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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꺼짐’ 공포에 떠는 30년 된 일산신도시…연약지반 전수 조사

중앙일보

입력

고양시는 최근 일산동구 마두동 7층 건물의 지하 기둥 파손과 지반 침하를 계기로 확산하는 시민들의 안전 불안을 고려해 일산신도시 전체의 연약 지반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일산신도시는 1992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개발 30년이 됐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에 위치한 7층 규모 상가건물에서 지반침하가 발생, 지하 주차장의 기둥이 파손돼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에 위치한 7층 규모 상가건물에서 지반침하가 발생, 지하 주차장의 기둥이 파손돼 있다. 뉴스1

이재준 시장 “정부나 경기도 등과도 적극 협의”

이재준 고양시장은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즉시 일산신도시 지역 전반에 대한 연약지반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정부나 경기도 등과도 적극적으로 협의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먼저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일 고양시 마두동 상가 현장 정밀안전진단 검사. 고양시

3일 고양시 마두동 상가 현장 정밀안전진단 검사. 고양시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활용

고양시에 따르면 연약지반 조사에는 지표투과레이더(GPR) 등을 활용한다. 차량형 또는 수동형인 GPR은 전자기파를 땅속으로 쏴서 반사되는 에너지를 영상으로 해석해 지하 매설물의 위치와 심도, 공동(空洞) 등을 탐지하는 장비다. 고양시 관계자는 “일산신도시에 대한 연약지반 조사는 올해 이미 세워진 관련 예산 21억원에다 필요하면 추가 예산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차량형과 수동형 멀티채널 GPR 탐사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30분쯤 마두동 지상 7층 상가 건물의 지하 3층 기둥 일부가 굉음과 함께 파손되고 주차장 입구 도로가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건물 붕괴가 우려되자 상가 입주자와 이용객, 인근 건물 시민 등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2016년 이후 일산신도시 지하철 3호선 인근 지역에서만 지반 침하와 도로 균열 사고가 8차례 일어났다. 2019년 12월에는 백석동 알미공원 앞 5개 차로 약 50m가 2.5m 깊이로 내려앉아 차량 통행이 차단됐다.

3일 고양시 마두동 상가 현장 정밀안전진단 검사. 고양시

3일 고양시 마두동 상가 현장 정밀안전진단 검사. 고양시

고양시아파트대표회의, 중앙정부 차원 대책 촉구  

이와 관련, 고양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일 “최근 수년간 일산 마두동·백석동·장항동 일대에서 지반 침하 사고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안전진단과 항구적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채수천 회장은 “이들 지역에서 지반 침하사고가 잇따르는 점을 볼 때 이번 사고의 원인이 부실한 기둥 문제가 아니라 약한 지반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초래됐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시민 안전을 위해 땜질식 처방은 안 되며 종합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었다.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경기 고양시 마두동 상가 건물 앞. 고양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경기 고양시 마두동 상가 건물 앞. 고양시

학계에서도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장석환(토목공학) 대진대 대학원장은 “일산신도시 마두, 백석, 장항, 대화 등지의 지하철 주변 지역은 한강하구 변 연약지반 지대인 데다 한강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지역이어서 지하수 수위가 높은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지하 충적층의 깊이, 지하수위 변동, 강우 등의 기초적인 조사와 상하수도관로 노후화 등을 포함한 지반 침하와 물 순환에 대한 관계정리를 통해 지반 침하 위험지도 작성 관리와 연약지반 개량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계 “지하수 빠져나가며 지하 공간 생겼을 가능성”

그는 “특히 지난해의 경우 장마가 54일간 이어지며 지하수 수위가 높아진 상태인데 올해는 비가 적게 내리면서 지하수가 빠져나간 지하에 공간이 생긴 결과 이번과 같은 지반 침하에 이은 건물 균열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는 이와 함께 기둥이 일부 파손되고 지반이 일부 침하한 일산동구 마두동 상가건물과 주변 지반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검사를 지난 3일 시작했다. 주요 검사내용은 예비조사, 건축물 구조진단, 콘크리트 비파괴 검사, 지표투과레이더(GPR) 테스트 등이다. 건축 구조물의 균열이나 노후화, 지반침하 원인 등을 찾아내기 위해 실시한다. 정밀안전진단을 맡은 한국건설안전협회는 1개월간 건물 및 주변 지반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할 예정이다.

3일 고양시 마두동 상가 현장 정밀안전진단 검사. 고양시

3일 고양시 마두동 상가 현장 정밀안전진단 검사. 고양시

마두동 상가건물, 정밀안전진단 검사 시행  

3일엔 건축분야에서 건축구조기술사를 포함해 4명이 레이저레벨기(수평측정기)를 이용해 건물의 구조를 조사해 건물의 바닥, 보, 기둥, 벽체 등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처짐 현상이 있는지 조사했다. 토목 분야에서는 토질 및 기초기술사 등 3명이 GPR 장비를 사용해 현장 및 주변에 대해 지반탐사를 했다. 한국건설안전협회는 정밀진단 결과를 토대로 건물균열, 누수, 철골 강도, 콘크리트 중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안전대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승우(왼쪽 두번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이재준(왼쪽 세번째) 경기 고양시장이 지난 1일 붕괴 위험이 제기된 마두동 상가 건물을 살피고 있다. 고양시

이승우(왼쪽 두번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이재준(왼쪽 세번째) 경기 고양시장이 지난 1일 붕괴 위험이 제기된 마두동 상가 건물을 살피고 있다. 고양시

고양시는 4일 건물 지하 기둥이 파손되고 주변 지반이 내려앉은 일산동구 마두동 7층 건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과 함께 추가 보강 공사를 벌이기로 했다. 시는 건물 붕괴 위험 사실이 신고된 지난달 31일 긴급 보강공사를 했음에도 건물 안전 우려가 여전한 점을 고려해 이날 ‘잭 서포트’(Jack Support) 55개를 지하 2~3층에 세우고 붕괴 취약 지점에는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잭 서포트는 건축물 상부의 과다한 하중이나 진동으로 인한 균열, 파손 등 위험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평 구조물 밑에서 하중을 분산하는 역할을 하는 지지대로 철거 현장 적재물 보관장소나 중장비 등 하중이 집중된 구간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번 보강 작업이 끝나면 건물의 추가 붕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고양시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고양시는 기둥 파열과 일부 지반 침하가 발생하자 해당 건물 사용을 즉각 중지시키고 기본 안전진단을 벌이고 지하 2∼3층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긴급 보강공사를 벌였다. 또 건물 붕괴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지하 2층과 3층에 15개 사물인터넷(IoT) 센서도 설치했다. 시는 안전진단과 IoT 센서 모니터링을 통해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이르면 이달 중순쯤 입주 시설의 영업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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