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자동차와 힙합 그리고 도넛. 이 모든 것이 모인 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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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얘네 뭔데 이렇게 힙해?’ 성수동 ‘피치스 도원’에 들어서면 저절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이곳은 자동차 문화라는 상당히 미국스러운,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콘텐트를 들고 나온 공간이다. 핑크색 차고와 파스텔톤 수퍼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뮤직 바이브, 그리고 지금 가장 핫한 도넛&햄버거로 색다름을 주는 곳. 이렇게 힙한 것들만 다 모아 놓을 수 있다고? 성수동 핫플이 된 이곳이 궁금하다.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컬처를 만들고 있는 피치스 도원. 눈에 띄는 힙플레이스들이 즐비한 성수동에서도 '힙플'로 통한다. 윤경희 기자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컬처를 만들고 있는 피치스 도원. 눈에 띄는 힙플레이스들이 즐비한 성수동에서도 '힙플'로 통한다. 윤경희 기자

어떤 공간인가요.  

자동차 문화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입니다. 약 700평 규모의 넓은 대지에, 미국 LA가 떠오르는 입구, 차고지에 세워진 팬시한 슈퍼카, 핑크색 컨테이너 그리고 스트리트 감성이 물씬 풍기는 강렬한 ‘PEACHES(피치스)’사인이 있는 곳이에요. 피치(peach)라고 하면 복숭아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자동차의 매력적인 뒤태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캐릭터 ‘바또’가 복숭아 형상을 한 것을 보아 중의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요.

피치스 도원

영어와 한자가 결합한 이름이 독특하네요. 어떤 의미죠.  

브랜드명 '피치스'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행동을 약속한다는 사자성어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합친 이름이라고 해요.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가 도원에서 뜻을 위해 의형제를 맺은 것처럼, 이곳에도 뮤직비디오 감독, 일러스트레이터, 패션디자이너, 테크니션 등 13명의 전문가가 모여 자동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피치스 캐릭터 바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포스터들. 복숭아를 의인화한 모습으로 입고 있는 데님에서 자동차 정비공의 모습이 엿보인다. [사진 오해인]

피치스 캐릭터 바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포스터들. 복숭아를 의인화한 모습으로 입고 있는 데님에서 자동차 정비공의 모습이 엿보인다. [사진 오해인]

블링블링한 핑크색 차고와 피치스 로고만으로도 인증샷을 꼭 남겨야 하는 성수동 인스타그램 성지가 됐다. [사진 오해인]

블링블링한 핑크색 차고와 피치스 로고만으로도 인증샷을 꼭 남겨야 하는 성수동 인스타그램 성지가 됐다. [사진 오해인]

SNS에 많은 사진이 올라오는 대표적인 ‘성수동 핫플’ 중 하나잖아요.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설명해 줄래요.

크루의 작업과 공연 무대로 활용하는 핑크 컨테이너 개러지와 메인 건물로 이루어져 있어요. 건물에는 커다란 라운지와 함께 도넛으로 유명한 ‘노티드’,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 후카(물담배)&칵테일 바 ‘스모킹 타이거즈’가 있고요. 각각의 공간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돼 있어요. 공간마다 개성도 뚜렷하고요.
개러지에선 클래식 카를 스타일링하거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하고, 힙합 공연이 열리기도 합니다. 안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하얀 자갈밭의 정원 너머로 칵테일과 후카(물담배)를 할 수 있는 바 스모킹 타이거스가 나와요. 대낮에도 어둡게 조명을 유지하고, 한쪽에는 바또의 네온사인이 후카바의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메인 건물의 라운지 공간엔 튜닝카가 전시되어 있고, 스웻셔츠·모자 같은 피치스의 굿즈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인스타 핫플로 뜨고 져버릴 공간인지, 아니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확장할 공간인지는 공간이 ‘이것’을 가졌는지 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 공간 만의 콘텐트죠. 피치스는 ‘카 스타일링’ 문화를 내세운 독보적인 브랜드이자 공간이에요. 수프림이 스케이트보드에서 출발해 스트리트 문화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피치스도 우리만의 스트리트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해요.
방문 전 피치스에 대해 스터디를 하며 ‘될성부른 떡잎’이란 느낌이 딱 왔어요.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의류와 자동차 관련 굿즈를 한정판으로 제작해 팔고, 고품질 영상도 직접 만들죠. 특히 영상은 SM엔터테인먼트의 뮤직비디오 디텍터 다윗골드가 직접 디렉팅하는데, 피치스의 색을 감각적으로 표현해요. 도전적이고, 반항적이면서, 압도적인 그 무엇을요. 이들을 ‘힙’을 알아보고 벌써 현대차, 아모레퍼시픽, 한국타이어가 앞다퉈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답니다.

차고는 수퍼카의 스타일링을 하는 작업 공간이자, 공연과 뮤비 촬영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사진 오해인]

차고는 수퍼카의 스타일링을 하는 작업 공간이자, 공연과 뮤비 촬영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사진 오해인]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맞닿는 부분이 있었나요.  

