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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굉음과 함께 내려앉았다…수년째 '땅 꺼짐' 공포에 떠는 일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주민들이 지반 안전 문제로 떨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30분쯤 마두동 지상 7층 상가 건물의 지하 3층 기둥 일부가 굉음과 함께 파손되고 주차장 입구 도로가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건물 붕괴가 우려되자 상가 입주자와 이용객, 인근 건물 시민 등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약한 지반 등 구조적인 문제 대책 마련해야” 

고양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2일 “최근 수년간 일산 마두동·백석동·장항동 일대에서 지반 침하 사고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안전진단과 항구적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수천 회장은 “이들 지역에서 지반 침하사고가 잇따르는 점을 볼 때 이번 사고의 원인이 부실한 기둥 문제가 아니라 약한 지반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초래됐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시민 안전을 위해 땜질식 처방은 안 되며 종합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지하 기둥 일부가 파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지하 기둥 일부가 파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연합뉴스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이날 새해 첫 일정으로 사고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 고양시 지반침하 현장을 점검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지반침하 현장을 찾아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아울러 “올해도 도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고양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현장조사과 함께 고양시 주관으로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지하구조물 보강작업도 하고 있다. 경기도는 3일 오 권한대행 주재로 건설안전기술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응 점검 회의를 열고 추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현장조사에는 경기도와 국토안전관리원, 고양시, 경기도 지하사고위원단이 참여하고 있다.

마두동 인근 지역에서 수년째 땅 꺼짐 사고

이번 사고 지역과 수백m 거리인 백석동 중앙로 도로에서는 2017년에 4차례 도로 균열과 땅 꺼짐 사고가 일어나고 지하수가 유출되기도 했다. 마두동과 가까운 장항동에서도 2016년 7월 인도에 지름 2m, 깊이 2m 크기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길을 가던 60대 여성이 다쳤다.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상가 건물 앞 도로. 고양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상가 건물 앞 도로. 고양시

학계에서도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했다. 장석환(토목공학) 대진대 대학원장은 “일산신도시 마두, 백석, 장항, 대화 등지의 지하철 주변 지역은 한강하구 변 연약지반 지대인 데다 한강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지역이어서 지하수 수위가 높은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하 충적층의 깊이, 지하수위 변동, 강우 등의 기초적인 조사와 상하수도관로 노후화 등을 포함한 지반 침하와 물 순환에 대한 관계정리를 통해 지반 침하 위험지도 작성 관리와 연약지반 개량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하수 빠져나가며 지하 공간 생겼을 가능성”

그는 “특히 지난해의 경우 장마가 54일간 이어지며 지하수 수위가 높아진 상태인데 올해는 비가 적게 내리면서 지하수가 빠져나간 지하에 공간이 생긴 결과 이번과 같은 지반 침하에 이은 건물 균열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왼쪽 두번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이재준(왼쪽 네번째) 경기 고양시장이 지난 1일 붕괴 위험이 제기된 마두동 상가 건물을 살피고 있다. 고양시

이승우(왼쪽 두번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이재준(왼쪽 네번째) 경기 고양시장이 지난 1일 붕괴 위험이 제기된 마두동 상가 건물을 살피고 있다. 고양시

고양시는 사고가 나자 상가 건물 사용을 중지시키고 두 차례 기본 안전 진단을 벌였다. 진단 결과 당장 붕괴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 지하 2∼3층에 지지대 55개를 설치하는 등 긴급 보강공사를 진행해 1일 오전 1시쯤 완료했다. 또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진동과 기울기를 측정하는 센서 15개를 비롯해 기둥이 파손된 지하 3층에 CCTV를 설치했다.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이 지난 1일 붕괴 위험이 제기된 마두동 상가 건물에 대한 현장 대책회의를 진행 중이다. 고양시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이 지난 1일 붕괴 위험이 제기된 마두동 상가 건물에 대한 현장 대책회의를 진행 중이다. 고양시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1일 현장에 나와 피해와 조치 상황 등을 살핀 뒤 이재준 고양시장에게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시장은 “건물 안전 정밀점검과 보강공사를 벌여 시민 안전을 확보하고 입주자대표회의와도 긴밀하게 협력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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