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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재산분할 끝냈는데…이혼한 아내가 국민연금도 나누재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30)

A(남)은 1997년 B(여)와 결혼해 그 사이에 자녀 하나를 두었다. A와 B는 2016년 혼인관계가 파탄나 서로에 대해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와 B는 이혼재판 진행 중인 2017년 서로 이혼하고, 재산분할로 A가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받는 대신 B에게 정산금 2억 원 가량 및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법관 앞에서 같은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그에 따라 작성된 조정조서에는 ‘A와 B는 해당 조정조서에서 정한 사항 이외에는 향후 서로에 대해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었다.

B는 재판이 끝난 후 국민연금공단에게 A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자신에게 지급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A는 자신의 국민연금은 이혼 재판 과정에서 재산분할 내용으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B가 조정조서에 정해진 것 외에는 더 이상 청구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B에게는 연금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B는 공단으로부터 직접 A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받을 수 있었을까.

근래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고 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도 늘어나,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 연금법에 따른 분할연금 수급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pixabay]

근래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고 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도 늘어나,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 연금법에 따른 분할연금 수급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pixabay]

근래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고 국민연금·공무원연금과 같은 연금을 받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 즉 연금법에 따른 분할연금 수급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금이 이혼할 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법원의 판례를 통해 인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후 각종 연금법이 연금의 분할에 관한 규정을 정비함으로써 상대방의 연금을 분할해 공단으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각종 연금법에서 정하는 연금 분할 수급권의 발생 요건이 각각 다를 뿐 아니라, 그 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혼재판에서의 재산분할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 쉽게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각종 연금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혼 배우자가 분할 연금을 공단으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는 요건에 대해서 보자.

국민연금법이 정하는 노령연금은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이고 그 배우자와의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며 본인이 60세가 되었다면,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에서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해 받을 수 있다. 분할 비율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절차에서 달리 정할 수 있고, 그 분할 비율에 대해서는 공단에 신고하여야 하며, 분할연금 지급 신청은 위 요건을 모두 갖춘 때로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60세가 되기 전에 이혼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부터 3년 이내에 분할연금을 미리 청구(분할연금 선청구)해 둘 수 있지만, 실제로 지급하는 시기는 위와 같은 조건이 모두 충족된 때 이후가 된다.

공무원연금법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이 정하는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의 경우도 국민연금법이 정하는 노령연금과 유사하지만,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기간 5년이 ‘배우자가 공무원(교직원)으로 재직한 기간 중의 혼인기간’이어야 하고, 수급 연령이 65세이며,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3년 이내이고, 퇴직연금을 받지 않고 일시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분할청구권을 인정한 것 등이 국민연금의 경우와 다르다. 군인연금법이 정하는 퇴역연금은 공무원연금과 거의 유사하지만, 연금수급요건을 갖추고 퇴역한 때부터 지급되고,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는 본인의 연령에 제한이 없으며, 청구 기한이 5년 이내라는 점이 다르다.

각종 연금법이 정한 요건 중 ‘배우자’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포함되지만, ‘배우자와의 혼인기간’은 별거나 가출 등의 사유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은 제외된다. 또한 동일한 배우자와 재혼한 경우에는 전혼(前婚) 기간이 분할연금제도 시행 전이라고 하더라도, 배우자와의 혼인기간 5년을 계산할 때에는 합산한다.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이고 그 배우자와의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며 본인이 60세가 되었다면,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해 받을 수 있다. [사진 pxhere]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이고 그 배우자와의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며 본인이 60세가 되었다면,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해 받을 수 있다. [사진 pxhere]

한편 분할연금은 그 제도를 도입한 각 연금법의 최초 시행일(국민연금법 1999년 1월 1일, 공무원연금법 및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각 2016년 1월 1일, 군인연금법 2020년 6월 11일) 이후에 연금수급자와 이혼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연금의 분할비율은 연금 수급권자인 상대방 배우자의 연금가입기간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한 비율로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협의 상 또는 재판 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절차에서 이혼 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하면 그 비율에 따르게 된다.

그러면 사례와 같이 연금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다른 재산에 대해서만 분할 비율을 정하면서 조정조서에 정해진 것 외에는 더 이상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는 어떨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내용의 조정조서가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B가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을 설정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여전히 균등한 비율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왜냐 하면 분할연금 수급권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특별히 인정된 이혼 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로서 민법이 정하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과는 구별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즉 이혼 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연금 형성에 대한 청산·분배라는 재산분할적인 면 외에 가사노동 등으로 직업을 갖지 못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일정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적인 성질도 가지고 있다. 또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절차에서 별개의 권리인 분할연금 수급권까지 정하려면 합의나 재판서 등에 ‘연금의 분할’에 대해 별도로 명확하게 정하고 표시하였어야 하는데, 사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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