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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라탄 NFT 열풍…‘선구자’ 박영선·이광재가 밝힌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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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21일 유튜브 채널 'G식백과'에 출연해 NFT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21일 유튜브 채널 'G식백과'에 출연해 NFT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예술, 엔터테인먼트, 게임 분야를 떠들썩하게 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Non Fungible Token)’ 열풍이 정치권에도 상륙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대위는 지난 2일 “곧 있을 선거자금 펀딩에 참여하면 채권 약정서를 NFT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선대위는 이 후보의 사진, 글 등에 NFT를 부여해 배포할 구상도 하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표식을 디지털 자산에 심어서 이를 고유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이런 특성으로 디지털 파일의 원본 여부나 소유권을 판단하는데 활용된다. NFT가 부여된 디지털 형태의 예술품이나 유명인의 서명 등은 희소성 때문에 경매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에 팔리기도 한다.

국내 정치권에서 NFT를 활용하기 시작한 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0일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자 박 전 장관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던 글이다. 이를 경매에 부치자 사흘 만에 2000 클레이(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에 익명의 구매자에게 팔렸다. 이는 4일 시세로 약 320만원 수준이다. 박 전 장관과 4일 전화 인터뷰를 해 그 과정과 의미를 들어봤다.

박영선 전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일 글로벌 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경매로 판매했다. 박영선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박영선 전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일 글로벌 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경매로 판매했다. 박영선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가 역사상 첫 번째 트윗을 캡처해 NFT 경매로 32억원에 판매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것을 희소하게 인정받고 가치화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국내는 법적으로 가상자산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세금은 걷겠다고 한다. 어불성설이다. 빨리 제도로 정착시키자는 뜻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선대위 디지털대전환 위원장으로서 어떤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인가
"수익금을 가상자산 형태로 기부하려고 봤더니 가상자산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국내엔 없다. 해외엔 UN, 구글 등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뒤처지고 있는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블록체인 업계를 국가가 육성할 테니 더는 전문가들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광재 의원은 올해부터 정치후원금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도 받겠다고 발표했다. 영수증은 NFT로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 받은 가상자산은 즉시 매각해 현금으로 보관해야 한다. 이광재 의원실 관계자는 “이걸로 후원금을 많이 걷겠다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전반에 대한 인식을 환기해보자는 차원”이라며 “아직 불완전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민주당이 미래 산업과 첨단 기술 지원에 적극적이란 것을 유권자에게 알리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부터 가상자산으로도 정치후원금을 받을 계획이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부터 가상자산으로도 정치후원금을 받을 계획이다.

이재명 후보가 NFT, 블록체인 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미래·기술 지향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 외에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차별화 하려는 뜻도 담겼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21일 게임 유튜브 채널 ‘G식백과’에 출연해 NFT에 대해 “가상자산을 통해 돈이 움직이고 있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무조건 금지하면 쇄국정책을 펼치는 꼴이다”며 “빨리 적응하고 활용해 앞서 나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현재까지 블록체인 산업을 규제 중심으로 대응해 관련 업체들은 대부분 본사를 해외에 두는 등 불만이 고조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NFT의 개념이 복잡하고 현재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정치권에서 당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준희 변호사는 “NFT가 현실의 채권·채무 관계를 증명하는 전자 계약서의 기능까지 나아가는 건 너무 먼 이야기인 것 같다”며 “현실에서 이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근거도 현재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NFT는 디지털 자산에 고유성, 원본성을 부여하는 개념인데 정치권에서 디지털 자산이 아닌 계약서나 영수증에 이걸 쓴다고 하는 게 개념 자체가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 거 같다”고도 말했다. 법무법인 디코드의 조정희 변호사도 “계약서는 계약을 입증하는 자료일 뿐 그 자체가 디지털 자산이 아닌데 여기에 NFT를 발행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며 “참여한 사람들에게 기념품처럼 줄 수는 있겠지만 가상자산으로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광재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NFT의 쓰임새와 법적 지위는 보완할 부분이 많아서 후원금 영수증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실물도 함께 발행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중앙선관위와 논의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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