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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통치서 일인 통치로…시진핑 ‘21세기 마오쩌둥’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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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리 본 2022 ② 중국 시진핑 3연임

올 하반기 중국공산당(중공)은 제20차 전국 대표대회(약칭 20대·二十大)를 개최한다. 공산당 일당통치 체제인 중국에서 당 대회는 5년마다 차기 지도부를 정하는 최대 정치 행사다. 특히 20대는 미·중 패권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69) 국가주석이 ‘중국몽(中國夢)’, 즉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이 되겠다는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시점이다.

시 주석은 20대에서 3연임을 노린다. 이미 4년 전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개헌을 했다. 이번엔 67세는 최고지도부인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수 있지만 68세는 물러나는 ‘칠상팔하’의 잠규칙(潛規則·불문율)을 깨야 한다.

지난 2002년엔 장쩌민(江澤民·95)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80)에게 당권과 국가주석직, 2012년엔 후 주석이 시진핑에게 당과 국가는 물론 군 통수권까지 각각 넘겼다. 이번에 시 주석이 3연임하면 중국 정치는 종신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사후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선다.

중국공산당 20대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인사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공산당 20대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인사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총서기를 ‘동급자 중의 일인자’로 규정했던 집단지도제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시 주석은 이미 2020년 19기 5중전회(5차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중앙위원회 공작조례’를 바꿔 총서기 1명을 정치국 전체와 맞먹도록 격상했다. 임기 적용을 받지 않았던 당 주석이나 다름없다.

시 주석에겐 마오의 그림자가 보인다. 일당 통치가 일인 통치로 바뀌고 있다. 20대에 ‘새로운 마오쩌둥’이 등장한다는 비유도 나온다. 지난해 6중전회에선 1945년 마오쩌둥과 81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세 번째 ‘역사결의’를 통과시켰다.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마오 사상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렸다. 요즘 언급이 잦아진 ‘자아혁명’처럼 스스로 권력을 주고받을 ‘자아(셀프) 승계’ 절차만 남겨놨다.

20대 일정은 올여름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베이다이허(北戴河) 원로회의를 한 뒤 8월 말 정치국회의에서 확정한다. 권력 교체가 이뤄졌던 2002년과 2012년엔 11월 8일 개막했다. 올해 11월 8일엔 미국의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의 명운을 건 중간선거가 열린다.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해 ‘새로운 마오쩌둥’에 등극하는 시점에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간선거 성적표를 받아본다. 20대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20대에선 차기 지도부 선출과 함께 미래 5년의 당·정·군·사회·경제·외교 정책을 담은 정치보고를 청취·심사한다. 동북아 안보의 최대 현안인 중국발 대만 통일 로드맵이나 시간표가 나올 수 있다.

시 주석 3기 총리의 인선도 주목된다. 헌법이 연임까지만 허용한 리커창(李克强·67) 총리는 교체 대상이다. 차기 총리로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으로 분류되는 리창(李强·63) 상하이(上海) 서기, 리시(李希·66) 광둥(廣東) 성 서기가 경합 중이다. 경쟁 진영에선 왕양(汪洋·67) 정협 주석,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가 있다. 중간에 상하이방 배경의 한정(韓正·68) 부총리도 오르내린다. 시 주석이 은퇴 대상인 한정과 칠상팔하 폐지 혜택을 공유하는 타협 카드다.

5년 뒤인 2027년 74세가 되는 시 주석의 4연임을 위한 사전 포석도 필요하다. 5년 전에는 3연임의 걸림돌인 칠상팔하를 흔들기 위해 69세였던 왕치산(王岐山·74)에게 국가부주석을 약속했다. 은퇴 대상자를 명예직에 남기는 반퇴(半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역사결의’ 말미에 언급한 ‘후계자(接班人)’도 20대 주요 의제다. 익명의 당내 인사는 “시 주석은 옛 승계 시스템을 깨뜨렸다”며 “그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승계 제도는 정치 개혁에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말했다.

마오와 덩이 모두 실패했던 후계 문제의 제도화를 시 주석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은 “마오는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고, 덩은 원로 협의와 격대지정(隔代指定, 차기 아닌 차차기 후계 지정), 후 주석은 민주 추천제, 시 주석은 면담제도를 보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시 주석이 퇴임 규칙을 흔들면서 후계 선발 시스템이 작동하기 힘들게 됐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집권이 후계 선정의 제도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밍쥐정(明居正) 대만대 명예교수는 “만일 차기 상무위원 숫자까지 줄인다면 파벌 간은 물론 동일 파벌 안에서도 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다”며 “눈에 보이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날아오는 화살은 피하기 어렵다”고 권력투쟁 격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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