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피 빼고 다 올랐네…심상찮은 새해 물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2.5% 올랐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사진은 장을 보는 시민들. [뉴스1]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2.5% 올랐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사진은 장을 보는 시민들. [뉴스1]

새해 벽두부터 유통·식품업체들이 소비재 가격 인상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0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물가 상승세가 최소한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육류 가격은 10~20%가량 더 뛸 것으로 예상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가공식품 가격은 새해 첫날부터 줄줄이 올랐다. 편의점 동원 양반죽 가격이 15% 인상됐고, 매일유업 컵커피 가격은 200원 올랐다. 코카콜라와 hy(옛 한국야쿠르트)가 판매하는 편의점 야쿠르트도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글로벌 가구 회사 이케아코리아는 이달부터 전체 제품의 20%에 해당하는 수납장·침대·식탁·러그 가격을 평균 6%가량 올리겠다고 나섰다.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과 반스 운동화도 일부 품목의 가격을 최대 32% 인상했다.

업체들은 원재료비·물류비·인건비 등 제반 비용 증가로 불가피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악화 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 환경과 더불어 국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까지 겹치며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 압박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년 전보다 가격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년 전보다 가격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 밥상 물가는 비상이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끈 건 4.6%가 오른 생활물가다. 생활물가지수는 가계 소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으로만 구성돼 있어 밥상물가 또는 체감물가로 불린다. 특히 외식물가는 4.8%가 올랐다. 2011년 9월(4.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조사대상 40개 중 39개 외식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특히 갈비탕값은 10%나 뛰었다. 유일하게 가격이 안 오른 품목은 커피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확산하고 카페 매장 수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덕이다.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이미 15~20%가량 오른 육류(국내산·수입산 포함) 가격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사룟값 증가와 더불어 팬데믹 장기화로 글로벌 육류 수요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수입 채소·과일도 가격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상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이 예년보다 14% 줄었다. 채소류도 이상 기후로 인해 가격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업체가 양상추 대란을 겪었던 게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곡물 가격이다. 미국 옥수수 가격의 경우 지난해 약 45% 올랐다. 농축산물 무역거래 플랫폼 트릿지의 장혜선 연구원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 곡물가 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강세 현상인 애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인한 밥상 물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세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고민거리다. 외신 역시 미국 밥상 물가가 올해도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CNN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식료품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팬데믹 기간 생필품난을 겪은 소비자가 저장 가능한 식품은 우선 쌓아두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