의힘)을 넘어서는 게 결코 호락호락한 일은 아닐 거다. 하지만 완주하며 단일화와 다른 길을 갔을 땐 더 비참한 지경에까지 가지 않았나. 지지율을 더 끌어올린다면 세력을 못 넘으라는 법도 없다. 요즘 세력의 행태를 보면 상황이 나쁘지만도 않다.

신용호 Chief 에디터

신용호 Chief 에디터

지지율 오르며 단일화가 변수로 #"항상 베스트 시나리오로 가야" #공언대로 이번엔 완주 고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