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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리뷰] 음악 저작권을 굿즈로 사는 시대 …뮤직카우에 직접 투자해봤다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나는 투자에 관심 많은 ‘초보 MZ세대 투자자’다. 평생 저축만 해오던 내가 ‘음악 저작권’에 소액투자를 시작했다. 왜 하필 음악 저작권이냐고? 여기엔 명확한 답이 있다. 최근 미국 유명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음악 저작권에 10억 달러(약 1조19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사모펀드뿐 아니라 주요 음반사들도 저작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만큼 확실한 투자처가 또 있을까. 더군다나 쉽고 간편하게 저작권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뮤직카우’가 있으니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MZ세대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 저작권을 굿즈 사듯 투자하는 이유를 서비스 기획자로서 꼼꼼히 따져 보았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음악 저작권을 여러 단위로 쪼갠 조각을 사고판다. 저작권을 구매한 음악이 수익을 내면 보유한 지분만큼 매월 수익금을 받는 구조다. [사진 이혜원]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음악 저작권을 여러 단위로 쪼갠 조각을 사고판다. 저작권을 구매한 음악이 수익을 내면 보유한 지분만큼 매월 수익금을 받는 구조다. [사진 이혜원]

뮤직카우, 어떤 서비스인지 소개해주세요.  

음원 저작권 거래 플랫폼입니다. 거래 방식은 주식과 같아요. 음원 저작권의 값을 여러 단위로 쪼개어 그 조각을 사고팝니다. 저작권을 구매한 음원이 수익을 내면 보유한 지분만큼 매월 수익금을 받습니다. 서비스는 2016년에 시작했어요. 일반인이 음악 저작권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로는 세계 최초죠. 최근에는 TV 광고를 시작으로 신규 회원 수와 거래액이 급증했어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약 71만 명이고, 거래액은 2464억원을 달성했답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세계 최초라니 흥미롭네요. 음악 저작권 거래 시장이 이전에는 없었나요.

음악 저작권을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있어요. 하지만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죠. 사실 저작권은 한 곡당 1000만원대에서 수십억대여서 개인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었어요. 산업 종사자가 아니면 거래 접근성도 좋지 않았고요. 반면 뮤직카우는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으로, 음악 저작권 거래를 도입했어요. 음악 저작권을 수천 조각으로 나누고, 경매로 거래하게 한 거죠. 대중에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작자에겐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준 셈이죠.
음악 저작권 거래 시장이 형성된 이유를 살펴보자면, 팬더믹과 연관이 있어요. 음원 수익은 방송에서 음악을 사용할 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플레이될 때, 공연에 음악이 쓰일 때마다 저작권자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틱톡이나 릴스와 같은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숏폼 플랫폼이 성장하고,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악이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자연스레 음원 수익이 늘어나면서 음악 저작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또 공연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작곡가·작사가·아티스트가 저작권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요.

뮤직카우 서비스의 첫 화면. 이벤트와 서비스를 소개하고 진행 중인 옥션을 보여준다. [사진 이혜원, 뮤직카우 캡처]

뮤직카우 서비스의 첫 화면. 이벤트와 서비스를 소개하고 진행 중인 옥션을 보여준다. [사진 이혜원, 뮤직카우 캡처]

어떤 계기로 뮤직카우에 관심 갖게 되었나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아시죠. 역주행 신화를 쓴 이 곡이 저작권 가격에서도 역주행 신화를 썼다는 뉴스를 봤어요. 2020년 말 뮤직카우에서 한 주당 2만원 중반에 거래되었는데, 최근에는 90만~10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어요. 이 소식에 뮤직카우가 궁금해서 다운로드했죠. 서비스 기획자로서는 ‘새로운 투자상품을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서비스’라는 타이틀에 호기심도 있었고요. MZ세대가 투자자의 70~80%에 달한다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어떤 곡에 투자했나요.

