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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세계는 ‘방역 對 기본권’ 논쟁 중…정부도 즉시 항고

중앙일보

입력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정부와 백신 반대론자의 갈등이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정책에 급제동을 건 법원 결정에 5일 즉시항고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보건패스 등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백신: 가짜 자유'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A

프랑스에서 보건패스 등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백신: 가짜 자유'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A

프랑스‧독일 법원, 방역권 손 들어줘  

방역패스, 혹은 백신패스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10월과 12월 펴낸 『해외사법소식』에서도 해당 판례가 소개됐다. 다만 유럽의 법원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줄줄이 ‘방역권’을 내세운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역할을 하는 프랑스 헌법위원회(헌법위)는 보건패스(방역패스)를 제시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담긴 보건위기 관리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보건패스는 프랑스 정부에서 인정하는 백신 접종 완료 확인서다. 파리제2대학에서 연수 중인 김정환 수원지법 판사가 이 판례를 소개했다.

프랑스 헌법위는 특정 장소‧시설‧행사에서 보건패스를 제시해야 하는 조항이 합헌인 이유로 ‘건강 보호’를 들었다. ‘건강 보호’는 공익에 의해 정당화되는 헌법적 가치여서 이동‧집회‧기업의 자유 등 일부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또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보건패스 소지자들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훨씬 낮다는 전제에서다.

나아가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백화점 쇼핑센터 등은 바이러스 전파에 위험이 커 다른 시설물과는 차이가 있고 ▶백신 미접종자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음성 결과서도 보건패스 대상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차별적이지 않다고 봤다.

 실내체육시설 단체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백신패스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주최측은 제5공화국 시절 공포정치를 떠올린다며 군복 차림에 권총을 지참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기도 했다. 장진영 기자

실내체육시설 단체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백신패스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주최측은 제5공화국 시절 공포정치를 떠올린다며 군복 차림에 권총을 지참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기도 했다. 장진영 기자

독일 법원 역시 ‘방역권’의 손을 들었다. 첼레 고등법원은 법원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결정했다. 이는 같은 해 8월 하노버 지방법원에서 재판장이 코로나19 음성확인자만 법정에 입장토록 명령하면서 소송으로 번진 데 따른 조치다.

고등법원은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한 재판장의 조치는 로버트 코흐 연구소(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같은 역할)의 평가 및 전문가 의견과 합치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발병률은 심각하고, 예방접종률은 낮아 적절한 조치(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NO PASS’ 좌표 프랑스 교수 공세에, 法 만장일치 소 각하  

방역패스를 둘러싼 ‘개인 기본권 대 국가 방역권’ 분쟁은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해온 프랑스에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보건패스 입법을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살해 위협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프랑스 법대 교수는 유럽인권재판소 ‘좌표찍기’에 나서 법원을 곤혹스럽게 했다.

방역패스 적용 시설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방역패스 적용 시설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욤 잠브라노 법대 교수는 ‘NO PASS’라는 보건패스(방역패스)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아예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서명만 하면 유럽인권재판소에 바로 제소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백신 반대 운동이 반향을 얻으면서 그는 지난해 8월 7934명의 청구인을 대신해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좌표찍기’ 활동으로 인권재판소에 접수된 비슷한 소송만 총 2만 1000여건에 달했다.

그러나 인권재판소 소재판부의 재판관 7명은 만장일치로 소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해당 소송이 살펴볼만한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잠브라노 교수가 유튜브 등에서 “재판소 업무량을 증가시켜 운영을 마비시키자”고 발언한 점을 꼬집었다. 개인의 신청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한 것이 아니라, 고의로 인권재판소의 시스템과 기능을 훼손하려고 했다고 본 것이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연수 중인 손화정 인천지법판사는 해당 판례를 소개하면서 “유럽인권재판소의 사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소의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다수의 소를 제기한 점을 중대하게 인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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