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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달탐사 지휘관서 신장 1인자로…美 겨눈 '로켓승진' 마싱루이[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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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싱루이 신임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 [둬웨이 캡처]

마싱루이 신임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 [둬웨이 캡처]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하면서 중국 신장(新疆)이 미·중 갈등의 1번지로 떠올랐다. 이 법은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이 강제노동이 아님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사실로 간주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신장의 경제를 고사시켜 인권 탄압을 바로잡겠다는 미국 측 최후 통첩이다.

[후후월드] 중국 정치국 25인에 '로켓 승진'한 우주방 마싱루이

중국은 마싱루이(馬興瑞·62) 광둥(廣東)성장을 신장의 경제 소방대장으로 투입했다. 마싱루이가 지휘한 지난해 광둥성 경제총생산(GDP)은 한국을 추월했다. 지난해 광둥성 GDP는 11조761억 위안(약 2070조원)으로 한국의 2020년 GDP 1조6310억 달러(약 1949조원)를 처음으로 제쳤다. 신장 GDP 1조3798억 위안(약 258조원)은 광둥성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닭(신장)과 소(광둥)처럼 덩치 차이가 나지만 소 잡는 칼을 닭에 아끼지 않는 건 그만큼 중국의 각오가 비장하단 의미다.

마싱루이 신임 서기는 부임 직후 신장 중심도시 우루무치의 시장으로 달려갔다. 민생경제부터 챙기겠단 제스처다. 지난달 27일 첫 우루무치시 현장 시찰에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현대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라”고 주문했다. “세금 감면과 경비 절감으로 시장화·법치화·국제화된 양호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라. 사람의 흐름과 물자 흐름, 자금 흐름, 정보의 흐름을 편리하게 하라”고도 덧붙였다. 당 중앙이 마 서기에게 지시한 최우선 임무가 신장의 경제 발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장의 1인자인 당 서기는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4대 직할시와 광둥성 당 서기와 함께 중앙정치국위원을 겸한다. 이로써 18·19대 중앙위원을 연임한 마싱루이는 내년 가을 중국공산당(중공) 20차 당 대회에서 선출할 25인의 중앙정치국위원에 처음으로 안착했다. 지난 2012년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10년만에 부국급(副國級, 부총리급) 대열로 올라섰다. 기층에서 중앙까지 승진에 30~40년도 다반사인 중공 정계에서 이례적인 ‘로켓 승진’이다.

27일 마싱루이(왼쪽 세번째) 신임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가 우루무치시를 시찰하고 있다. 이날 마 서기는 “산업체인, 공급체인 현대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라”고 주문했다. [신강일보 캡처]

27일 마싱루이(왼쪽 세번째) 신임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가 우루무치시를 시찰하고 있다. 이날 마 서기는 “산업체인, 공급체인 현대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라”고 주문했다. [신강일보 캡처]

마싱루이 외에 장칭웨이·위안자쥔 등 우주방 전성시대

중화권 매체는 마 서기의 로켓 승진 배경을 우주 달탐사 지휘관이었던 이력에서 찾는다. 지난 2015년 홍콩 명보는 ‘우주방[航天幫]의 굴기(崛起·우뚝섬)’라는 기사를 싣고 마싱루이를 차세대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우주방이란 중국에서 우주산업 경력을 발판으로 정계 진출한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명보는 지연과 후견인 찾기에 몰두하는 파벌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점을 ‘우주방’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원자탄·수소폭탄·인공위성을 개발해 나라에 보답한다는 ‘양탄일성 정신’도 우주방 굴기의 밑천이다. 마 서기 외에도 최근 후난성 당서기에 부임한 장칭웨이(張慶偉·60), 위안자쥔(袁家軍·59) 저장성 서기 등이 우주방의 주축이다.

지난 2008년 9월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7호 프로젝트의 마싱루이 부총지휘관이 주취안 우주센터에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중국신문망]

지난 2008년 9월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7호 프로젝트의 마싱루이 부총지휘관이 주취안 우주센터에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중국신문망]

펑리위안 여사와 동향…장쩌민 장남과도 인연

마 서기는 1959년 동북 헤이룽장성 동부 공업 도시 솽야산(雙鴨山)의 광산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조상은 산둥성 허쩌(菏澤)시 윈청(鄆城) 출신이다. 윈청 황투이지(黃堆集)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59) 여사의 출신지이기도 하다. 마싱루이는 1978년 대입시험이 부활하던 해 랴오닝성 서부의 푸신(阜新)광업학원에 입학해 공업 역학을 전공했다. 수학 성적이 우수해 신설 전공에 특채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톈진대에서 역학 전공으로 석사를, 하얼빈공대 비행동력학연구실에서 일반 역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6년까지 줄곧 하얼빈대에서 우주공학과 역학을 가르쳤다.

그해 본격적으로 실무에 뛰어든 마싱루이는 2007년 8월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총경리에 취임해 중국의 우주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나이 48세였다. 같은 해 국제우주항행과학원(International Academy of Astronautics, IAA) 원사에도 당선됐다.

