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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부스터, 4차 파이널, 5차 피니쉬샷"…n차 접종까지 가나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 신호탄을 쐈던 이스라엘이 4차 접종(2차 부스터샷)에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미국과 영국 등도 검토에 나섰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국내에선 4차 접종을 하더라도, 고령층 등 면역 취약자들에 한정해 일단 고려하거나 변이 바이러스에 맞게 개발한 백신으로 접종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4차 접종 대상을 기존 면역 저하자와 요양시설 거주 고령자에서 60대 이상 고령자 전체와 의료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충남의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화이자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1일 오후 충남의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화이자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스라엘은 지난 8월 3차 접종해 항체 수치가 낮은 의료진 150명을 대상으로 4차 접종 임상을 개시한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결과는 이르면 내주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데이터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확대 방침을 전격 결정한 것이다. 프랑스 등도 4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4차 접종을 강조하는 쪽에선 오미크론 변이 예방을 이유로 든다. 백신으로 확보한 항체 면역이 오래 지속하지 않는 만큼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스터샷을 맞아도 두 달 반 정도 지나면 방어력이 반감된다고 한다. 화이자로 1, 2차 기본 접종을 완료한 이후 3차 접종을 화이자로 했을 때 10주 지난 뒤 오미크론에 대한 효과는 70%에서 45%로 떨어졌다.

그러나 4차 접종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일부 과학자들은 주사를 너무 맞으면 면역체계를 피로하게 해 고령층은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신체 능력이 손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4차 접종을 하면 항체가 올라가며 방어 효과가 상승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근거로 미국과 영국 등도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4차 접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3차 접종이 2차 접종보다 효과가 있다면 4차 접종 없이도 상당기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 부회장 앤서니 하르던 교수도 “이스라엘과 상황이 다르다.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부스터샷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부스터샷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4차 접종을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또 면역력 약화(immunity waning)로 예방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 n차 접종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에서는 “4차, 5차, 6차 끝없이 맞게 될 것”이라며 3차를 ‘부스터샷’으로, 4차를 ‘파이널샷’으로, 5차를 ‘피니쉬샷’으로, 6차를 ‘디엔드샷’ 식으로 63차 접종까지 이름 붙이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3차 접종 효과와 해외 사례 등의 과학적 근거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의 감염 규모를 줄이기 위해 추가 접종의 이득이 있다”면서도 “4차 접종 대상과 시기는 다른 나라 접종 사례나 연구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또는 다른 변이에 특화된 백신으로 4차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중하게 판단하되 같은 백신을 네 번 접종하는 것보다 변이 시퀀스(염기서열)를 반영한 업데이트 백신(변이 바이러스 타깃 백신)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의료진에는 이스라엘처럼 기존 백신으로 4차 접종을 하고 일반층은 오미크론 변이 백신이 나오면 맞히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접종 상태인 고령층의 기본 접종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백신만으로 유행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명해졌으니, 중증으로 갈 이들을 보호할 전략이 필요하다”며 “젊은 층에 3, 4차를 맞히는 것보다 미접종 고령자를 더 접종하는 게 사망자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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