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뒤 잠적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가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자택 건물에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오후 9시10분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자신이 살던 다세대 주택의 다른 호실에 숨어있던 이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다세대 주택은 4층짜리 건물로, 2016년부터 이씨가 소유하다 지난달 10일 부인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경찰 관계자는 “5일 오후 8시쯤부터 이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하던 중 이씨가 살던 4층이 아닌 다른 층에 숨어있는 이씨를 발견했다”며 “이전 세입자가 살다가 나간 빈집에서 이씨가 은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씨를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할 예정이며, 피해 금품 등 회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씨가 수백억원대 금괴를 사들인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이씨는 횡령한 회삿돈으로 1kg 금괴 681억원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시세로 따지면 800㎏이 넘는다. 경찰은 이씨가 금괴를 어떻게 운반했고 어디로 가져갔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씨를 추적해왔다.
이씨가 금괴를 언제 샀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8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이씨가 1400억원대 주식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의 주식 391만7431주(1430억여원)를 사들인 뒤, 11월 18일~12월 20일 여섯 차례에 걸쳐 336만7431주(약 1112억원)를 매도했다.
이씨는 잠적하기 전 경기도 파주시의 건물을 아내와 여동생 등에게도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건물에 대한 대출 상환도 이뤄져 근저당권이 말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횡령 혐의를 받는 이씨가 횡령금을 여러 계좌로 분산 송금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돈이 복수의 계좌로 흘러갔다. 이 부분에 대해 추적 중”이라고 했다.
한편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회사 주식을 담보로 1100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분 20.64%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주식 175만8708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다.
총 15건으로 ▶한국증권금융 250억원 ▶현대차증권 200억원 ▶한국투자증권 120억원 ▶교보증권 100억원 ▶하나금융투자 100억원 ▶대신증권 50억원 ▶유진투자증권 50억원 ▶하이투자증권 50억원 ▶한화투자증권 50억원 ▶SK증권 50억원 ▶KB증권 30억원 ▶NH투자증권 30억원 ▶삼성증권 20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당장 다음 달 14일엔 교보증권 주식담보대출 100억원, 같은 달 하나금융투자 100억원, SK증권 50억원도 상환일이 도래한다. 3월까지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6건 37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증권사들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으로 주식담보가치를 0원으로 환산하고 향후 미수, 소액 주식담보대출액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 처분을 당한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5일 입장문을 내고 “횡령금액 1880억원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약 59% 수준”이라며 자사에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