요즘 대체 불가능한 셀프 브랜딩 콘텐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비슷비슷한 느낌의 사람보다는 콘텐트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세습이나 공식, 누군가를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룰을 만들며, 그 자신감에서 나오는 ‘힙’하고 ‘쿨함’이 있는 사람이요. 그런 의미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많은 시사점이 있어요. 자동차 문화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콘텐트를 만들어 냈고 매력적인 브랜드가 됐죠. 많은 브랜드와 사람의 러브콜을 받고 있고요. 나도 언젠가는 독보적인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곳을 방문한 뒤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고요.  

이곳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자동차 문화에 빠진 사람들이었어요. 파산 위기까지 갈 정도로 자동차 문화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죠. ‘돈 낭비’ ‘사치’라는 평을 듣는 소비였지만, 결국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기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냈죠. 공간을 방문한 이후, ‘나도 이렇게까지 좋아한 무언가가 있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평소 길거리에서 부릉부릉 배기관 소리를 내며 거리를 질주하는 튜닝카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렸었지만, 이곳을 다녀간 뒤로 ‘카 스타일링’이 허세가 아닌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나의 고정관념이 바뀐 것으로 보아 이 공간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건물 뒤쪽 정원에 박혀있는 흰색 차량.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레어카인드’와 협업해 만든 영상에 나오는 바로 그 차다. [사진 오해인]

건물 뒤쪽 정원에 박혀있는 흰색 차량.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레어카인드’와 협업해 만든 영상에 나오는 바로 그 차다. [사진 오해인]

공간 전문가로서 유사한 컨셉트의 공간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공간이 가진 고유의 콘텐트가 있는지 유심히 보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피치스도원은 좋은 사례예요. 하나의 문화를 보여주는 콘텐트를 생산하며 그 분화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거든요. 이곳에만 있는 콘텐트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고요.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출발한 수프림이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던 것처럼, 피치스가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될지는 조금만 지켜보면 결론이 날 것 같네요.

메인 건물에 전시된 자체 제작 티셔츠(맨위)와 미니카 등 자동차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 [사진 오해인]

메인 건물에 전시된 자체 제작 티셔츠(맨위)와 미니카 등 자동차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 [사진 오해인]

만족도를 점수로 표현한다면요.

10점 만점의 9점! 최근 가본 공간 중에서 콘텐트 적으로도, 공간 구성도, 브랜딩도 모두 좋았습니다. 각각의 공간이 스토리와 세계관이 있었어요. 분할돼 있는 듯 연결된 공간들은 각각의 공간마다 특색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노티드의 경우, 기존 로고에 피치스가 휘감긴 듯한 로고로 새로운 비주얼을 만들어 냈고, 노티드의 마스코트 슈가베어와 피치스의 마스코트 바또가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는 영상이 플레이되고 있었어요. 또 이곳에만 있는 F&B 메뉴가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기존에 지점이 많은 노티드와 다운타우너 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만 있는 새로운 비주얼이 있다 보니 신선했습니다. 이 또한 ‘피치스스럽다’고 할 수 있겠네요.

노티드 x 피치스의 로고(위). 이곳만의 노티드를 만들어냈다. 아래 사진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바또 얼음을 띄운 노티드 피치스 소다와 타이어 도넛. [사진 오해인]

노티드 x 피치스의 로고(위). 이곳만의 노티드를 만들어냈다. 아래 사진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바또 얼음을 띄운 노티드 피치스 소다와 타이어 도넛. [사진 오해인]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앉아서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부족했어요. 노티드 도넛과 음료를 사도 앉아서 먹을 곳이 없더라고요. ‘힙'을 위해, 방역을 위해 테이블과 의자를 없앤 것 같았지만, 추후에는 바 테이블과 의자가 좀 더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공간을 좀 더 여유 있게 누릴 수 있도록요.

이곳에서 꼭 해보면 좋은 것을 추천해줄래요.  

피치스 도원에서만 팔고 있는 노티드의 마스카포네 크림치즈 도넛과 타이어 튜브를 낀 곰돌이 얼음이 있는 피치스 소다를 먹어보세요. 이곳에만 있는 메뉴이니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도 꼭 업데이트 하시길 바라요.
또 가능하다면 후카바 이용도 추천해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상어가 헤엄치는 어항을 바라보며 물담배를 앞에 놓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힙한 나를 발견할거예요.

술 한잔과 후카(물담배)를 즐길 수 있는 스모킹타이거즈 바. [사진 오해인]

술 한잔과 후카(물담배)를 즐길 수 있는 스모킹타이거즈 바. [사진 오해인]

어떤 사람에게 이 공간을 추천하고 싶나요.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에게요. 만약 금요일 저녁마다 음악이 있는 곳을 찾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더요. 코로나 이후 좁고 피치스 도원에서 노티드의 달달한 도넛과 함께 방방 울리는 음악을 듣다 보면, 우울함이 잠시나마 사라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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