서연의 ‘여름 안에서’, 송가인의 ‘거문고야’, 웬디의 ‘Goodbye’의 총 3곡을 구매했어요. 경험 차원에서 10만원 정도 소액만 투자하고 살펴보는 중이에요. 막상 투자와 수익이 걸린 저작권을 사려고 하니 어려웠어요. 평소 취향대로 음악을 즐기던 것과 다른 관점에서 음악을 바라봤어요. ‘어떤 노래가 앞으로도 잘될까?’ ‘이 가격에 사는 게 적절할까?’ 등을 고민했어요. 그중 ‘거문고야’는 아티스트의 인기를 보고 구매했고, 다른 두 노래는 예전부터 좋아하는 곡이었어요.
이용자 후기를 보니 치밀하게 분석하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굿즈 사듯 투자하기도 하더군요. 만약 조용필의 노래가 올라온다면 무조건 투자하고 싶어요. 엄마가 엄청난 팬이거든요. 앞으로 리메이크될 가능성이 커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 저작권을 거래하는 방법은 기간 내 입찰가를 적어내는 ‘옥션’(왼쪽)과 주식처럼 소유권을 거래하는 ‘마켓’ 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사진 이혜원, 뮤직카우 캡처]

음악 저작권을 거래하는 방법은 기간 내 입찰가를 적어내는 ‘옥션’(왼쪽)과 주식처럼 소유권을 거래하는 ‘마켓’ 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사진 이혜원, 뮤직카우 캡처]

저작권은 어떻게 구매할 수 있나요.

뮤직카우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진행 중 옥션’이 보이고 ‘MD 추천 저작권’ ‘거래 많은 곡’ 등의 목록이 보여요.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의 일부를 사거나 거래할 권리를 허가받고 플랫폼에 올립니다. 사실 구매자는 음악 저작권이 아닌, 음원 수익을 받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사는 거예요.
먼저 경매 방식인 ‘옥션’과 주식 거래와 같은 ‘매수’를 통해 몇 주를 살지 결정해요. 옥션은 일정 기간 입찰 가격을 제출하고, 낙찰받는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가수 산들의 ‘More than Words’라는 곡이 5000주 거래될 때 한 주당 시작 가격은 2만4000 캐시(약 2만4000원)로 정해졌다고 해볼게요. 옥션에 참여하는 이들은 이 곡의 가치를 고려해서 주당 가격을 적어내는 ‘입찰’을 합니다. 상위 입찰 가격순으로 낙찰, 즉 구매가 성사되는데요. 자신이 적어낸 가격이 5000주 순위에 들어가면, 입찰한 주 수만큼 음악 저작권을 소유하게 됩니다. 음악마다 거래 주 수나 시작가는 달라요.
옥션 외에 한 주 단위로 사고팔 수도 있어요. 주식처럼 매수·매도하는 거예요. 서비스 화면도 주식 거래 서비스와 같아요. 종목명은 곡명이 되고, 현재가, 등락률, 주당 주문 수량과 가격 등을 보여줘요. 저작권자에게는 판매된 저작권 분 만큼의 수익이 제공됩니다. 어떻게 보면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이란 색다른 굿즈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유대감을 쌓는 특별한 방법이에요. 또 저작권을 통해 수익을 내는 새로운 장이 되기도 하고요.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곡들. 뮤직 카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를 충전한 후 구매하는 방식이다. 나는 10만원을 캐시로 충전한 뒤 옥션 방식으로 저작권을 구매했다. [사진 이혜원, 뮤직카우 캡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곡들. 뮤직 카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를 충전한 후 구매하는 방식이다. 나는 10만원을 캐시로 충전한 뒤 옥션 방식으로 저작권을 구매했다. [사진 이혜원, 뮤직카우 캡처]

이렇게 소유권을 분할해 판매하는 다른 거래 플랫폼이 있나요.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조각’내 거래하는데, 비슷한 플랫폼들이 더러 있어요. 나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내 월급으로 키스 해링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꿈 같은 일이죠. 하지만 투자 플랫폼 ‘테사(Tessa)’는 미술품을 펀드 방식으로 분할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줘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내 돈으로 투자하는 색다른 뿌듯함과 즐거움을 줍니다. ‘카사(Kasa)’라는 중소형 빌딩 분할 투자 플랫폼도 전에 파트너사로 만난 적이 있는데 개념은 비슷해요. 내가 몇십 억대 자산가가 아니라도 몇 만 원, 몇백 만원을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빌딩에 투자할 수 있어요.

