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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 수출액에도…무역수지 20개월 만 적자 돌아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수출액이 한 달 만에 또다시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하지만 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큰 폭 오르면서 무역 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최고 수출액에도 적자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화물이 비행기에 선적되고 있는 모습. 김상선 기자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화물이 비행기에 선적되고 있는 모습. 김상선 기자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대비 18.3% 증가한 607억4000만 달러(72조2633억원)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604억4000만 달러) 처음 월간 수출액 60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또다시 사상 최고 수출액을 경신했다. 반면 지난달 수입액은 2020년 12월과 비교해 37.4% 증가한 613억2000만 달러(73조14억원)를 기록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서면서 무역수지는 5억9000만 달러(7024억원) 적자를 봤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 시작한 2020년 4월(-9억5000만 달러) 이후 20개월만 처음이다. 2020년 4월을 제외하면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 적자를 봤었다.

지난달까지 포함한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6445억4000만 달러(767조2772억원)로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전 최고 수출액은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있었던 2018년 6049억 달러다. 이때와 비교해 지난해 수출액은 약 396억 달러 더 많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누적 수출액이 지난달 13일 오전 11시 36분을 기준으로 이미 2018년 전체 수출액을 넘었다고 밝혔었다.

에너지價 상승에 적자

지난해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 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액이 연일 최고 기록을 쓰고 있지만,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이 그만큼 많이 올라서다. 최근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에 지난달 원유(73.8%)·석유제품(177.5%)·가스(97.1%)의 수입액은 1년 전보다 급등했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며 중간재·자본재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도 무역수지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달 중간재(43.6%)·자본재(9.5%) 수입은 전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제조업이 많은 한국은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이 많다.

정부는 이 같은 무역수지 적자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겨울철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수입액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일본 등 주요국은 우리보다 앞서 이미 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수입액이 늘었지만, 그만큼 수출 증가세도 강하기 때문에 동절기가 지나면 흑자로 다시 돌아설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신성장 품목 수출 실적. 산업통상자원부

신성장 품목 수출 실적. 산업통상자원부

정부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에 적자에 대한 우려는 크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시작한 물가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번지면, 한국 기업의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미 연방준비제도도 최근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 시작하면, 원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로 평가한 수입액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수출 3년 만 사상 최고

한편 지난해 전체 한국 수출액은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난해 연간 수입액(6150억5000만 달러)도 6000억 달러를 넘으면서 무역액도 사상 최대 규모(1조2596 달러)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세계 무역 순위도 9년 만에 8위로 상승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무역 순위는 9위였다.

지난해 한국 수출이 좋았던 이유는 한국 기업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잘해서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한 2020년부터 다른 나라와 달리 심각한 생산 차질을 겪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확산에 반도체와 IT(정보·통신) 품목 판매는 오히려 더 늘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는 전년보다 29.0% 증가하며 사상 최고 수출액(1280억 달러)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반부터는 석유화학(54.8,%)·철강(37.0%)·일반기계(10.8%) 등 전통적인 제조업의 수출액 상승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위기로 감소했던 수요가 다시 회복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출 단가가 오른 영향이다. 시스템반도체(31.3%)·친환경차(51.7%)·OLED(33.2%)·화장품(21.5%) 같은 신성장 품목의 상승세도 컸다. 이들 제품 모두 지난해 사상 최고 수출 실적을 냈다.

산업부는 올해 수출액 목표를 지난해 사상 최고액을 넘어선 7000억 달러로 잡았다. 다만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에서도 드러났듯,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높아진 원자재 가격과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은 여전히 변수다. 최근 출현한 오미크론 변이가 공급망 차질을 야기할 경우 수출 부담도 그만큼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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