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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대통령 "나토가입 가능"…우크라 긴장 속 러시아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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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핀란드 정부 제공=연합뉴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핀란드 정부 제공=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0만 병력을 배치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북유럽 중립국인 핀란드에서 “언제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 나왔다. 나토의 동진(東進)을 막겠다며 미국과 연일 대립각을 세워온 러시아가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핀란드 대통령·총리 “나토 가입할 수도”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에서 “핀란드는 언제든지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다”며 “핀란드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에는 군사적 동맹과 나토 회원국 신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산나 마린 총리 역시 별도의 신년사에서 “모든 국가는 안보 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FT는 핀란드처럼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중립국인 스웨덴 역시 최근 중립 노선에서 벗어나 나토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도 나토에는 참여하지 않아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과거 1939~40년 구 소련과 치른 ‘겨울전쟁’에서 패했던 기억이 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고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엔 미국의 유럽원조계획인 마셜 플랜을 거부하고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하면서 핀란드의 기조가 달라졌다. 당시 러시아 전투기들이 핀란드 영공을 자주 침범하는 등 군사력을 과시하자 핀란드로서도 안보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스웨덴 역시 러시아가 2013년부터 자국을 위협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러시아 잠수함이 스톡홀름 인근 해역에서 포착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찍힌 위성사진. 크림반도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찍힌 위성사진. 크림반도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나토 동진 막겠다” 러시아 의도와 정반대 결과

러시아는 두 나라의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26일 성명을 통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는 적절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심각한 군사적·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의 ‘나토 가입 가능성’ 발언은 러시아가 경고 메시지를 낸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FT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임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만약 핀란드가 실제로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와 서쪽 국경을 맞댄 나라 중 벨라루스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나토 회원국이거나 영향권(우크라이나)에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켜 미국에 “나토의 동진 금지를 확약해달라”고 압박해온 러시아의 의도와는 정반대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강력한 대응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지 사흘 만에 러시아에 재차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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