중소형빌딩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카사’(왼쪽)와 미술품을 분할 거래할 수 있는 ‘테사’의 거래 목록. [사진 이혜원, 카사·테사 캡처]

중소형빌딩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카사’(왼쪽)와 미술품을 분할 거래할 수 있는 ‘테사’의 거래 목록. [사진 이혜원, 카사·테사 캡처]

MZ세대가 뮤직카우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의 홍보 문구 중 하나가 “이제 좋아하는 음악의 주인이 되어, 매달 저작권료를 받아보세요”예요. 투자에 익숙하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것에 적극적인 특징을 가진 MZ세대에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뮤직카우에 투자하는 것을 통해 MZ세대의 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어요.
『트렌트코리아 2022』에서 꼽은 트렌드 중 하나는 ‘머니러쉬’입니다.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뜻이죠. 지금은 월급만 가지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으니,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자산관리를 하는 것도 기본 소양인 시대가 되었어요. MZ세대에게 투자는 더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에요. 내 친구도 하고, 내가 잘 판단해 돈을 버는 도구라고 생각해서 투자가 자연스러운 거죠. 물론 손실 가능성도 있고, 공부도 해야 하지만, 특정인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에 진입장벽도 낮아졌고요.

소액투자라면 수익이 적지 않나요.

그렇겠죠. 하지만 MZ세대가 소액투자나 분할투자를 하는 것은 그들이 찾은 투자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 전 ‘욜로(YOLO)’란 말이 등장했어요. 당시에는 ‘하고 싶은 대로 살래’란 의미처럼 미래에 대한 대비도 없이 사치하고, 퇴사하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례가 주로 언급되었어요. 내가 경험한 욜로는 비싸도 먹고 싶은 커피를 마시고, 몇 개월 동안 돈 모아서 고급 호텔에 한 번 가는 정도의 사치예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좋아하는 것’ 하는 거죠. 이것의 연장선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에 투자하면서 응원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도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며 뮤직카우를 시작했다기보다는 새로운 투자처를 경험하는 관점에서 시작했어요. 물론 수익을 얻으면 더 좋죠. 하하.

서비스 기획자로서 발견한 뮤직카우의 특징이 있다고요.

거래되지 않던 상품을 거래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또 서비스 운영 방식도 흥미로워요. 특히 저작권 거래에 경매 시스템을 도입한 점에서요. 굳이 시간을 두고 경매에 참여하도록 했는지 궁금하더군요. 저작권이란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라서 무엇인지 알리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측면에서 유용한 방법이겠구나 싶었어요. 이용자들은 매일 옥션에 올라오는 음악(매물)이 다르니 계속 뮤직카우에 접속하게 됩니다. 기간도 2시간~7일로 주목성도 있을 거고요.

이용 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대형 가수의 신곡은 수급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뮤직카우의 거래가 지속되고 확산되려면 제작자와 아티스트에게도 확실한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곡을 발표하자마자 돈을 벌 수 있다면 굳이 저작권 일부를 팔 이유가 없겠죠.
그리고 음악마다 경매를 시작할 때 한 주당 시작 가격과 옥션 물량(주 수량)이 다른데요. 여기서 책정된 가치가 적절한지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는 것도 아쉬워요. 지금은 뮤직카우에서 제안하는 대로만 거래할 수 있어요. A곡은 한 주에 6만원이고, B곡은 2만원이라면 그 차이는 저작권자의 주관인지, 이전 저작권 수입에 근거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거래 금액이 최대 1000만원 단위로 이뤄져 소수가 거래를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뮤직카우가 창작자의 권리를 보상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알렸다는 점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또 주변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 찾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성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는데요. 이에 비해 투자의 위험에 대해 알리는 데는 소홀한 것 같아요. 소액이라도 투자에는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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