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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리석은 잔혹함…'절대 무기의 탄생' 다룬 그래픽노블

중앙일보

입력

원자폭탄

원자폭탄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 하나가 세계의 역사를 바꿨다. '리틀 보이'라는 귀여운 명칭의 이 폭탄은 섭씨 3000도의 열기를 내뿜으며 주변 7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폭탄 안에 들어있던 64㎏의 우라늄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종식됐지만, 그 상처는 만만치 않았다. 엄청난 규모의 사망자 뿐 아니라 생존자들도 비참한 후유증을 겪게 됐으며, 세계는 대규모 살상이 가능한 무기의 공포에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원자폭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무서운 위력을 보여준 무기의 탄생을 다룬 그래픽노블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미국, 일본을 숨가쁘게 오가며 원자폭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촘촘하게 엮었다. 전쟁 와중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원자폭탄의 제작을 건의하고 제작한 것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과학자들이었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목도한 이들은 전율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 원자폭탄 개발 계획(맨해튼 프로젝트)을 건의한 레오 실라르드는 일본 투하를 반대했고,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심 인사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제작과 전쟁 관련 연구를 거부하다가 전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들을 중심으로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사명감과 애국심, 그리고 인류애와 학문적 양심, 자책 등 당시 과학자들이 당면했던 복잡한 감정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감 높게 펼쳐진다.

또 한축에는 무익한 전쟁에 동원됐다가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된 일본인들의 참상도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이를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건조한 흑백으로 덤덤하게 풀어냈다. 감정적 절제가 오히려 인간의 비합리성과 전쟁의 비극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림 한 장, 한 장이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4년에 걸쳐 3명의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한 이 작품은 꼼꼼한 취재도 돋보인다. 주요 국가를 무대로 원자폭탄을 만들기까지의 배경과 결정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확실히 어리석은 판단투성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과연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게 된다. 지구 온난화, 코로나19 등 각종 위험신호가 뒤엉킨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고민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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