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는 미래 만드는 자본가…수상한 기업에 끌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손 마사요시

손 마사요시

창업 40년. 손 마사요시(孫正義·64·사진)의 소프트뱅크는 스스로 ‘롤 모델’이라 칭하는 300년 기업 ‘로스차일드(유대계 금융재벌)’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소프트뱅크는 현재 손 회장 표현에 따르면 ‘겨울 폭풍’ 속에 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가 투자한 디디추싱·알리바바 등 중국 IT기업들의 주가가 폭락,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9년도 대손실(위워크 상장실패, 우버 실적 악화), 2020년도 기록적 흑자(쿠팡·도어대시 상장으로 52조 순이익)에 이어 2021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의 실적은 또다시 롤러코스터처럼 고꾸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1일 자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난 15개년 계획을 세우고 매주 미세조정을 하고 있다”며 단기 손실에 개의치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은 “얼마나 싸게 사서 얼마나 비싸게 팔 것인가가 유일한 목표인 ‘투자가’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이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자본가’를 지향한다”고 했다.

돈을 버는 게 주목적이라면 그에 맞는 조직이나 인재, 비전을 만들어야 하고 환율, 금리, 고용통계, 누가 정권을 잡는가 등을 매일 체크하고 신경 써야 하지만 자신은 그런 걸 신경 쓴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공지능(AI)에서 어떤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이 나오고 있는지, 그로 인해 금융의 흐름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미래에 초점을 둘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자신의 롤 모델로 로스차일드를 지목했다. 그는 “제임스 와트,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등 발명가나 창업가가 산업혁명을 견인했지만 동시에 그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리스크를 감수한 로스차일드와 같은 자본가가 있었다”며 “그렇게 수레의 두 바퀴로 미래를 만들었던 것처럼 AI 혁명의 주인공인 창업가들과 비전을 공유해 인류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는 회사 중 이익을 내는 곳은 3~5%밖에 없다”며 “일본적 상식으로 말하자면 ‘수상한 회사’들 뿐인데, 난 오히려 창업자나 젊은이들에게 ‘수상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남들로부터 ‘훌륭한 회사’ ‘안심할 수 있는 회사’란 소리를 들으면 이미 성장이 힘든 성숙한 회사가 돼 버리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손 회장은 “내가 스스로 ‘겨울 폭풍 속에 있다’고 표현한 것처럼 매일매일이 봄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늘 도전하며 조금은 조마조마하고 두근거리는 정도가 드라마도 있고 즐겁다고 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에 대해선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손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AI 양대세력은 중국과 미국이라고 보지만 (중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의 범위와 내용이 불분명해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AI 유니콘 군단이 마치 인터넷 요람기처럼 매일 태어나고 있다”며 “그런 곳에 자금을 우선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하지 않는’ 일본의 현주소에 대해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손 회장은 “일본의 유식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AI는 인간의 적인가’ 같은 이야기나 하며 초점이 너무 벗어나 있어 논의하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긴다”며 “어른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새로운 시대를 알지도 못하고 비판만 하는 게 일본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식자층이 10년 전 GAFA(구글·애플·페이스북(현 메타)·아마존)를 ‘수상한 놈들’이라 했지만, 지금 그 GAFA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돼 있는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60대에 은퇴할 것”이라 했던 발언을 철회한 것과 관련, “절반은 크레이지(미친)한 놈들과 크레이지한 이야기를 함께 꿈꾸고 있는 게 너무나 통쾌하고 잠을 잘 틈이 없을 정도로 흥분의 연속”이라며 “그래서 당분간은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