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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교육은 업무연장 vs 개인성장…대표와 직원의 동상이몽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36)  

오후 6시 5분, P대표는 사무실을 둘러봤다. 퇴근 시간 6시가 지나자 모니터는 이미 꺼져 있고, 직원들의 자리는 텅 비었다. 오늘은 월급날이다. P대표는 텅 빈 사무실에서 오늘 지출된 급여의 총금액과 쉽게 오르지 않는 회사의 매출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6개월 전, 나름 높은 연봉계약을 하고 채용한 개발자는 어제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 사유는 ‘이직’이었다. 인사 팀장에게 자세한 사유를 물어보니, 그 직원은 업계 최고의 연봉을 자랑해 개발자들에게 인기 있다는 회사로 이직한다고 했다.

지출된 급여 총금액과 오르지 않는 매출을 보고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본 결과, 사장과 직원은 조직 문화 전반부터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진 Pixabay]

지출된 급여 총금액과 오르지 않는 매출을 보고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본 결과, 사장과 직원은 조직 문화 전반부터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진 Pixabay]

P대표는 고민 끝에 각 팀장들을 불러서 답답한 현재 상황에 대해 점검하고자 했다.

“서비스개발 팀장, 새로운 서비스 출시는 잘 준비되고 있나요? 예전에는 출시 직전에 야근이나 초과 근무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일정에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인사 팀장, 요즘 직원들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퇴사하는 경우가 꽤 많네요. 회사 안정에도 문제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도 한 직장에서 2~3년은 일해야 어디 가서 경력을 쌓았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나요?”
“마케팅 팀장, 직원들이 외부기관에서 교육받기를 원한다고 했는데, 교육은 직원 개인 시간을 좀 투자해도 될 듯한데, 꼭 근무시간 중에 교육을 받는 방법밖엔 없나요?”

팀장들로부터 P대표와의 회의 내용을 들은 직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9시까지 출근해서 일하고 6시에 퇴근하는데, 대표님은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시지? 업무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은 근무 시간 외에 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봐.”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거? 평생 직장? 에이, 요즘은 능력 있으면 계속 연봉 높여서 이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직원들이 교육받는 건 당연히 근무 시간 내에 받을 수 있도록 회사에서 허락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업무에 필요한 교육이니까, 교육도 업무의 연장이지.”

이렇게 P대표와 직원들은 조직 문화 전반에 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칼퇴 vs 즉퇴

P대표와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의 개념부터 다르다. 사장이 생각하는 9시 출근은 ‘9시에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며, 9시 업무 시작을 위해서는 각 개인에게 필요한 업무준비 시간만큼 일찍 회사에 도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직원들은 ‘9시까지 출근해 자리에 앉으면 된다’는 의미다.

6시 퇴근 역시 ‘최소한 6시까지 일을 하고 이후부터 퇴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P대표와는 달리, 직원들은 ‘칼퇴’ 대신 ‘즉퇴’라는 말을 사용한다. ‘칼같이’ 퇴근하는 게 아니라 ‘즉시’ 퇴근한다는 의미로, 퇴근해야 할 6시 정시에 바로 퇴근을 한다는 뜻이다. 과거 P대표가 사원, 대리였을 때처럼 상사보다 무조건 일찍 출근하고, 무조건 늦게 퇴근해야 하는 조직 문화도 바뀐 지 오래다.

진득하게 vs 연봉 점프

오후 6시가 넘으면 텅 빈 사무실. 출퇴근 시간, 근속 기간, 교육도 생각이 달랐다. 직원들은 '워라밸'을 지켜주는 회사를 원한다. [사진 Pixabay]

오후 6시가 넘으면 텅 빈 사무실. 출퇴근 시간, 근속 기간, 교육도 생각이 달랐다. 직원들은 '워라밸'을 지켜주는 회사를 원한다. [사진 Pixabay]

P대표는 한 직장을 오래 다니며 소위 과·차장도 달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을 능력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직원 채용 시 잦은 이직 경력이 적힌 이력서를 볼 때, ‘끈기가 부족하거나 꾸준히 회사 다니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인가’, ‘그래도 한 직장에서 몇 년은 일해야 경력이 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한편, 직원들에게는 이직을 자주 하더라도 계속 연봉을 높여 인정받는 것이 능력이다. 잦은 이직 경력이 있는 지원자에 대해서도 ‘내 능력으로 연봉을 높여 자주 이직한 것뿐, 회사는 근속 기간보다 직무 중심, 능력 위주로 직원을 채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개인의 성장 vs 업무의 연장

직원이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직원과 P대표의 의견이 다르다. P 대표는 ‘아무리 업무 관련 교육일지라도 직원 개인의 성장을 위한 교육이기도 하므로, 업무 시간 외 필요하면 개인 시간을 투자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직원들은 ‘업무 관련 교육도 업무의 연장이므로, 당연히 근무 시간 내에 교육받는 것을 회사가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퇴근 후 혹은 주말 시간에 업무 관련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워라밸’을 지켜주지 않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간, 근속 기간, 교육 등 직원들과 생각이 너무 다른 P대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며 관리해야 할까?

성과 중심, 효율성 위주의 조직 관리

근무 시간에 비례해 업무 성과가 나오고, 회사 이익이 늘어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시간과 비용은 최대한 적게 들이고, 성과는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따라서 성과 중심, 효율성 위주의 조직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즉, 절대적인 근무시간보다 직원들이 업무와 성과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결국 리더는 전 직원과 업무별 단기·장기적인 성과 목표를 분명히 공유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한 데에 집중해야 한다.

직원에 대한 투자, 동기부여 강화

많은 대표가 ‘연봉이 더 높은 회사로 이직하는 직원이 퇴사하는 건 막을 수 없다’는 고민을 한다. 그러나 높은 연봉 외에도 능력 있는 직원의 장기근속을 독려하는 다양한 보상이 있다. 대표적으로 성과를 달성했을 때 격려금을 주거나, 직원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거나, 리더가 직원을 인정하며 신뢰하는 정서적 지원을 하는 방법이 있다. 직원에 대한 투자,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와 조직에 대한 투자다. 업무 의욕이 높고, 훌륭한 역량을 갖춘 직원들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비전 제시

현재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향후 20~30년간 조직 내에서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밀레니얼 세대가 ‘일하고 싶은 회사’의 요건으로 꼽는 요소가 있다. 바로 ‘자기개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다. 평생직장을 대신해 평생 직업·직무라는 말이 생겼듯, 점점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길 희망한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비전 제시’다. 따라서 리더는 성과 목표 달성과 적절한 보상, 직원에 대한 투자와 동기부여 등의 방법을 통해 ‘우리 회사는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하는 조직’이라는 비전을 꾸준히 제시해야 한다.

평생직장을 대신해 평생 직업·직무라는 말이 생겼듯, 점점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길 희망한다.[사진 pxhere]

평생직장을 대신해 평생 직업·직무라는 말이 생겼듯, 점점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길 희망한다.[사진 pxhere]

물론 이들 방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누가 옳고 틀리다가 아닌, ‘다름’과 ‘변화’의 시각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기 위한 제안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관도 달라졌다.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수하며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도 있다. 점점 더 많은 회사가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성 있게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느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기업에 최적화한 효율적 업무 방식을 통한 탁월한 성과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참 어려운 시기다. 대표로서 내 사업을 하거나, 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때론 달리는 열차에 탑승해 있는 것과 같다. 내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도 있고, 아무리 달려도 제 자리에 있는 것 같아 맥이 탁 풀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발전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모든 사장님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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