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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인공와우 수술 후유증 거의 없어, 제때 치료 받으면 난청 고통서 해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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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최병윤 교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뇌까지 퇴화한다”며 보청기·인공와우 등 난청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최병윤 교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뇌까지 퇴화한다”며 보청기·인공와우 등 난청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인공와우 수술은 가장 확실한 난청 치료법이다. 수㎜의 얇은 전극으로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보청기로도 살리기 어려운 청력을 되찾아준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수술 방식·장치의 개선, 체계적인 진단·관리의 도입으로 치료 성공률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적절한 때 치료하기만 하면 누구나 난청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난청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청력이 떨어지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소아는 언어 발달이 제대로 안 돼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성인 역시 소통의 단절로 인해 고립감과 우울증을 경험하기 쉽다. 또 다른 문제는 뇌 기능 저하다. 극심한 청력 저하는 대부분 달팽이관(와우)의 문제로 인한 감각 신경성 난청으로 자연 치유가 어렵다.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면서 청력을 담당하는 부위는 물론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줄어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퇴화하게 된다.”
감각 신경성 난청은 어떻게 치료하나.
“청력이 남아 있을 땐 소리를 키우는 보청기를 쓴다. 달팽이관의 기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데 이때는 인공와우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기준은 소리의 크기(데시벨·㏈)와 어음 변별력이다. 특히 말소리를 구분하는 어음 변별력은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단서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남’을 ‘밤’으로, ‘길’을 ‘일’로 듣는 등 자음을 구분하기 어렵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 내용의 40~50% 이하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음 변별력은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검사가 가능하다. 또 가족 중에서 난청 환자가 많다면 유전자 검사로 인공와우 수술 시기를 결정하기도 한다.”
유전자 검사가 왜 필요한가.
“난청은 소음·약물 등 환경적인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동일한 환경에서도 사람마다 청력 손상 정도가 다른 이유다. 심각한 감각 신경성 난청에서 소아는 70~80%, 성인은 절반가량이 ‘난청 유전자’를 갖고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청력이 단기간에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보청기의 효과가 작을 것이라 판단되면 인공와우 수술을 우선 고려하는 게 환자에게 이익일 수 있다.”
인공와우 수술은 위험하지 않나.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을 대신해 가는 전극으로 전기신호를 전달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치료다. 이미 30년 이상 시행된 난청의 표준 치료로 대개 2시간 정도면 수술이 완료되고 후유증도 거의 없다. 많은 난청 환자가 뇌 수술이라고 오해하지만 전혀 아니다. 중이염이 동반되지 않으면 고막도 건드리지 않는다. 오직 기능이 떨어진 달팽이관·청신경만을 정밀 치료한다.”
수술 과정이 궁금하다.
“귀 뒤쪽에 손으로 만져지는 뼈(유양동)를 갈아 곧장 달팽이관으로 접근한다. 종전에는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 달팽이관에 직접 구멍을 뚫었지만 요즘은 원래부터 나 있는 구멍(정원창)을 이용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충격·소음으로 인한 청력 손상을 예방하는 한편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와우 전극의 발전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변화다.”
인공와우 전극은 어떻게 개선되고 있나.
“인공와우 전극은 크게 달팽이관 내에서 바깥쪽을 도는 ‘외측 일자 전극’과 안쪽의 축을 중심으로 도는 ‘와우축 전극’으로 구분된다. 외측 일자 전극은 두께가 얇지만 일(一)자 형태라 벽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정원창을 활용할 수 있어 주변 조직 손상이 덜하지만 청신경과 연결된 와우축과 떨어져 있어 효율적으로 청신경을 자극하기 어렵다. 와우축 전극은 정반대다. 두께가 다소 굵어 달팽이관에 구멍을 뚫은 후 삽입해야 하지만, 자연스럽게 휘어져 청신경에 가깝게 위치시킬 수 있다. 각각의 특징이 다른 만큼 지금까지는 청력이 어느 정도 남은 환자는 외측 일자 전극을, 선천적으로 청신경이 가늘거나 노화가 심한 환자는 와우축 전극을 쓰는 등 양자택일해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 장치가 두 전극의 단점을 보완한 ‘얇은 와우축 전극’이다. 정원창을 이용하면서도 청신경에 가깝게 위치시킬 수 있어 잔존 청력, 청신경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도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한데.
“인공와우 수술을 한 뒤에는 청신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전류의 양·강도를 조절하는 ‘매핑(mapping)’ 작업을 진행한다. 기존에는 상처가 아물기까지 2~3주가 소요됐지만 수술 방식·장치가 진화하면서 이제는 24시간 내 매핑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런 ‘조기 매핑’은 일상 복귀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치료 완성도를 높이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수술 후 매핑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극 주변에 섬유화가 진행해 전기적 저항값(임피던스)이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배터리가 빨리 닳고 소리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우리 병원과 가천대 길병원의 공동연구(사이언티픽리포트, 2021) 결과,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수술한 뒤 조기 매핑을 시행한 환자는 2~3주 후 매핑을 시행한 환자보다 초기 임피던스가 더 낮게 유지됐고 안정화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도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암도 말기에 수술하면 효과가 없듯, 인공와우 수술도 뇌가 퇴화한 후 시행하면 만족도가 떨어질뿐더러 재활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난청이 의심된다면 늦기 전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 후 보청기·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길 바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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