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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 일으킨 '행성 직렬'...검은 호랑이해 '우주쇼' 펼쳐진다

중앙일보

입력

2019년 페르세우스 유성우.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2019년 페르세우스 유성우.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한때 태양계 행성이 일렬로 죽 늘어서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는 주장이 전 세계를 휩쓴 적이 있다. 행성이 직렬(grand alignment) 하는 순간 일시적으로 지구 자기장이 소멸해 우주 방사능·에너지가 지구로 유입되면서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 생명체가 전멸한다는 내용이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에도 행성 직렬 현상이 벌어진다. 2022년 6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매일 새벽 4시 30분(한국시간)경에 행성이 도열한다. 지구에서 남쪽 하늘을 바라보면 동쪽 지평선 가까이 뜬 수성을 시작으로 금성·천왕성·화성·목성·토성 등 6개 행성이 남쪽을 향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행성 정렬을 관측하기 좋은 시기는 달이 그믐에 가깝고 수성의 고도가 3도 이상인 6월 26일 새벽 4시 30분 전후”라며 “이때 천왕성을 제외한 행성은 모두 맨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도 주목할 천문현상

6월 26일 4시 30분경 6개의 행성이 일렬로 늘어선 밤하늘의 모습을 상상한 그래픽.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6월 26일 4시 30분경 6개의 행성이 일렬로 늘어선 밤하늘의 모습을 상상한 그래픽.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행성 직렬 종말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지구 평면설 뺨치는 유사과학이지만, 15~20년 전엔 이를 신봉하는 사람도 상당했다. 종말을 예언한 프랑스 점성학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사행시와 맞물려, 많은 이가 생업을 포기하고 성지와 예배당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물론 임인년에 행성 직렬 현상이 벌어져도 종말을 대비할 필요는 없다. 지구 자기장이 소멸한다는 종말론의 전제는 행성이 직렬하며 은하계의 공전 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태양계에 존재하는 9개 행성의 질량을 모두 더해도 태양 질량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6개가 아니라 9개의 행성이 모두 도열하더라도 지구에 해를 끼칠 만큼 강력한 중력이 발생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 8월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계의 행성이 십자가 모양(grand cross)으로 배열했고, 2000년 5월 10일 7개의 행성(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해왕성)이 한 줄로 늘어섰지만, 지구는 멀쩡했다. 박한얼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태양이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행성 간 거리가 가까워져도 그것이 행성의 궤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유성우 쏟아지고 달 잠시 사라져

지난 2018년 벌어진 개기월식. 박영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직접 촬영했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지난 2018년 벌어진 개기월식. 박영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직접 촬영했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행성 직렬 이외에도 내년엔 다양한 천문 현상이 지구인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가장 기대되는 천문 현상은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다.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을 지구에서 볼 수 있다.

임인년 개기월식은 5월 15일과 11월 8일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다. 하지만 한국에서 관측이 불가능한 5월 개기월식과 달리, 11월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호주·아메리카 대륙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 시간을 기준으로 11월 8일 오후 7시 16분 12초에 조금씩 달이 사라지기 시작해 오후 8시 41분 54초까지 약 1시간 25분 동안 진행된다. 지구의 본그림자에 달 전체가 들어와 달을 조금도 볼 수 없는 시간은 같은 날 오후 7시 59분 6초 전후다.

오는 3월 28일 5시 40분경 금성-토성-화성-달 등 4개의 천체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밤하늘에서 볼 수 있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오는 3월 28일 5시 40분경 금성-토성-화성-달 등 4개의 천체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밤하늘에서 볼 수 있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달이 아닌 태양의 일부·전부가 가려져 보이지 않는 현상(일식)도 벌어진다. 내년 5월 1일과 10월 25일 부분일식이 예상된다. 다만 두 번 모두 한국에선 관측이 불가능하다.

3월 28일엔 행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날 새벽 동틀 무렵 4개 행성(금성·토성·화성·달)이 비교적 서로 가깝게 근접한다. 가장 밝은 금성부터 찾으면 천체 간 ‘반상회’를 목격할 수 있다. 금성 아래 토성이, 금성 오른쪽에 화성이 빛난다. 세 행성의 각거리는 6도 이내다. 또 여기서 오른쪽을 보면 달이 떠 있다. 4개의 천체 모두의 각거리는 12도 이내다. 각거리는 하늘에 보이는 두 점 사이의 거리를 관측자 중심각으로 표시한 각도다.

4일 새벽, 별똥별 시간당 120개 쏟아져

오는 4일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 시간당 최대 120개의 별똥별을 볼 수 있다. 사진은 한국천문연구원이 2016년 보현산천문대에서 사분의자리 유성우를 촬영한 모습.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오는 4일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 시간당 최대 120개의 별똥별을 볼 수 있다. 사진은 한국천문연구원이 2016년 보현산천문대에서 사분의자리 유성우를 촬영한 모습.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고자 한다면 연중 세 차례를 추천한다. 사분의자리 유성우(1월)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8월), 쌍둥이자리 유성우(12월)가 임인년에 쏟아진다. 혜성 부스러기가 지구의 대기권으로 빨려 들어와 별똥별이 마치 비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현상을 유성우라고 한다.

사분의자리 유성우는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찾아온다. 1월 3일 자정부터 쏟아지는데, 관측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1월 4일 새벽 5시 40분이다. 시간당 최대 관측 가능한 유성수(ZHR)는 약 120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새벽에 유성우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데다 달도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관측 조건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8월 13일 10시 20분부터 쏟아지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달고 온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벌어진다.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가장 많이 내리는 시각은 12월 14일 22시이다. 시간당 최대 150개의 유성우가 떨어진다.

한편 임인년 가장 큰 보름달 ‘슈퍼문’은 7월 14일 새벽 3시 38분에 뜬다. 달이 차는 망(望)인 동시에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날이다. 반대로 임인년 가장 작은 보름달인 ‘스몰문’은 1월 18일 볼 수 있다. 스몰문은 슈퍼문에 비해 12%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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