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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큰 공룡 결국 멸종"…위기감 커진 금융지주 신년사

중앙일보

입력

5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을 주요 목표로 꼽았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5대 금융지주의 위기감은 여전했다. 지난해 말 증시에 상장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 금융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존 금융사를 앞지르는 등 변화의 조짐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카카오페이(23조140억원)와 카카오뱅크(28조340억원)로, KB금융(22조8690억원), 신한(19조110억원), 하나(12조6250억), 우리(9조2460억) 등을 앞질렀다.

시중은행 ATM. 연합뉴스

시중은행 ATM. 연합뉴스

윤종규 “가계대출 성장 제한 예상…기업금융서 성장 모색”

윤종규 KB금융회장은 “KB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 KB가 얼마나 가치 있고, 잘 준비된 조직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증명해 나가자”고 말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해 본원적 수익기반을 공고히 하고, 견실한 내실 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가계대출에서 성장 제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금융과 캐피탈 마켓 영역에서 더욱 힘을 모아 성장 활로를 모색해나가자”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 간의 간담회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고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지주 회장. 뉴스1

지난 9월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 간의 간담회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고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지주 회장. 뉴스1

조용병 “신한 창업 40년, 재창업 각오 나누자”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신한을 창업한 지 40년이 되는 해”이라며 “도전을 상징했던 지난 40년의 역사를 모두의 자부심 삼아 일류(一流)를 향한 재창업의 각오를 함께 나누자”고 밝혔다. 조 회장은 “고객 중심과 금융보국의 창업 정신 위에 혁신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문화를 쌓아 대전환의 여정을 완성하자”고 했다.

조 회장은 “디지털 문화를 중심으로 금융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말했다.

김정태 “우리만의 강점 업그레이드 해 경쟁자들과 맞서야”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은 “(그동안의) 눈부신 성과로 ‘변화의 쓰나미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해 점차 변화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며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無事安逸)해지고, 대마불사(大馬不死)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원점에서 우리의 역량을 다시금 설계하고, 전사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금융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우리만이 가진 강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프라인 채널과 기업 금융 등의 강화를 대안으로 꼽았다.

5대 금융지주 순이익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 순이익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금융지주]

손태승 “민영화 원년, 전 임직원 힘 모아 더 큰 기회로”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손 회장은 “완전 민영화 원년을 맞이한 우리금융그룹이 전 임직원의 힘을 모아 거침없이 큰 바다로 나아가면 더 큰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빅테크나 인터넷은행들은 금융플랫폼으로서 기존의 금융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기존 금융회사들과 그야말로 하루 단위의 디지털 혁신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금융업의 장벽이 허물어져 버린 지금 시대에 기존의 틀 안에 갇힌 작은 변화 정도로는 시장에서 더 이상 생존력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출범 10주년…새로운 청사진 그리는 한 해”  

손병환 NH농협회장은 “올해는 농협금융 출범 1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1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으로 경기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며 “금융산업은 금융업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다양한 사업모델 허용과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시대와 함께 종합금융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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