그러면서 중국의 첫 달 탐사 프로젝트인 ‘항아공정(姮娥工程)’ 부총지휘관도 맡았다. 이때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장남 장몐헝(江綿恒)도 부총지휘관으로서 같은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항아공정’ 부총지휘관 이력은 이번 신장 서기 부임 이후 수정된 공식 이력에서는 사라졌다. 홍콩 명보는 30일 마 서기가 장쩌민파로 분류되는 오해를 막기 위한 경력 세탁으로 풀이했다.

마싱루이는 2008년 8월 중국 선저우(神舟) 7호 유인 우주선 비행을 성공시키면서 ‘젊은 우주 사령관(航天小帥)’이란 이름표를 달았다. 그의 지휘 아래 선저우 8·9·10호 프로젝트가 연이어 성공했다.

2010년 3월 16일 마싱루이(오른쪽) 당시 중국항천과기집단 총경리(대표이사)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중국항천망]

2010년 3월 16일 마싱루이(오른쪽) 당시 중국항천과기집단 총경리(대표이사)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중국항천망]

관료 사회 복지부동·부패 척결 전문가

마싱루이는 2012년 18차 당 대회 대표 선출을 계기로 정계 입문한다. 참석한 첫 당 대회를 주석단에서 지켜본 마싱루이는 폐막일 선거에서 중앙위원에 선출됐다. 이듬해 3월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에, 다시 여덟 달 뒤 광둥성 부서기 겸 정법위 서기에 임명됐다. 2015년 3월에는 홍콩과 인접한 대도시 선전(深圳)시 일인자로 올라섰다. 시 살림을 맡게 된 마싱루이는 13명의 시 상무위원 중 5명을 교체했다. 시 정부 살림을 맡고 있던 리핑(李平)시 비서장과 법원 부원장 등을 부패 혐의로 조사했다. 천잉춘(陳應春) 부시장은 이듬해 고층 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 또 다른 부시장 뤼루이펑(呂銳鋒)은 2017년 수뢰 혐의로 검찰에 입건돼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마싱루이는 중국 관료 사회의 부패와 복지부동 척결이 특기다. 공개장소에서도 하급 간부를 질타하는 장면이 종종 목격됐다고 한다. 일 처리에도 빈틈이 없어 부하직원이 자료를 보고하면 반드시 캐묻는 등 학자형 관료의 면모도 보였다. 명보는 지난 19대 당시 정치국 후보로 마싱루이를 꼽으며 “마싱루이는 내용 없는 말을 싫어하고 진솔해 후춘화(胡春華) 당시 광둥성 당서기조차 그를 기피했다”고 전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에게 이재명 초상화 전달 해프닝도

지난 2019년 4월 5일 서울시 청사를 방문한 마싱루이(왼쪽) 당시 광둥성장이 고 박원순 서울 시장과 양해비망록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지난 2019년 4월 5일 서울시 청사를 방문한 마싱루이(왼쪽) 당시 광둥성장이 고 박원순 서울 시장과 양해비망록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마싱루이 중국 광둥성 성장(당시 직함)이 2019년 내한 당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깜짝 선물한 ‘초상화’. 의뢰한 쪽의 착오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그려진 것이라 중국 측이 다시 가져갔다고 한다. [사진 서울시, 연합뉴스]

마싱루이 중국 광둥성 성장(당시 직함)이 2019년 내한 당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깜짝 선물한 ‘초상화’. 의뢰한 쪽의 착오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그려진 것이라 중국 측이 다시 가져갔다고 한다. [사진 서울시, 연합뉴스]

마싱루이 서기의 전임 천취안궈(陳全國·66)는 미국 재무부 제재를 받고 있다. 인권을 유린한 외국 정부 관리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매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적용했다.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맞서 신장 경제를 성장시켜야 할 마 서기도 미국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향후 미국이 마 서기마저 제재 대상에 추가할 지가 미·중 관계의 새로운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마 서기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광둥성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9년 4월 4~5일 내한해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경기도 판교 등을 방문했다. 당시 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을 만났을 때 초상화를 선물했는데 ‘깜짝 선물’이라며 현장에서 공개한 초상화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것이라 ‘결례’ 소동이 있었다. 당시 광둥성 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상화를 그릴 화가에게 박 전 시장 대신 이 지사의 사진을 잘못 줘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한다.

☞정치국=중공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 따르면 정치국(Politburo)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Plenary) 폐회 기간 당의 최고 영도기구인 전국대표회의(Congress, 당 대회)와 중앙위원회의 직권을 행사한다. 정치국회의 소집 권한을 가진 총서기(Secretary)가 매달 한 차례꼴로 회의를 주재하며 핵심 국가 정책과 인사를 결정한다. 모두 25명이며 정치국원은 서열 없이 동등하다는 의미에서 이름 호명은 한국의 가나다 격인 획수 순서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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