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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이룰 수도"...'오미크론 폭발' 이스라엘의 '슬픈 예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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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스라엘에서 앞으로 오미크론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코로나19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나흐만 아쉬 이스라엘 보건부 최고책임자는 "오미크론 환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은 집단 면역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달 말 누적 감염자 최대 400만 명 될 수도" 

이런 그의 관측은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 예측 모델링 결과를 근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오미크론 확산의 영향으로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는 2만~5만 명 넘게 치솟고, 이달 말까지 누적 감염자가 200만~4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 인구 약 870만 명인 나라에서 최대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단 의미다. 이스라엘의 최근 3일 평균 하루 감염자는 약 5000명이고, 지금까지의 누적 감염자는 약 135만 명이다.

집단 면역은 인구 상당수가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된 상태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많은 수의 예방 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집단 면역을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달성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와 높은 접종률 결과 지난해 5월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까지 떨어지며 전 세계에 희망을 안겼다.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지난해 9월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넘게 치솟았지만, 발빠른 부스터샷(3차 접종) 효과로 하루 확진자가 지난해 11월 다시 300명대로 떨어져 기대감은 남아 있었다.

"감염 통한 집단 면역 달성도 보장 안돼"  

하지만, 델타보다 전염력이 2~3배 강한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자 '백신 선도국' 이스라엘에서 감염 폭증으로 인한 집단 면역 달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쉬 책임자는 "상승 추이를 볼 때 확진자는 분명히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 달성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따라서 집단 면역이 백신 접종을 통해 이뤄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60세 이상과 의료진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아쉬 책임자는 "4차 접종이 대규모 감염을 예방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충분한 지식이 없다"고 인정했다.

이스라엘에서 지난달 31일 면역 저하자를 상대로 4차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지난달 31일 면역 저하자를 상대로 4차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앞서 기존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오미크론을 막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바 있다. 이스라엘 정부 자문위원회의 4차 접종 권고에도 아쉬가 이끄는 보건부는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4차 접종의 효능과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의료진 150명에게 네 번째 백신을 놓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아직 이 임상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지만, 확진자 급증이 예측되자 이스라엘 당국은 면역 저하자에 이어 전격적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 달성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나왔다. 살만 자르카 이스라엘 보건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팀장은 현지 언론에 "집단 면역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사람들이 재감염된 것을 본 경험에 비추어 집단 면역 전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도 "감염 막을 방법 없어"…백신 접종자 격리 면제  

상황이 이렇자 이스라엘 정부는 일상 생활을 유지하면서 위중증 환자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방역 정책을 내놓고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2일 대상자들에게 4차 접종을 촉구하면서 "큰 감염 파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다만 좋은 소식은 세계적인 사례를 볼 때 백신 접종을 하면 위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예방 접종자들은 일상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2일 대상자들에게 4차 접종을 촉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2일 대상자들에게 4차 접종을 촉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백신 접종자는 확진자를 접촉했어도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자가 격리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전까진 확진자 접촉시 7일간 격리하고,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만 격리가 해제됐으나 앞으론 이런 규정을 백신 미접종자들에게만 적용한다. 이는 확진자 급증이 예상됨에 따라 일상 생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 당국은 오미크론 유입 예방 차원에서 내렸던 미국·영국 등 15개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도 이번 주에 해제할 방침이다.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에 이미 오미크론이 확산한 상황에서 해외 유입을 막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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