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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방역전략 "백신 미접종자 끝까지 화나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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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의 코로나19 방역 전략과 관련, "백신 미접종자들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어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프랑스 국민을 화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백신을 안 맞으면 진짜 화나게 하고 싶다"며 "이것이 전략이다, 끝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프랑스의 '백신 패스'와 관련이 있다. 백신 패스 도입 정책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백신 미접종자는 오는 15일부터 프랑스의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박물관, 콘서트장 등 실내 공공장소 이용이 제한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사회 활동을 최대한 제한해 압박을 가하려 한다"며 "프랑스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를 더 줄이기 위해 유감스럽게도 그들을 더 화나게 함으로써 미접종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 미접종자들은) 1월 15일부터 더는 식당에도 갈 수 없고, 커피도 마실 수 없고 영화관에도 갈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며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위협할 때 나는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 무책임한 사람은 시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백신 미접종자들의 사회생활을 제한하는 것 외에 별도의 추가 방역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마크롱의 대선 경쟁주자들은 대통령이 과도한 언어를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 펜은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2등 시민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이 끔찍하다"며 "백신 통과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집단적 징벌"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오는 4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발언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백신 패스를 전염병 종식의 효과적인 수단이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백신 패스 반대자들은 애초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백신 패스와 관련한 강경한 발언이 정치적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프랑스의 최근 방역 정책 기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프랑스는 최근 백신 접종자들의 자가 격리 기간을 단축하면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차등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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