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대로 돈 주고 골프장 부킹까지…네카라쿠배에 대기업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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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LG CNS는 지난해 9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부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경력 개발 프로그램 ‘마이 커리어 업’을 도입했다. 연중 어느 때나 면접을 통과하면 현 조직 리더의 승인 없이도 2개월 내에 반드시 원하는 조직으로 옮겨서 근무할 수 있다. 2일 기준으로 300여 명이 타 부서를 지원해 170명이 이동했다.

#2.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지난해 4월 개발자 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앞으로 대상자를 비개발 직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비바리퍼블리카(토스) 같은 IT 플랫폼이나 스타트업에서 주로 시행하던 보상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인력 유출에 위기감…인사제도 확 바꾼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유명 테크기업의 ‘인재 흡수’에 대한 대기업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더는 삼성·현대차·LG 같은 대기업 ‘명함’만으로는 인재 유치·양성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테크 기업은 물론 게임·플랫폼 업체들은 블랙홀 수준으로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가령 네이버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개발자 9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봉 일괄 인상, 스톡옵션 제공 등을 제시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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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조직이 크고, 문화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대기업들도 인사제도 개편과 파격적 보상제도 등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LG CNS는 마이 커리어 업 외에도 ‘역량 레벨 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업무 전문성과 리더십 등을 종합 평가해 직원의 역량 레벨을 1~5등급으로 나누는데,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레벨이 뛰어나면 더 빨리 승진할 수 있다.

보상도 더 많이 받는다. 2019년 50%였던 역량 레벨에 따른 연봉 인상 반영률을 지난해엔 100%로 높였다. 이러면 기존 연차에 기반해 급여를 결정하는 연공서열 문화가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실제로 역량 평가 결과가 우수한 사원은 과장급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입사 10년차 미만인 선임(사원·대리급) 중 지난해 연봉 인상률이 10% 이상인 직원이 30%였다. 지난해엔 ‘패스트 트랙’ 제도를 추가해 역량 레벨이 4.5인 선임은 최고 17%까지 고정급을 올려준다. 이전에는 선임 5년차 이상이어야 승진 대상자가 됐지만 지금은 나이·연차와 관계없이 역량 레벨에 따라 승진 기회가 생긴다.

과장보다 월급 더 받는 ‘사원’

LG CNS 관계자는 “(2016년) 역량 평가 제도 시행 이후 퇴사율이 크게 줄었으며 매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 업체의 인사 담당자가 LG CNS의 새 인사제도를 사내에 공유하며 ‘우리도 적용할 내용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같이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을 발탁, 중용하겠다는 대기업의 새로운 인사 방침은 지난해부터 크게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말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발표하고 올해부터 ▶직급별 승진연한 폐지 ▶임원 직급 단순화 ▶거점 오피스 운영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CL(커리어레벨)1에서 CL4로 오르는 데 각 8~10년인 직급별 승진연한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검증하는 ‘승격 세션’을 도입해 연차와 관계없이 발탁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이 지난해 5월 31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토크 투게더’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사장단이 지난해 5월 31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토크 투게더’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CJ 역시 올해부터 사장·총괄부사장·부사장·부사장대우·상무·상무대우로 나뉜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이재현 CJ 회장은 “나이·연차·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고급 두뇌 유치, 조직문화 혁신을 역설했다.

임원 등급 없애고, 사내 구인제 도입
유통 대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올해 ‘그룹 내 이직제도’를 도입한다. 이달에 오픈하는 사내 구인 플랫폼 ‘인커리어’를 통해 그룹 임직원 15만 명은 다른 계열사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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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직장인 위한 ‘골프 복지’도 등장

기존의 ‘구식’ 복지제도 역시 확 뜯어고치고 있다. 대기업들은 MZ세대(1980년대 초~90년대 중반 태어난 젊은 층) 직장인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가령 20·30대 직장인 사이에 최근 골프 붐이 일자, 회사가 보유한 골프장 회원권을 직원들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기존의 휴양 콘도도 고급 리조트나 글램핑장 등으로 바뀌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파격적 인사·복지제도 도입과 함께 소통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같은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직원들에게 변화의 목적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자발적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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