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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여당발 ‘김포공항 이전’ 논란...승객불편 크고 인천공항도 감당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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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활주로. [뉴스 1]

김포공항 활주로. [뉴스 1]

 김포국제공항의 시작은 1939년 일본군이 당시 경기도 김포군 양서면 방화리(현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건설한 활주로였다. 일본군의 비행 훈련장으로 쓰이다가 1945년 광복 이후엔 미군 비행장으로 사용됐다.

 김포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지정된 건 1958년으로 서울 여의도공항에서 뜨고 내리던 국제선이 옮겨왔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시설 면에서 김포공항이 제대로 모습을 갖춘 건 1971년 국내선 신청사가 준공되면서부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김포공항은 규모 면에서 획기적으로 성장한다. 국내선 터미널과 국제선 제1 터미널, 국제선 제2 터미널 등 3개의 여객터미널을 갖췄다.

 39년 일본군의 활주로가 시초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시행된 해외여행 자유화는 공항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공항 수용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였다. 확장이 절실했지만 공항 주변까지 주거지역이 넓어진 데다 항공기 소음 피해를 고려한 커퓨타임(야간 운항제한) 등의 제약으로 여의치 않았다.

해방 직후 김포비행장 모습. [출처 위키백과]

해방 직후 김포비행장 모습. [출처 위키백과]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1990년대 인천국제공항 건설이 착수됐다. 하지만 인천공항 개항(2000년 3월)은 김포공항으로선 큰 시련이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28개국 70여개 도시를 오가던 국제선이 모두 인천공항으로 이전한 탓에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3년 일본 도쿄의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국제선이 열리면서 숨통이 다시 트였다. 이어 2007년 중국 상하이(홍차오공항), 2008년 일본 오사카(간사이공항), 2011년 중국 베이징(서우두공항), 2012년 대만 타이베이(쑹산공항) 노선이 잇따라 열렸다.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공항으로 자리 잡으면서 2019년엔 운항편수 8만여회에 여객 1500만명을 기록했다. 2년 전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제주노선 등 국내선이 선전해 그나마 버티고 있다. 국제선이 모두 끊긴 지난해에도 국내선 여객은 1000만명을 넘었다.

 여당발 이전 설로 존폐 위기  

우여곡절을 겪으며 8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온 김포공항이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설지도 모를 상황을 맞고 있다.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포공항의 인천공항 이전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 보도에 따르면 당내 일부 반대 등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방안이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중순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김포공항 이전을 부동산 공급대책의 핵심으로 사실상 낙점했다고 한다.

차량으로 가득한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 [연합뉴스]

차량으로 가득한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 [연합뉴스]

 730만㎡에 달하는 김포공항 터에 20만~30만호의 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면적으론 위례신도시 급이다. 김포공항을 옮기면 서울 강서ㆍ양천, 인천과 경기 부천 지역의 고도제한에 따른 개발 제한과 소음 문제도 해결돼 서남권 개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는 "이기려고 선거하는 것이다. 김포공항 공약을 내실 있게 준비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조만간 민주당이 김포공항 이전 등을 포함한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공항 떠난 자리 주택 30만호  

하지만 김포공항 이전은 결코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여행객의 불편이 커지고, 항공산업에 미칠 부작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김포공항이 인천공항으로 옮겨가면 국내선 승객은 현재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

 여당 내에서도 "제주도 가기 위해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느냐"는 우려가 나왔을 정도다. 지역에 따라선 실제 비행시간보다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김포공항의 장점을 살려 운영 중인 전용기 전용 SGBAC 터미널. [강갑생 기자]

김포공항의 장점을 살려 운영 중인 전용기 전용 SGBAC 터미널. [강갑생 기자]

 비즈니스 중심공항으로서의 위상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김포공항은 뛰어난 도심접근성, 짧은 출입국 동선 등 강점이 많다"며 "만약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 이런 경쟁력이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의 국내선 수요를 다 감당하기도 어렵다.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 시설 확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항공기가 오가고 이착륙할 수 있는 공역과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가능 횟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객 불편, 공항 경쟁력 추락”

 휴전선과 공군 훈련 등의 영향으로 지금도 인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가 다닐 수 있는 하늘 공간이 좁은 데다 이를 넓히기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노선 감축이 불가피하다. 김경욱 인천공항 사장도 "김포공항 수요를 인천공항에서 전부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수많은 일거리를 창출할 미래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도심항공교통(UAM) 구축에도 큰 지장을 줄거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공항공사는 한화시스템, SK텔레콤 등과 함께 김포공항을 UAM 허브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포공항에 진행된 UAM 기반 수도권 공항 셔틀 실증 장면. [연합뉴스]

김포공항에 진행된 UAM 기반 수도권 공항 셔틀 실증 장면.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말 3조원을 들여 김포공항 일대에 UAM 이착륙장을 만들고, 항공 관련 업무ㆍ교육시설과 모빌리티 혁신사업 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의 도시재생뉴딜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포공항이 옮겨간다면 모두 허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공항을 짓기는 쉬워도 제대로 키우기는 정말 어렵다. 무안·양양 등 여러 공항의 사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칫 표 계산만 앞세우다 어렵게 일궈놓은 공항의 경쟁력을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보다 깊이 있는 검토와 고민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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