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다이어리, 세대별로 원하는 디자인이 다르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01 00:21

업데이트 2022.01.0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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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호 18면

[서정민의 ‘찐’ 트렌드] 종이 다이어리에 꽂힌 MZ세대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디지털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엄지족’의 시대. 하지만 연말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풍경이 있다. 종이 다이어리와 스케줄러를 사기 위해 문구·디자인 숍에서 골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 다이어리와 스케줄러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MZ세대 신조어 중 ‘다꾸족’은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다꾸력’은 다이어리를 꾸미는 능력이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서 #다꾸를 검색하면 ‘다꾸러’ ‘다꾸스티커’ ‘다꾸용품’ 등 200만 개 이상의 관련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다이어리 검색 게시물도 226만개가 넘는다. 대부분 종이 다이어리와 스케줄러가 대상이다.

SNS엔 ‘다꾸력’ ‘다꾸러’ 등 쏟아져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1525세대가 주요 고객층인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쉐어’ 곽민섭 패션·라이프MD는 “2019년부터 다이어리 판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2021년은 동년대비 약 25% 성장했고, 2022년 판매량도 호조”라고 했다. 2545세대가 주 고객인 온라인 쇼핑몰 ‘29CM’ 우명균 컬처MD 역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1년 다이어리 매출은 78% 증가했다”고 했다. 종이 노트에 대한 관심이 특정 세대만의 유행은 아니라는 얘기다.

곽 MD는 종이 다이어리와 스케줄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만질 수 있는 실물을 소유하는 것은 디지털 자료를 소장하는 것과 다른 만족감을 준다. 특히 자신의 취향대로 꾸며진 다이어리일수록 애정은 커진다”고 설명했다. 우 MD는 “컬처 카테고리에선 다이어리 뿐 아니라 LP(바이닐)·그림·매거진 류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복고·아날로그·뉴트로 등의 영향이 직접 손글씨를 쓸 수 있는 다이어리와 스케줄러에까지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소소문구’의 유지현(34) 대표는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줄고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기발견의 시간을 가지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다이어리는 자기발견의 좋은 도구”라고 했다.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엄청난 정보들이 물밀 듯 밀려오는데 어느 순간, 정리도 습득도 미처 못한 정보들 사이에서 숨이 차는 걸 느끼게 되죠. 이때부터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요즘 사람들이 요가·명상을 즐기는 것도 밀려드는 외부 자극을 피해 온전히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려는 노력이죠. 이때 다이어리가 큰 도움이 돼요.”

일상의 궤적을 기록하고 그림·스티커로 페이지를 꾸미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시화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정체성도 찾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종이 다이어리와 스케줄러는 디지털보다 취향을 반영하기가 쉽기 때문에 꾸미는 재미를 느끼기에 더 적합하죠.”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요즘은 노트북 또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에도 다이어리 기능이 잘 구현돼 있다. 그런데도 종이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로 기록하는 것과 손으로 쓰는 것에는 과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튜브 채널 그라운드체인지는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소개했다.  프린스턴대와 캘리포니아대의 심리학자 뮬러와 오펀하이머가 ‘심리과학 저널’에 게재한 연구 결과로 제목은 ‘펜은 키보드보다 강하다’이다. 학부생 327명을 대상으로 테드 강연을 보면서 내용을 기록하게 하고 30분 후 시험을 치른 결과가 주 내용이다. 실험에서 팩트와 관련된 문제는 노트북 사용자와 손으로 종이에 기록한 사용자 간의 점수가 비슷하게 나왔지만 개념을 이해하는 문제에선 손으로 기록한 학생들의 점수가 훨씬 높았다. 논문은 “손으로 내용을 기록하는 행위는 적극적 청취행위로서 인지적 소화와 장기기억을 위한 토대를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GOD生, 리추얼, 루틴, 소확성. MZ세대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와 키워드들이다. 공통된 개념은 규칙적인 일상의 행위를 통해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갖자는 것이다. 물성을 느낄 수 있는 종이 다이어리에 매일의 삶을 기록하고, 종이 스케줄러에 내가 해야 할 일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기록하면서 ‘꾸준함의 힘’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기도 하다.

