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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에르메스’ 인기 입문템도 1000만원 시대...새해 명품 줄줄이 인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스위스 명품 시계 롤렉스가 주요 제품을 8~16% 인상한 데 이어 4일 프랑스 에르메스도 가방과 신발·액세서리 등의 가격을 3~10% 올렸다. 벨기에 브랜드 ‘델보’도 이달 12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밖에 디올·티파니도 이달 인상설이 돌고 있다.

롤렉스·에르메스 가격 인상

롤렉스가 새해를 기점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 롤렉스]

롤렉스가 새해를 기점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 롤렉스]

새해 벽두부터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 가격 인상에 돌입했다. 롤렉스는 약 2년 만에 큰 폭으로 단행했다. 롤렉스의 인기 모델로 꼽히는 서브마리너 오이스터 41mm 오이스터 스틸 모델은 1142만원에서 1290만원으로 13% 올랐다. 서브마리너 논데이트 41mm 오이스터스틸 모델도 985만원에서 1142만원으로 약 16% 인상됐다. 예물 시계로 인기가 많은 데이저스트 36mm 오이스터스틸과 옐로우 골드 모델은 1421만원에서 1532만원으로 8% 비싸졌다. 전체적으로 1000만원 이하거나 초반대의 일명 ‘엔트리 모델(입문 제품)’ 혹은 인기 모델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에르메스는 4일 가방과 신발, 실크 액세서리, 가죽 소품 등 대부분의 품목을 3~10% 인상했다. 품목에 따라 2만~3만원부터 50만원 선까지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이다. 가방 중 인기 품목으로 꼽히는 ‘가든파티’ 36사이즈는 기존 482만원에서 498만원으로 3.3%, ‘피코탄’ 18사이즈는 기존 354만원에서 377만원으로 6.4% 올랐다. ‘린디’ 26사이즈는 기존 977만원에서 1023만원으로 4.7% 비싸졌다.

4일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가 가방 및 신발, 액세서리류의 가격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중앙포토]

4일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가 가방 및 신발, 액세서리류의 가격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중앙포토]

가격 인상 러쉬, 왜?

브랜드 측에서는 가격 인상에 대해 연말 연초는 통상적으로 환율이나 관세 등이 나라별로 조정되는 시기로 가격 조정이 늘 있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명품 업계의 가격 인상이 지속해서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17일 가방류의 가격을 5~10% 인상한 ‘프라다’는 지난해에만 6차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프랑스 ‘샤넬’은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대대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1월의 소폭 조정까지 더하면 총 세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모든 제품을 일괄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품목별로 조금씩 조정하듯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조정이 너무 잦고 기습적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가격 인상에 대해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변화▶환율 변동▶원자잿값과 물류비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물류비가 증대되고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명품이 일 년에도 몇 번씩 가격이 조정될 만큼 자재나 물류비의 영향을 받는 품목은 아니기에 업계에선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패션 전문매체BOF(비즈니스 오브 패션)는 “명품 브랜드 대부분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구조로 가격 조정이나 판매량을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전체 판매 수익이 악화하자 가격 조정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물건 없는 데도 결제 먼저...‘완불’ 웨이팅도

5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5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불황에도 나 홀로 호황인 명품 업계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도 승승장구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1억 6500만 달러(한화 15조 88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6% 성장한 수치로 세계 7위 규모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총괄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부상한 ‘보복 소비’와 더불어 타인의 눈에 자연스럽게 띄길 바라는 ‘선택적 럭셔리’가 명품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패션 잡화부터 핸드크림에 이르기까지 선택적 럭셔리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 가격이 끝없이 오르지만 넘치는 수요는 여전하다. 연초 명품 브랜드 인상설이 돌자 백화점 및 오프라인 매장의 대기 줄이 더 길어지고 있을 정도다. 소비 트렌드 전문가 이향은 LG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는 이 같은 끝없는 명품 수요에 대해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밴드왜건 효과’와 가격이 오르는 데도 과시욕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베블런 효과’가 맞물린 것”으로 설명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오르기 전에 일단 결제하고 보자는 ‘완불 웨이팅(대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언제 인상될지 모르니 물건이 없는 데도 일단 결제한 뒤 3~4개월 후 제품을 받는 식이다. 수요 높고 물건 부족한 데다 가격까지 불안정하니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트렌드 분석 전문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명품 가격 정보가 시시각각 공유되고 빠르게 전파되는 국내 시장 특성이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마케팅 효과를 부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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