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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후 상장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 배정 추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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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호 15면

실전 공시의 세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최근 동시에 주식시장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본시장과 관련한 1차 대선공약을 내놓은 격입니다. 두 당이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이 하나 있습니다. 기업들이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여 증시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분할신설법인의 신주를 배정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물적분할법인 상장시에는 일반기업과는 다른  공모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LG화학은 배터리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라는 100%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LG화학에서 배터리부문 자산과 부채를 떼내 LG엔솔이라는 새 회사를 만든 것입니다. LG화학이 이런 물적분할을 단행한 이유는 배터리 투자자금 때문입니다. LG엔솔을 증시에 상장시키면 대규모 신주 공모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LG엔솔은 이달 공모청약을 진행하고 상장할 예정인데, 약 10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LG엔솔 분할과 상장 과정에서 소외되는 등 주주가치 훼손이 심하다며 반발해 왔습니다. 물적분할 단계에서 LG엔솔이 발행하는 신주는 모두 LG화학에 배정되어 100% 모자(母子)관계가 형성됩니다. LG엔솔 상장단계에서도 LG화학 주주들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없습니다.

LG엔솔 공모주식을 받으려면 다른 투자자들처럼 공모청약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주주들은 “이렇게 모자회사가 모두 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면 자회사 가치가 커져도 모회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중복상장 효과가 나타난다”며 “물적분할에 이은 상장추진으로 LG화학 주가가 하락하는 등 주주이익이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CJENM 등 물적분할 뒤 상장하였거나 상장을 계획중인 기업들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주들의 강한 반발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후 증시에서 물적분할이 큰 이슈가 되자 이번에 두 당이 모두 물적분할을 손보겠다며 대선 표심잡기에 나선 것입니다. 공약에 따르면 물적분할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물적분할한 기업이 증시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때 신주를 기존 주주들에게 먼저 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우선배정을 할 지, 아예 신주인수권을 부여를 할 지 등 세부사안에 대해서는 두 당 모두 확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상장할 경우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신주 우선청약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시다. 주주들은 청약을 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포기하면 실권물량은 일반공모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면 청약을 포기하는 주주들은 이 증서를 매각하여 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시 신주발행은 일반 유상증자와는 달라서 이 같은 신주인수권증서 거래가 가능할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양당이 자본시장 개선방안으로 내놓은 공약들이 100% 다 지켜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물적분할은 공통공약으로 제시될만큼 중대이슈가 되어있기 때문에, 올해 대선 이후 어떤 식으로는 개선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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