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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메타버스(metaverse)와 원우주(元宇宙)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9호 31면

한자비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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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 원단(元旦)에 한 해를 달굴 화제를 그려 본다. 메타버스는 분명 그중 하나일 것이다.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다. 중국에서는 이를 원우주(元宇宙)라 옮겼고, 지난해 10대 유행어의 하나가 됐다. 최근 페이스북 사명을 Meta로 변경한 저크 버그의 말처럼, 세상은 메타버스 이전과 이후로 나뉠지도 모른다.

우주(宇宙)는 『장자』에서부터 등장하는 아주 오래된 어휘다. 우(宇)는 ‘처마’를 뜻하여 무한히 확장하는 ‘공간’을 상징하고, 주(宙)는 ‘극점까지 무한 왕복하는 것’을 말해 ‘시간’을 뜻한다. 이 둘이 합쳐져 우주가 됐다.

그렇다면 원(元)은? 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측면 모습에 머리를 크게 키워 그렸다. 머리가 사람의 가장 위쪽이기에 ‘으뜸’이, 또 ‘처음’의 뜻이 생겼다. 사실 ‘처음’을 뜻하는 한자는 많다. 시(始)·기(起)·초(初)·기(基)·조(肇)·조(祖)·수(首)·낙(落)도 있다. 그런데도 왜 하필 원(元)을 가져왔을까?

딥러닝과 인공지능의 출현을 알렸던 알파고(AlphaGo), 이를 중국인들은 아파거우(阿法狗)라 번역했다. ‘바둑’을 뜻하는 ‘Go’를 기(棋)가 아닌 구(狗)로 음역했다. 그것도 잠시, 얼마 후 등장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 그것은 괴물이었다. 알파고와 백 번을 싸워 백 번을 이겼다. 이로써 딥러닝의 기술적 문제는 끝났고, 인공지능의 출현은 현실이 됐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열릴지 알 수도 없었다. 그래서 Zero를 원(元)이라 옮겼다. 영(零)이 아닌 원(元),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 전혀 새로운 세계의 출현이라는 의미였다.

이렇듯 원(元)은 어떤 상상도 뛰어넘는 근원적 시작을 말한다. 그래서 원우주(元宇宙)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전혀 다른 세계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 막 글자를 배우며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 상상을 키웠던 그런 우주도 아니다.

실체도 없고, 중심도 없고, 감각할 수도 없는, 시간도 넘고 공간도 초월하는 곳 메타버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원(元)의 어원이 표상하듯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우주’여야 한다.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굴 화제,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가고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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