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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이 추모했다…2년 전 코로나 처음 알린 中의사 리원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공론화하고 끝내 코로나19로 숨진 의사 고(故) 리원량(李文亮)을 향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은 리원량이 코로나19를 세상에 알린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다.

작년 2월 7일 우한중심병원에 코로나19를 세상에 처음 알린 의사 리원량의 죽음을 기리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작년 2월 7일 우한중심병원에 코로나19를 세상에 처음 알린 의사 리원량의 죽음을 기리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리원량의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는 100만 개 이상의 댓글이 줄이어 올라왔다. 네티즌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리 박사님"이라는 인사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빨리 전염병이 과거의 일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소망을 드러냈다.

우한중심병원(武漢市中心醫院) 안과 의사였던 리원량은 지난 2019년 12월 30일 의대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우리 병원에서 7명이 사스(SARS)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경고 글을 올렸다. 당초 당국은 그를 '허위정보 유포'란 죄명으로 체포해 처벌하고, '전염병에 대한 허위진술을 게재했으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내용의 '훈계서'를 받았다.

하지만 이 글은 온라인에서 점차 확산했고 코로나19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사스와 유사한 호흡기 질환이 유행 중이란 사실을 감춰왔던 당국은 리원량의 글을 계기로 대중 앞에 그 사실을 공개해야만 했다.

2월 7일 코로나19로 인해 숨을 거둔 의사 리원량의 생전 모습. [AFP=연합뉴스]

2월 7일 코로나19로 인해 숨을 거둔 의사 리원량의 생전 모습. [AFP=연합뉴스]

당국에서 풀려난 리원량은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20년 2월 7일 그는 34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 중국 언론 카이신(財新)과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회에는 한 가지 이상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원량의 경고와 죽음을 계기로 중국의 코로나 초기 대응과 투명성 결여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당국은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해 4월 리원량에 대한 처벌을 취소하고 그를 '열사'로 추서했다.

코로나19를 세상이 처음 알린 의사 리원량의 웨이보에 그를 추모하는 댓글이 달려 있다. [리원량 웨이보 캡쳐]

코로나19를 세상이 처음 알린 의사 리원량의 웨이보에 그를 추모하는 댓글이 달려 있다. [리원량 웨이보 캡쳐]

SCMP는 웨이보에서 리원량 추모 물결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억압적인 온라인 환경에서 웨이보가 중국 네티즌의 감정 표현 창구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한 네티즌은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즐겁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우린 어찌 됐든 살아가야 한다"며 "서로 함께 대화할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팡커청(方可成) 홍콩 중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 대중 담론이 위축된 오늘날 중국에서는 익명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리원량을 추모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리원량의 웨이보) 댓글 대다수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방 언론은 그의 죽음을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용해왔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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