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전 재산 기부하고 싶은데" 연락 끊긴 가족들 찾아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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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 원하는 방식의 유증을 위해선 유언장 작성을 하는 게 안전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피상속인 원하는 방식의 유증을 위해선 유언장 작성을 하는 게 안전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금융 SOS] 

“전 재산을 대학교에 기부하고 떠나고 싶다.”

최근 한 금융사에서 상속·증여 상담을 받은 A(78)씨 얘기다. 그의 재산은 현재 거주하는 서울 성수동의 아파트를 포함해 15억원 상당이다. 남편과 사별한 뒤 수십년간 홀로 살아온 그에게 마땅히 재산을 물려줄 사람은 없다. 그는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내가) 가진 돈이 좋은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유언이 제대로 실행될지, 혹시나 수년간 연락이 끊긴 형제나 조카들이 자기 몫을 달라고 유류분 소송을 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상속·증여 전문가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게 피상속인이 원하는 방식의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으면 재산은 민법상 법적 상속 순위에 따라 자동으로 상속되기 때문이다. A씨처럼 배우자와 자녀(1순위 상속인), 부모가 없는 경우 형제·자매와 조카(3순위)들이 재산을 물려받는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가족 간 법적 다툼 여지가 있다면 유언장은 직접 쓰는 것(자필증서)보다 공증인에게 맡기는 게(공정증서) 낫다”고 조언한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두 명의 증인 앞에서 공증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얘기하면 공증인이 이를 유언장으로 만든다. 절차가 복잡하고 3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지만, 유언장 원본을 공증인이 보관하기 때문에 분실이나 위조 등의 위험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50대 싱글족도 유언신탁에 관심”

유언장보다 촘촘하게 유언 계획을 실행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금융사의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보험을 제외한 재산을 금융사에 맡기면 금융사가 피상속인 생전에는 자산을 굴려주고, 사후에는 유언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다. 예컨대 신탁자가 전 재산 중 일부를 병원비를 포함한 생활비로 받다가, 사망하면 장학재단 등에 나머지 재산을 유증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구체적으로 짤 수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요즘 1인 가구가 늘면서 (유언대용신탁에) 상대적으로 젊은 50대 중·후반의 상담이 늘고 있다”며 “상당수가 왕래가 거의 없는 형제나 조카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기부 등 사회 환원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 권리도 사라져  

상속인별 청구 가능한 유류분 비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상속인별 청구 가능한 유류분 비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앞으로 법적으로도 형제·자매가 유류분을 요구할 권리는 사라진다. 지난해 법무부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제외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이 유산의 일정 부분을 상속받을 권리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손자녀)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에 법이 바뀌면 형제·자매는 더는 유류분을 요구할 수 없다.

비공익 법인에 기부했다간 세금 폭탄  

하지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유증을 할 때는 세금은 주의해야 한다. 선의로 시작한 기부가 자칫 ‘상속세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기부처에 따라 세금이 다르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종교·자선·학술 관련 사업 등 공익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한 경우 상속세를 매기지 않는다. 이와 달리 기부처가 공익법인이 아니면 제삼자에게 재산을 준 것으로 보고 상속세를 부과한다.

또 주식을 기부할 때는 비과세 상한선 ‘10% 규정’을 지켜야 한다.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주식을 물려주는 경우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10%까지 상속세를 면제한다. 10%를 넘어선 초과분에는 최대 50% 상속세가 매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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