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휘청이는 K뷰티…매장 줄줄이 문닫고 브랜드 철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LVMH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1위 뷰티편집숍 세포라가 한국 진출 2년 만에 명동점 문을 닫았다.

LVMH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1위 뷰티편집숍 세포라가 한국 진출 2년 만에 명동점 문을 닫았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잇따라 문을 닫고, 신규 화장품 브랜드는 줄줄이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K뷰티(한국 화장품)’가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에 패션·유통업체가 무분별하게 뛰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정용진 화장품’으로 불리는 색조화장품 브랜드 스톤 브릭 사업을 지난달 정리했다. 출시 2년 만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앞서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와 헬스앤뷰티(H&B)스토어 부츠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패션 기업도 화장품 사업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코오롱FnC는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오는 31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7~8년간 많은 패션 기업이 디자인의 강점을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면서 콘셉트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전했다.

롯데쇼핑은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H&B 스토어 롭스의 가두점(로드숍) 매장을 올해 모두 철수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전국 67개 매장을 폐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리브영·롭스와 함께 ‘H&B 3대장’으로 꼽혔던 랄라블라도 수년째 적자 폭이 커지며 매각을 검토했지만, 인수자가 없어 무산됐다.

글로벌 1위 화장품 편집숍도 힘을 못 쓰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는 2019년 한국에 첫 매장을 낼 때만 해도 전날 밤부터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였지만, 2년 만에 명동 매장을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1년 만에 점포 수가 1003개에서 680개로 줄었다.

한국은 화장품 편집숍이 성공하기 어려운 유통 환경이다. 샤넬·입생로랑·디올 등 고가 수입 브랜드는 백화점 1층, 중저가 제품은 올리브영(매장 수 1259개)으로 양분화됐기 때문이다. 해외 직접구매(직구)로 빠지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트렌드랩 506 대표는 “한국 소비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화장품 쇼핑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라며 “이 때문에 편집숍 제품 구성이 차별화되지 않거나, 인터넷 최저가 보다 비쌀 경우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의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경쟁을 부추겼다. 화장품은 자체 공장 없이도 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에서 연구·개발 제조(ODM)해주거나 주문자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패션·유통업체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다 레드 오션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 패션 전문지 패션 오브 비즈니스(BOF)는 “10단계의 스킨케어, 마스크팩 등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한국 화장품 시장은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며 “K뷰티의 황금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