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속 쓰릴 땐 우유가 위를 코팅? 틀린 말 아닌데, 하나가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02 19:45

업데이트 2022.01.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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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쓰림, 그 오해와 진실

최근 장기간의 집콕 생활로 맵고 짜면서 기름진 배달음식을 즐기거나,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이 굳은 사람이 많다. 이 같은 습관이 장기화할 때 찾아오는 불청객 중 하나가 ‘속 쓰림’이다. 속 쓰림이 있을 땐 원인부터 찾고, 그에 따라 올바로 대처해야 한다.

속 쓰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 역류성 식도염, 위·십이지장 궤양 등이 꼽힌다. 그런데 속설에 의지해 잘못 대처했다가 되레 화를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속 쓰림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X) 속 쓰릴 때 우유 마시면 괜찮다?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속이 코팅돼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우유의 단백질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우유의 약알칼리 성분은 쓰린 속을 일시적으로 달래주는 데 도움될 수는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속 쓰림 증상이 더 악화한다는 것이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의 경우 우유가 일시적으로 식도를 코팅해 위산 역류로 인한 속 쓰림을 경감할 수는 있지만, 우유가 위에 도달하면 위가 우유에 든 칼슘·카제인 성분 등을 음식으로 여겨 위산을 내보내고 속 쓰림이 악화한다”고 말했다. 속을 달랠 땐 우유 대신 물을 마셔보자. 물은 위산을 희석하는 데다 위에서 물을 음식으로 여기지 않아 위산을 추가로 내보내지 않는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속 쓰림 증상이 가벼우면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지만, 속 쓰림 개선 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하면 병원을 방문하길 권장한다”고 언급했다. 속 쓰림 개선 약은 제산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 점막 보호제가 대표적이다. 단, 제산제를 우유·칼슘제와 함께 복용하면 혈중 칼슘 농도가 급증해 구토·탈수를 불러올 수 있어 금물이다. 또 알루미늄이 든 제산제는 우유와 만나면 변비를, 마그네슘이 든 제산제는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 금식하면 속 쓰림이 사라진다?  

음식을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위에서는 위산 분비를 멈춘다. 이로 인해 손상된 위 점막이 위산으로부터 공격받지 않아 속 쓰림 증상을 당장은 멈출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도훈 교수는 “하지만 금식 기간에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고 음식을 상상만 해도 미주신경이 자극돼 위산이 분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십이지장궤양, 일부 위염의 경우 음식 섭취와 무관하게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이 경우 아무리 금식해도 속 쓰림이 사라지지 않는다. 위벽을 튼튼하게 복구하려면 비타민과 필수지방산, 필수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필요하다.

속 쓰림을 최소화하면서 이들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싱겁고 부드러운 식감의 죽·양배추·생선찜 등이 추천된다. 레몬·자몽·오렌지 같은 신맛의 과일류는 pH2 정도의 강한 산성을 띠는데, 식도 내벽을 자극하고 하부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해 위산 역류를 부추기므로 속이 쓰릴 땐 피한다. 커피·콜라 같은 카페인 음료도 자제한다. 카페인이 위벽 세포의 쓴맛 수용체에 결합해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데다 하부 식도 괄약근을 이완해 위산 역류를 유도한다.

(X) 위산이 많을 때만 속이 쓰리다?

속 쓰림은 위산 분비량이 과다일 때, 정상일 때, 부족할 때 모두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위산 과다로 십이지장으로 흘러내려 가는 위산이 많으면 속 쓰림을 유발하는 십이지장궤양이 잘 발병한다. 과식, 자극적인 음식 섭취, 음주, 흡연,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은 위산 과다를 부른다. 반면에 위궤양은 위산 분비량은 정상이지만 위산에 대한 방어 체계가 깨진 이유로 속 쓰림을 유발한다.

정 교수는 “위 점막이 위산으로부터 손상당하지 않도록 위에서는 알칼리 성분인 중탄산염(HCO3), 점액을 분비하는데 위에 혈액이 잘 돌지 않거나 위 세포가 원활히 재생되지 않으면 위산에 대한 방어 체계가 깨져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 중 소염진통제·아스피린은 위산에 대한 방어 체계를 깨뜨린다. 이들 약을 먹고 속 쓰림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아 위산 분비 억제제 등을 처방받도록 한다.

위산이 적어도 속 쓰림이 나타날 수 있다. 위액(위에서 분비되는 모든 물질)에 위산이 없거나 줄어든 저산증은 속 쓰림과 함께 명치 답답함, 식욕부진, 소화 장애, 잦은 트림 등을 동반한다. 저산증의 원인 질환은 만성 위염, 위축성 위염 등이다. 이때 제산제 복용은 피한다. 제산제가 그나마 부족한 위산까지 중화해 소화를 지연할 수 있어서다.

(O) 속 쓰림 유형별 원인이 다르다?


속 쓰림을 유발하는 시간대와 자세, 식사와의 연관성, 동반 증상에 따라 속 쓰림 원인이 다를 수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재근 교수는 “공복 시 윗배가 쓰리다면 위·십이지장의 염증·궤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위·십이지장 궤양의 경우 드물게는 새벽, 늦은 밤에 속이 쓰려서 깨기도 하며, 피를 토하거나 흑색 변을 볼 수도 있다. 식사 도중이나 식사 후 가슴 부위가 쓰리면 위식도 역류 질환일 수 있다. 하부 식도 괄약근이 헐거워진 이 질환이 있으면 눕거나 재채기할 때, 카페인 음료를 먹을 때,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위산이 잘 역류해 속이 쓰리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명치 아래, 배꼽 주변이 쓰리면 위염, 위·십이지장 궤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속 쓰림과 윗배 통증이 동반되면 췌장염·위염·위궤양·담석증·담낭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췌장염은 대부분 속 쓰림과 함께 명치 왼쪽에 통증이 발생한다. 이유 없이 속이 쓰리면 진단을 위해 위 내시경검사가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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