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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배송'에 택배 40만개 멈췄다...사회적 합의 6개월만에 택배 파업 왜?

중앙일보

입력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 택배가 쌓여 있다. 뉴시스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 택배가 쌓여 있다. 뉴시스

전국택배노동조합의 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가 지난달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부터다. 파업으로 인해 물류 대란 등 최악의 상황은 빚어지지 않고 있지만 파업에 동참한 택배기사는 1500여명으로 하루 40만개 수준의 택배 배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3일 “파업 영향권에 있는 물량은 하루 배송 물량의 4% 수준에 불과해 물류 대란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물류 대란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 CJ대한통운 한 대리점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전체 물류 70~80%를 책임지는 수도권에선 파업 참여자가 적어 물류 대란으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류 대란 가능성은 적지만 택배에 기대 사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파업 후폭풍으로 발생한 반송 및 배송 불가로 피해를 봤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6월 택배 노사는 물론 정부가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했다. 그런데도 반년 만에 다시 갈등이 빚어진 이유는 뭘까. 역설적이게도 이번 파업의 원인은 지난해 마련된 사회적 합의에 있다. 사회적 합의문에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0시간 이내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게 표준계약서와 부속합의서다.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CJ대한통운 지점에 택배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CJ대한통운 지점에 택배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노사·정부 참여한 사회적 합의가 파업 빌미

표준계약서가 필요한 이유는 택배기사의 고용 형태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각각 계약을 맺고 일한다. 학습지 교사와 보험설계사 등이 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택배노조가 문제로 삼고 있는 건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에 포함된 당일 배송이란 문구다. 당일 배송은 상품 집화 요청을 받은 당일에 상품을 수거하고, 택배를 인수한 당일에 고객에게 배송하도록 정한 것이다.

택배노조는 “당일 배송을 유지하면 과로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CJ대한통운 대리점협의회 등은 “노동시간 60시간 이내로 한다는 원칙이 우선”이라며 “출차 시간보다 늦게 들어오는 물품을 배송하지 않는 사례가 있어 원칙을 세우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지난해에만 4차례 파업을 벌였다. 택배 파업이 잦은 것도 여타 사업장과 다른 고용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조정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야 한다. 택배기사가 주축이 된 택배노조는 대리점별로 교섭을 진행하기에 쟁의행위 결정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해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문 발표식에서 합의문을 들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해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문 발표식에서 합의문을 들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소상공인들만 피해"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건 택배 대리점이다. 서울 시내 CJ대한통운 한 대리점 대표는 “택배는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대부분 소상공인”이라며 “사회적 합의 반년 만에 결정한 파업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소상공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배송 물량을 6000개로 제한하겠다는 건 택배노조가 거부했다”며 “배송 물량 제한은 받을 수 없고 당일 배송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장은 “당일 배송은 택배 서비스가 시작된 후 CJ대한통운과 경쟁사 등 택배사가 고객들과 지켜오고 있는 일종의 약속이자 원칙”이라며 “이런 원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이를 빌미로 한 파업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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