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 '쓰나미' 못 이겨…홍콩 3대 민주매체 모두 펜 꺾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03 18:28

업데이트 2022.01.03 18:50

“위기의 시기에 우리는 배에 탄 모든 이의 안전을 우선 보장해야 했다”(지난 2일 시티즌뉴스 고별사)

홍콩 민주진영 매체인 시티즌 뉴스의 크리스 융 사주 겸 편집국장(오른쪽)이 3일 사무실 외부에서 언론 자유 악화를 이유로 폐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민주진영 매체인 시티즌 뉴스의 크리스 융 사주 겸 편집국장(오른쪽)이 3일 사무실 외부에서 언론 자유 악화를 이유로 폐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의 민주 진영 언론인 시티즌뉴스(眾新聞)가 오는 4일부터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당국으로부터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티즌뉴스는 앞서 폐간한 빈과일보(蘋果日報)와 입장신문(立場新聞)에 이어 홍콩에서 가장 큰 민주 언론 중 하나였다.

지난 2일 밤 시티즌뉴스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시티즌 뉴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한 걸음씩 나아가려 노력하며 천천히 길을 만들었다”면서도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폭우나 강풍이 아니라, 태풍과 쓰나미(지진해일)였다. 지난 2년간 홍콩 사회가 변화하고 언론 환경이 파괴되면서 우리의 임무를 해낼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지난 2020년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는 등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이 본격화되면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티즌뉴스를 창간한 크리스 영 전 홍콩 기자협회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구성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현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지난주 입장신문이 경찰에 압수수색 당하는 것을 보며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빈과일보,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서 근무하던 중견 언론인들이 모여 창간한 시티즌뉴스는 지난 2017년 1월 “저널리즘의 전문적인 정신을 계승하고 대중과 대중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보도를 이어왔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국가안전처 소속 경찰이 민주진영 입장신문(立場新聞)의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을 체포해 연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국가안전처 소속 경찰이 민주진영 입장신문(立場新聞)의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을 체포해 연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홍콩 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에선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이 이뤄지며 민주 진영 언론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6월 빈과일보가 마지막 호를 발행하며 폐간한 것에 이어, 지난달 29일 경찰이 입장신문 사옥을 압수수색 하고 전‧현직 편집국장 등 간부 7명을 체포한 직후 입장신문도 폐간을 발표했다. 이후 나흘 만에 시티즌뉴스도 폐간을 결정한 것이다.

시티즌 뉴스의 폐간 결정에 대해 영국으로 망명한 홍콩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羅冠聰)는 “홍콩 정부는 언론인들을 기소하는데 50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식민지 법을 들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홍콩 특별행정구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AFP=뉴스1]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홍콩 특별행정구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AFP=뉴스1]

지난달 31일 홍콩 프리프레스에 따르면 청푸이퀀 전 입장신문 편집국장은 영국 식민지 시절 입법된 ‘형사 죄행 조례’ 위반(출판물을 이용한 선동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지난 1910년대 홍콩이 영국 식민지일 당시 반식민주의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일부 남아있는 조례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지난해 9월 “홍콩 정부가 더 자극적으로 보이는 보안법을 적용하는 대신 식민지 시대의 조례로 눈을 돌려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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