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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감시센터도…공수처와 '대립각' 시민단체 통신조회 당해

중앙일보

입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을 고발하는 등 대립각을 세운 시민단체 대표들이 잇따라 공수처로부터 통신 내역을 조회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수처는 수사 대상 조사 중 이뤄진 “합법적인 절차”라고 해명했지만,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등에 이어 공수처에 비판적인 시민단체까지 통신내역 조회 대상이 되면서 ‘사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통신자료조회 내역. 본인 제공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통신자료조회 내역. 본인 제공

김진욱 처장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도 '통신 조회'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의 통신자료(이름·주민등록번호 등)를 8월 6일, 10월 13일 두 차례 조회했다. 윤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와는 통화한 적 없다”며 “김진욱 처장 고발 건으로 기자들과 통화했을 뿐인데 공수처가 자신의 기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기자들의 취재원을 색출하려는 의도 아니냐”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앞서 김진욱 처장을 지난 4월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윤 대표는 김진욱 처장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조사할 때 자신의 관용차를 타게 해준 것이 뇌물에 해당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공수처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에 대해 사찰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특정인을 찍어 조회한 게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되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통화 기록을 조회하다가 통화 상대방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의심받는 공수처 '정치 중립'… 사찰논란 가열

하지만 공수처와 껄끄러운 관계의 시민단체 대표가 통신 내역 추적을 당한 건 윤 대표가 처음이 아니다. 공수처는 주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 등을 통해 현 정부를 견제해 온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이종배 대표에 대해서도 지난 8월 2일, 6일 두 차례에 걸쳐 통신조회를 실시해 통신사로부터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신상 정보를 파악했다. 공수처의 설명대로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절차라 하더라도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주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시민단체 대표, 야당 인사를 중심으로 통신 조회가 이뤄지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확인된 것만 언론인 162명을 포함해 야당 정치인, 민간인 등 모두 289명을 대상으로 통신 조회를 했다.

공수처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 해명한 논리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 관행상 불가피함을 앞세우지만,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가 외부 비판 의견을 억누르고 결과적으로 시민단체, 언론 등의 권력 견제 기능이 약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지금은 수사기관이 편의상 누구의 통신 자료라도 떼서 신상을 파악할 수 있다”며 “통신자료 조회 역시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을 의무화해서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수사기관도 부담을 느껴 최소한으로 조회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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