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기업·빅테크·사모펀드 합종연횡…‘빅 블러’ 심화될 것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69호 14면

새해 M&A 시장 전망

83조원.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규모다. 2012년 이후 연 50조원에서 90조원 사이의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하던 국내 M&A 시장 규모는 2020년 들어 46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속에 자본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M&A 시장이 얼어붙으며 제대로 된 거래가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 시장은, 지난해 완연히 회복했다.

올해 M&A 시장은 어떨까. 결론부터 살펴보면 올해 M&A 시장은 규모면에서 다시 주춤해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 아직 확실하지 않은 외부 변수들이 많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 기조는 시장을 위축시킬 요소다. 그러나 대기업·빅테크의 투자 속에서 사모펀드의 약진이 기대돼 M&A 시장에 활기를 부여할 것이다. 여기에 계속해서 성장 동력을 찾는 대기업과 빅테크들의 관심 속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계가 사라진 합종연횡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거시경제 변수 중에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변종의 확산에 따른 충격이 올 수는 있지만, 물가 상승의 압박이 큰 상황이라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M&A 시장에 분명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의 여파는 고스란히 매수자의 자금 조달 과정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미 시장에 풀려 있는 유동성 자금은 여전히 풍부하다. 그러나 지난해 시장을 ‘과열’로 보고 자본시장에서 속도를 조절하려는 금융기관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인데도, 이미 M&A를 위해 자금을 빌려주는 인수금융 시장의 금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다.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의 순이익이 감소할 수 있고, 동시에 유사 기업들의 PER(순이익 대비 주가 비율) 등 가지평가 지표도 높아질 수 있다. 올해 M&A 시장의 거래 규모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국내 대기업과 빅테크 기업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M&A 시장에서 전면에 나섰다. 약 10조5000억원에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나믹스 등 2곳(1조2000억원)을 인수하는 거래를 진행했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등 3건(3조9000억원)을, 넷마블은 스핀엑스 등 6건(2조8000억원)을 인수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열심이다. 카카오는 래디쉬 등 무려 23건(1조1000억원)이나 인수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네이버도 문피아 등 3건(9000억원)의 거래에 자금을 투입했다. 여기에 더해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 엔데버를 인수한 CJ ENM, 인터파크를 인수한 야놀자, 타다를 인수한 토스, 그리고 이티카를 인수한 하이브 등도 M&A 시장의 주인공을 자처했다. 친환경과 비대면 그리고 글로벌로 요약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을 펼치는 데 있어 M&A를 활용하기에 최적의 기회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들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과감한 변신이 없이는 생존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있다는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대기업 상당수가 오프라인 자산을 팔고, 자회사의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실탄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상황인 점도 자금력을 뒷받침한다.

반면, 2020년까지 국내 M&A 시장을 주도했던 사모펀드들은, 지난해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과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자, 다소 관망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대신 시장의 호황을 이용해 보유 포트폴리오들을 매각하는데 집중하면서 성공적인 투자회수 사례들을 써내려갔다. 지난해 사모펀드들이 매수자로 나선 거래 중에 눈에 띄는 사례는 어피니티의 잡코리아 인수와 요기요 인수, MBK파트너스의 다나와 및 동진섬유 인수가 있다. 칼라일의 투썸플레이스 인수와 IMM의 한샘 인수도 이목을 끌었다. 주요 사모펀드 중 하나인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로 관심이 높아졌지만 거래를 두고 이견이 생기며 주춤한 상황이다.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센트로이드처럼 신규·중견 사모펀드들도 여전히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전체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모펀드들이 기존과 같은 경영권 인수는 물론 대기업, 빅테크들과의 공동 투자하는 거래들까지 대상을 확대하며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들이 기업 경영권 인수 뿐만 아니라 성장 기업의 소수지분에 투자하는 그로쓰(Growth) 투자 분야와 사모 대출 투자 분야로 확장에 나선 덕분이다. 또 소진하지 못한 투자 자금인 ‘드라이 파우터(Dry Powder)’까지 넉넉한 상황이다. 넉넉한 투자 여력은 대기업과 빅테크 사이의 경쟁과 협력 관계로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M&A 시장은 어느 때보다 이른바 ‘빅 블러’(Big Blur·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현상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