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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9% '기후위기 공감'하지만…전기료 인상은 '반대'가 과반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의 한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의 한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9명은 기후위기에 공감하지만 기후 문제 해결 위한 전기료 인상엔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러한 내용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지난달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95% 신뢰수준에 ±3.1%P)을 조사한 결과,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기후위기를 체감한다는 응답 비율은 89.2%, 기후 정책 추진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향도 88.5%에 달했다. 기후 문제를 풀기 위한 전기·수소차 교체(74.4%), 탈 석탄 정책(72.3%), 대도시 내 소규모 풍력·태양광 설치(65.5%) 등에도 동의한다는 비율이 훨씬 높게 나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료 인상에선 다른 기류가 나타났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원 도입으로 전기료가 인상되는 데엔 44.8%만 동의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55.2%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원전이 없으면 전력난이 오고 전기료도 폭등할 것'이란 주장에도 절반 넘는 52.9%가 공감했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비동의(47.1%) 응답을 앞선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이성적으로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알지만,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을 보여준다. 민감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많은 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기후 정책을 충분히 추진한 뒤 전기료 인상을 설득하는 단계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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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이 환경 분야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여론도 나타났다. 올해로 세상에 드러난 지 11년 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정부가 제대로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문재인 정부 역할에 대해 잘못했다고 보는 응답자가 51.9%로 잘했다(32%)는 의견보다 많았다. 피해자 배·보상 문제를 대선 의제화하는 것엔 62.2%가 찬성했다.

기업들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이었다. 기업 ESG를 불신한다는 비율은 47.7%로 신뢰한다(37.1%)의 1.3배 수준이었다. ESG가 이른바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으로 비칠 수 있는 걸 보여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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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소장은 "산업계는 ESG가 무조건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진 않는 걸 알고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은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현 정국에서 외면받고 있는 기후·환경 공약을 제대로 마련하고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야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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