“기이한 주술성으로 빛나는 다이어리”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덕분에 종이 다이어리와 스케줄러 디자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클래식 다이어리&스케줄러의 대표인 ‘몰스킨’의 구은진 마케팅 담당자는 “예전에는 위클리 디자인 매출이 가장 높았는데, 최근 1~2년 사이 데일리 디자인 판매가 훨씬 높아졌다”며 “위클리 레이아웃은 하루 동안 기록할 수 있는 면이 좁지만, 데일리 페이지는 꾸미기에 좋도록 면이 넓어서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소소문구의 ‘모닝 페이지’ 노트처럼 행동유발형 디자인도 있다. 모닝 페이지란 미국의 동기부여 예술가 줄리아 카메론이 시작한 것으로 8주 동안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노트 3페이지를 채워 쓰는 활동을 말한다. 일상의 반복적인 무의식 행위를 통해 창조적 활동을 돕는다는 개념인데 국내서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이 모닝 페이지 기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3페이지마다 날짜와 함께 시작 시간, 끝나는 시간을 적는 칸을 마련했다. 8주 동안 이전에 쓴 글을 봐서는 안 되는 규칙을 위해 이전 페이지들을 덮어두는 씌우개도 만들었다. 인스타에서 ‘다이어리레코드’ 계정을 운영하며 자신이 쓴 글과 다꾸 방법을 공유하고 동명의 스토어도 운영하는 김정은(27)씨는 새로운 다이어리 디자인에 ‘이번 주 나의 목표는’라는 한 줄 칸을 삽입했다. 그는 “거창하지 않아도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며 “1주일씩 52가지 목표를 고민하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다꾸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소소문구 기획의 ‘아임디깅’ 프로젝트 작품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명이 100일간 각자의 주제와 방법으로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프로젝트였다.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로 디깅(digging·땅 파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진 스탠다드 에이]

세대간 선호하는 디자인 취향도 달랐다. 1525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스타일쉐어에선 PVC 소재 커버에 좋아하는 스타 포토카드나 캐릭터 스티커를 붙이기 좋은 레이아웃을 선호한다. 또 스티커까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이 인기다. 2545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29CM에선 캐릭터나 일러스트가 삽입되거나 유행 색상이 반영된 디자인보다는 매년 꾸준히 모았을 때 통일감이 느껴지는 모던한 디자인과 톤 다운된 색상의 제품이 인기다. 또 매년 꾸준히 다이어리를 출시하는 브랜드와 동일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이어리를 꾸준히 기록하는 일을 마라톤으로 빗댄 일러스트. [사진 소소문구]

다이어리를 꾸준히 기록하는 일을 마라톤으로 빗댄 일러스트. [사진 소소문구]

‘모닝 페이지’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다이어리. [사진 소소문구]

‘모닝 페이지’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다이어리. [사진 소소문구]

“나에게 다이어리는 그 어떤 것보다 요긴하다. 매일 해야 할 일과 여러 약속들을 적고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것은 내게 할 일을 지정해주는 어떤 목소리를 지닌 존재로 내 삶의 의미와 생활의 동선을 지시해준다. 나는 그 날의 할 일을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 그것을 하지 않고 뭉개고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가 저서 『수집미학』에 쓴 글이다. 이 글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기이한 주술성으로 빛나는 다이어리”라는 표현이다. 주술(呪術)이란 인간의 일상적인 문제를 초자연적인 특수 능력에 호소하여 해결하려고 하는 일련의 기법이라는 뜻이다. 종이에 하루를 기록하는 이 단순한 행위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 이 특별한 능력은 비즈니스 부문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케빈 크루즈는 『계속하게 만드는 하루관리 습관』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과제 목록이 아니라 잘 장리한 스케줄러를 갖고 있다. 스케줄러에 일정을 넣는 간단한 일이 놀랍게도 마음을 가볍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디지털 시대, 종이 한 장의 힘은 이렇게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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