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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최대 상승 물가…올해도 오름세 계속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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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호 01면

주부 심모(42)씨는 최근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딸기 500g 한 팩이 1만3000~1만5000원이었다. 심씨는 “가격표를 잘 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며 “이렇게 비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물가가 올랐다고 하더니 정말 안 오른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1일 딸기 100g은 2667원으로 1년 전보다 51.1% 올랐다. 또 다른 겨울 대표 과일 감귤은 10개에 2895원으로 같은 기간 13.4% 상승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5% 올랐다. 4% 상승률을 기록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상승률 전망치(2.4%)보다 0.1% 포인트 높다. 물가 상승세가 정부 예상보다 거셌다는 얘기다. 농산물을 비롯해 의류·주택·교통·문화·교육·숙박 등 말 그대로 안 오른 게 없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한 품목의 상승 폭이 컸다. 신선식품은 6.2%, 농·축·수산물은 8.7% 상승했다. 달걀은 전년보다 41.3% 올랐고, 파(38.4%)·고춧가루(19.1%)·사과(18.5%) 가격도 많이 올랐다.

석유류(15.2%) 가격은 2008년(1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휘발유가 14.8%, 경유는 16.4% 상승했다. 석유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전체 공업제품 가격도 전년 대비 2.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에 그치는 등 그동안 0%대의 낮은 수준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국제유가·식량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물가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물가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만 정부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 등은 하반기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적었다. ‘일시적이니 너무 염려치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물가는 이후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고물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오미크론 변수에 4월부터는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른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도 9~16% 오른다.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탄소 배출 제로) 노력 역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외 요인도 여전히 불안하다. 국제유가·곡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 현상도 해소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며 올해에도 2.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완화된다고 해도 시차가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조만간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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