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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막대 엽기 살인범, 119 신고때 폭행 숨긴채 "어떡하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성 직원의 체내 항문에 70㎝가량의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숨지게 한 스포츠센터 대표가 사건 발생 당일 119 신고 때 폭행 사실을 숨긴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센터 대표 A씨(41)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9시 5분쯤 119에 전화했다. 그는 20대 직원 B씨의 장기를 파열시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상태다.

A씨 "어제 술먹은 친구 몸 딱딱하고 차갑다"

A씨는 119에 전화를 건 뒤 통화가 연결되자 "어제 술 같이 먹은 친구가 몸이 너무 차가워져 전화했다"며 "몸이 너무 딱딱하고 지금 너무 차갑다"고 말했다.

119종합상황실 상황요원은 "의식이 있느냐" "숨을 쉬느냐" 등을 묻자, A씨는 "의식이 없다"면서도 "XXX(B씨 이름 추정) 어떡하지?"라며 걱정하는 듯한 식의 답을 했다. 상황요원은 "진정하라"며 주소를 물었고, "전화를 끊지 말라"며 구급대가 출동했음을 설명했다.

119 신고 7시간 전 경찰 출동하기도 

그는 119 신고 약 7시간 전인 같은 날 오전 2시쯤에도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리고 있다"고 신고해 스포츠센터에 경찰관 6명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의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A씨는 신고하는 도중에도 피해자를 폭행하고 있었다. 당시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전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는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하자 A씨는 말을 바꿔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싸웠는데 도망갔다"고 했고, 경찰의 CCTV 확인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직접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수색 중 B씨가 하체를 탈의한 채 누워있는 것을 발견해 옷을 덮어주고 맥박을 확인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뒤 철수했다. 당시 A씨는 "직원이 술먹고 자고 있으니 건들지 말아달라. 싸운사람하고 관련도 없고 피해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 '하의 탈의'에도 경찰 그냥 돌아가 

폭행 직후 A씨가 신고를 해 경찰이 다녀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경찰의 현장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막대에 의해 장기가 손상돼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당초 폭행치사 혐의로 A씨를 긴급 체포했던 경찰은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했다.

경찰은 전날 A씨에 대한 2차 조사를 진행했는데, A씨는 "신고한 것만 기억나고 나머지 범행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현재 경찰은 A씨의 휴대폰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는 등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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