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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가상공간서, 로봇은 집사가 되고…올해 화두는 ‘VIP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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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스타벅스는 지난 2014년부터 회원용 디지털 바코드(‘e프리퀀시’)와 모바일 주문·결제 서비스(‘사이렌 오더’), 드라이브스루 등을 순차 도입했다. 커피 서비스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디지털벤처’라는 조직을 만든 후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소비자가전쇼(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행사장에 로봇개를 데리고 나타났다. 정 회장은 “이제 로봇은 현재”라며 “가령 위험지역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로봇이 임무를 맡는 ‘메타모빌리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스며들듯 ‘일상’으로 자리 잡은 새로운 서비스의 배경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있다. 새해를 맞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중앙일보는 디지털 전환이 바꿔놓은 4대 메가트렌드를 짚어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디지털 대전환 메가트렌드를 연구하고, 한국갤럽이 만 20~69세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네이버의 가상공간 제페토에 가면 중형 세단 쏘나타 고성능라인(N라인) 한정판 모델을 가상으로 시승할 수 있다. [사진 현대차]

네이버의 가상공간 제페토에 가면 중형 세단 쏘나타 고성능라인(N라인) 한정판 모델을 가상으로 시승할 수 있다. [사진 현대차]

① 가상화(Virtualization): 시승차 타러 가상공간 간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등장한 ‘스타벅스 산타광장’에선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이 가상 커피를 마셨다. 걸그룹 블랙핑크가 팬사인회를 열었고, 현대자동차는 쏘나타의 고성능 라인업(N라인)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가상과 현실세계가 결합하는 메타버스(metaverse)는 이렇게 일상에 접목되고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현실세계의 연결이 보다 단단해진다는 의미다. 가상융합기술(XR), 초고속 이동통신망 등 가상화 인프라가 속속 개발되면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도 가상화를 촉진했다.

국민들은 가상화가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고(83.5%·이하 복수응답), 생산성이 높아진다(78.8%)고 기대했다. 김원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메타엔터테인먼트·메타커머스·메타소셜네트워크 등 가상세계로 ‘이주’하는 분위기가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점 이슈와 제도 충격은 걸림돌이다. 국민 상당수는 가상공간 독점(81%)이나 기존 제도와 충돌(67.3%)을 우려하고 있었다. 메타버스 기업 로블록스는 지난해 6월 2억 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가상공간에서 음원을 무단 재생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디지털 전환이 유발한 4대 메가트렌드. 그래픽 차준홍 기자

디지털 전환이 유발한 4대 메가트렌드. 그래픽 차준홍 기자

② 개인화(Individualization): 나도 몰랐던 내 취향 알려준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모(47)씨는 5일 인스타그램을 서핑하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팔로우한 인스타 친구 소식들 사이로, 며칠간 애타게 찾고 있던 소파 광고가 등장해서다. 해당 계정 하단엔 광고 콘텐트를 뜻하는 표현(sponsored)이 붙어 있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 알고리즘은 이렇게 개인화·맞춤화하고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검색‧구매 기록 등 개인정보를 토대로 소비자의 관심·흥미 등을 파악, 개인별로 선호하거나 필요로 하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광고가 확산할 전망이다.

국민 대부분이 이에 동의했다. 개인정보가 ‘전면 거래의 대상이 될 것’(85.6%)으로 예상했다. 이제 개인화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실제 개인화 마케팅은 교육·고용·보험·금융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감시 사회의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맞춤형 광고를 위해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SNS)가 개인 선호도나 성향, 습관까지 데이터화할 수 있어서다. 국민들은 개인화 서비스가 제공하는 문제에 둔감(83.5%)해지고 여론 양극화가 심화(86.5%)하는 현상을 우려했다.

아마존의 음성 기반 AI 비서 ‘알렉사’는 평소에 개인의 사적 대화를 저장했다가 논란이 됐다.

연구 책임자인 이호영 KISDI 연구위원은 “페이스북이 클립보드(clipboard·임시 기억장치)를, 알렉사가 고객 대화를 주기적으로 저장하고 광범위하게 마케팅이 활용할 경우를 대비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마련해 개인정보의 과도한 상품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화가 유발하는 사회 변화. 그래픽 차준홍 기자

가상화가 유발하는 사회 변화. 그래픽 차준홍 기자

③ 플랫폼화(Platformization): 쇼핑몰이 아니라 놀이터 된 플랫폼

구글·아마존·애플·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테크기업의 부상 이후 플랫폼화는 핵심 전략으로 인식된다. 플랫폼은 공급자·수요자의 직접 연결을 통해 가치를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한 생태계라는 점에서 기존의 경제 조직과는 차별점을 가진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대표적이다. 국민 대다수(89.3%)는 금융·의료·교육·훈련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플랫폼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선 패션 쇼핑몰 무신사가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로 꼽힌다. 무신사는 옷을 입는 방법이나 스타일링, 브랜드 스토리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세쿼이어캐피탈·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플랫폼은 초기 투자비용이나 전환비용이 크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구글 같은 플랫폼은 지배력 남용이 발생할 경우 불공정 소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경쟁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F샵은 당일 배송 '퀵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F샵은 당일 배송 '퀵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④ 자동화(Automation): ‘총알 배송’ 만든 로봇 자동화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의 물류창고에선 1000대 이상의 로봇이 움직이며 식료품을 분류한다. 고객이 오카도에 주문을 넣으면 컴퓨터는 초당 300만 번가량 연산해 로봇에게 ‘출동’을 지시한다. 덕분에 창고에서 평균 50개의 제품을 골라내고, 포장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퀵배송(삼성물산)·로켓배송(쿠팡)·샛별배송(마켓컬리) 등 당일·익일 배송을 선언한 기업이 갈수록 증가하면서다. 비용 증대를 최소화하고, 공정을 단축하면서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자동화는 필수조건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로봇은 주로 단순반복 일자리를 대체했지만, 앞으론 지적이거나 비정형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자동화로 대체할 수 있는 분야로 위험노동(88.7%), 교육노동(70.4%), 의료노동(68.3%) 등을 꼽았다.

디지털 전환 시나리오. 그래픽 신재민 기자

디지털 전환 시나리오. 그래픽 신재민 기자

“성과·효율 공유하는 ‘디지털 공동 번영’ 지향”

김도훈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로봇 도입이 늘어나면서 기존 일자리가 감소하고 노동 형태가 급변할 것”이라며 “기업이 직원 지원·보호 프로그램을 우선 시행하고, 이 비용에 대해 나중에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주는 ‘캐나다 모델’을 검토해야 하는 시기”라고 제안했다.

이호영 KISDI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의 부정적 측면을 피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보다 성과와 효율을 공유하는 ‘디지털 공동 번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만 20~69세의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수행한 이 조사에는 총 2626명 참여했고, 지역별·성별·연령별로 할당된 응답자의 표본오차는 1.9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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