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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품귀로 신차 늦어지자, 중고차값도 29% 치솟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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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차량 반도체 생산 기업 인피니온의 반도체 재고 확인 홈페이지. 북미는 물론이고 유럽·아시아·일본에서도 재고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품귀다. [사진 인피니온]

차량 반도체 생산 기업 인피니온의 반도체 재고 확인 홈페이지. 북미는 물론이고 유럽·아시아·일본에서도 재고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품귀다. [사진 인피니온]

‘재고 없음. 재고 없음’.

지난달 30일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 독일 인피니온의 온라인 구매창은 ‘재고 없음’ 표시만 가득했다. 북미는 물론이고 유럽·아시아·일본 온라인 매장 모두 차량용 반도체는 품귀였다.

2021년 한 해 동안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2위 기업 인피니온이 단적인 예다. 인피니온이 공급하는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 다방면에 쓰이는 건 제어용 반도체다. 소매 기준으로 7~8달러에 불과한 반도체가 부족해 글로벌 양산차 기업은 지난해만 수백만 대에 이르는 생산 손실을 봤다.

인피니온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가 장착되는 주요 파트는 20곳이 넘는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따른 신차 생산 감소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엘엠씨 오토모티브는 최근 2022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 전망치를 기존 9110만대에서 8260만대로 9.3% 하향 조정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2023년에야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생산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공장 완공까진 최소 4~5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수급난에 신차 출고는 지연되고 있다. 자동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현대차 아반떼와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출고 대기 기간은 각각 6개월과 9개월로 조사됐다. 두 달 전 조사와 비교해 각각 1개월씩 늘어났다. 다른 국산차와 수입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기차 출고 대기 기간은 6개월 이상이다. 반도체 부족에 정부 보조금까지 줄면서 현대차 아이오닉5는 출고까지 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의 출고 대기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볼보 XC60은 출고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는 계약 후 인도까지 5~6개월이 걸리고 있다.

반도체 부족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차량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달 펴낸 산업 동향 리포트에서 자동차 가격 상승 압력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워 내년에도 신차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선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 9월 기준 4만5000달러(5355만원)로 1년 사이 12% 상승했다. 중고차 매물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2만9000달러(3451만원)를 기록해 같은 기간 29% 올랐다. 유럽 시장에서도 신차 공급 지연으로 지난 10월 중고차 평균 가격이 연초 대비 28% 이상 상승했다. 이호중 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자동차 가격 상승 압력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고, 국내에서도 관련 이슈가 두드러질 전망”이라며 “내년에도 국내·외에서 신차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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