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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귀순·헤엄귀순 이어 월북···또 '별들의 무덤' 22사단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정환 합동참모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정환 합동참모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노크 귀순·헤엄 귀순이 발생했던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에서 새해 첫날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북 감시망의 허점이 또다시 노출됐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이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의 월북 사실을 처음 인지한 건 전날 오후 9시 20분께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포착되면서다.

당시 군은 열상감시장비(TOD)로 비무장지대(DMZ)에 있던 월북자를 포착해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월북자는 DMZ에서 포착된 지 1시간 20분만인 오후 10시 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생사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더욱이 군은 월북자가 철책을 넘은 뒤 3시간이 다 되도록 이를 알지도 못했다. 월북자가 DMZ에서 포착된 이후에야 이전에 찍힌 CCTV를 다시 돌려봤고, 같은 날 6시 40분께 월책 장면이 찍힌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철책에 설치된 광망(철조망 감시센서) 경보도 ‘정상 작동’했던 전해졌다. 최전방 GOP에 설치된 광망은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을 넘거나 절단할 때 경보음이 울려 즉각적인 경계 병력 투입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CCTV 등과 함께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결과적으로 CCTV와 광망 경보를 통해 이중으로 포착하고도 허술한 초동조치로 월북을 저지하지 못한 셈이다.

강원 동부전선 철책 통해 1명 월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강원 동부전선 철책 통해 1명 월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 사건이 발생한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는 부대다. 이런 환경 등으로 인한 여러 사건이 벌어져 군 간부들 징계가 빈발해 ‘별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사건·사고로 징계를 받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사단장만 8명에 이른다.

특히 22사단은 지난해 2월 북한 주민의 이른바 ‘헤엄 귀순’이 발생해 논란이 됐던 부대다. 당시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북한 주민이 오리발 등을 착용하고 헤엄을 쳐 귀순한 가운데 감시장비 경보음이 울렸으나 대응을 하지 않아 경계실패라는 비난을 산 바 있다.

또한 해당 부대는 2020년 11월에는 북한 남성이 월남한지 14시간30분만에 해당 인원의 신병을 확보해 초동 조치에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남성은 민가와 떨어졌지만 GOP 후방 1.5㎞ 지점에서 발견됐다.

군 당국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를 보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합참 관계자는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현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현장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검열 결과, 보고체계 허점과 매뉴얼 미준수, 과학화장비 개선 등의 국방부 지침 미이행 등이 식별된다면 해당 부대 지휘라인의 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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