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일 앞으로 다가온 6·1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지역 정치권이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우위를 보이는 광주·전북과 대구를 중심으로 현직 광역단체장과 전·현직 국회의원 간 물밑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제20대 대통령 취임(5월 9일) 후 단 23일 만에 치러진다.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유리한 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각 지역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들은 “지방선거는 결국 인물 경쟁”이라며 신발 끈을 조이고 있다.
현직 단체장 잇단 출마 선언…광주·대구는 당내 경쟁 시작
권영진 대구시장(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위대한 대구시민과 함께 위대한 대구를 건설하는 사업을 완성하고 싶다”며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날 양승조 충남지사(민주당)와 이철우 경북지사(국민의힘)도 각각 도청 출입기자들 앞에서 재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3선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최문순(강원)·이시종(충북) 지사를 제외한 현역 광역단체장 12명은 대부분 재출마할 예정이다.
일단 경쟁은 각 당의 우세 지역부터 시작됐다. 민주당은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대구에서 당내 경쟁이 뜨겁다. 광주시장 경선의 경우, 이용섭 현 광주시장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리턴 매치’를 준비 중이다. 4년 전 경선에선 이 시장이 20% 포인트가량 앞섰으나, 최근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호남 특보단장에 임명된 강 전 수석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달 29~30일 실시된 광주일보·리얼미터 신년 여론조사에선 강 전 수석 32.7%, 이 시장 30.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전북지사 경선은 3파전 양상이다. 송하진 전북지사의 대항마로 김윤덕·안호영(이상 재선) 의원이 거론된다. KBS전주방송총국·한국리서치의 적합도 조사(지난달 28~30일)에선 송 지사 29.8%, 안 의원 12.3%, 김 의원 8.2% 순이었다. 김용호 국민의힘 남원임실순창 당협위원장은 3.3%를 기록했다. 전북 지역의 민주당 의원은 “이미 전북 전역에 홍보 문자가 발송되는 등 전초전이 뜨겁다”고 전했다.
반면 대구시장의 경우 국민의힘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매일신문·소셜데이터리서치가 여야 후보군 전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지난달 30일~1일)에서 국민의힘 후보군은 권영진 시장(16.4%), 김재원 전 최고위원(12.1%),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5.3%) 등이 각축을 벌였다. 민주당 후보군에선 홍의락 전 대구 부시장(11.4%), 김동식 전 김부겸 의원 보좌관(8.0%)이 선전했다.
‘오세훈 대항마’ 결정 미룬 與…경기는 여야 14명 하마평
상대적으로 대선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경기 지역은 아직 지방선거를 둘러싼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민심의 선택을 구하겠다”며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지만, 민주당은 경선 논의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일단 대선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며 “지방선거 논의, 그중에서도 서울시장 후보군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일단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격돌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리턴매치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동민·박용진·박주민 의원 등 재선 의원들이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당내 강성 당원들 사이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지사 선거는 여야 각각 7명씩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다자 구도다. 민주당에선 안민석·조정식(이상 5선)·김태년(4선)·박광온(3선) 등 중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염태영 수원시장도 다크호스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장관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언했지만, 개각 여부에 따라 유은혜 교육부총리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마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에선 심재철·정병국(이상 5선)·주광덕·함진규(이상 재선) 등 전직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임태희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과 김은혜 의원(초선) 타천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한 남경필 전 지사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남 전 지사는 “경기지사 후보군에서 아예 빼달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PK 설욕전’ 다짐하는 野…여당은 ‘제주 상륙’ 목표
수도권에 이어 PK(부산·울산·경남)도 접전지로 거론된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17시 시·도 단체장 가운데 단 2곳(대구·경북)승리에 그쳤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탈환한 부산에 이어 경남·울산까지 거머쥐어야 지방선거 승리가 가능하다.
우선 김경수 지사의 구속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남지사 후보군으론 국민의힘에서 김태호·윤영석·조해진(이상 3선)·박완수·윤한홍(이상·재선)·하영제(초선)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민주당에선 민홍철(3선)·김두관·김정호(이상 재선) 의원이 대항마로 거론된다.
민주당 소속 송철호 시장이 재선 출마 의사를 밝힌 울산도 국민의힘이 뒤집기를 자신하는 지역이다.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이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정갑윤 전 의원(5선), 박맹우 전 시장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민주당은 제주지사 선거에서 20년 만의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재선)을 비롯해, 위성곤(재선)·송재호(초선) 의원 등 제주 지역 의원 3명 모두 하마평에 오른다. 국민의힘에선 원희룡 전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안동우 제주시장,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