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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최고 물가 상승률…올해 2.5%, 내년에도 고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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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2.5% 올랐다.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축수산물, 석유류, 서비스 가격 등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한 품목의 상승 폭이 컸다.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까지 함께 올라 서민의 부담이 커진 한해였다.

통계청은 31일 올해 소비자물가지수가 102.50(지난해 100 기준)으로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물가 상승률이 4.0%를 기록했던 2011년 이후 최고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에 그치는 등 0%대의 낮은 수준을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국제유가·식량 가격 등이 급등하며 국내 물가를 끌어올렸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전·월세가 덩달아 올랐고, 온 정부가 매달려 낮추려 했던 달걀 가격도 여전히 잡지 못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4분기에 들어서는 월간 상승률이 3%를 훌쩍 넘겨 고물가 상황이 지속했다. 지난해 10월 여당과 정부가 ‘통신비 2만원’을 선별 지원했던 탓에 올해 10월 물가 상승률이 근 10년 만에 3%대에 재진입했고, 이 기저효과가 사라진 11월과 12월에도 고물가는 여전했다.

정부는 앞서 올해 물가가 2.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이달부터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면서 신(新)지수 물가 상승률이 0.1%포인트가량 상향 조정된 점을 고려하면, 구(舊)지수 기준 올해 상승률은 정부 전망과 같은 2.4% 수준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올해는 특히 먹거리 가격과 기름값이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8.7% 올라 2011년(9.2%)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달걀은 지난해보다 41.3% 비쌌고, 파(38.4%)·고춧가루(19.1%)·사과(18.5%) 등의 가격도 높았다.

2021년 품목별 소비자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품목별 소비자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석유류(15.2%) 가격이 2008년(1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휘발유가 14.8%, 경유는 16.4% 상승했다. 석유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전체 공업제품 가격도 전년 대비 2.3% 올랐다.

집세는 2017년 1.6% 상승한 이래 비교적 작은 폭으로 등락을 이어오다가 올해 연간 1.4% 상승했다. 전세가 1.9%, 월세는 0.7% 올랐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가 2.2%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국제유가·곡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이 여전하지만 하반기에는 점점 안정화하는 이른바 ‘상고하저’의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완화된다고 해도 시차가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높은 오름세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1년 소비자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소비자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올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며 전 세계가 한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겪었던 한해”라며 “3.5%로 예상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계청이 이날 함께 발표한 올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11월(3.8%)보다는 오름세가 둔화했는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석유류(24.6%) 가격이 지난달(35.5%)보다 덜 올랐다.

물가 대응 과정에서 금리도 덩달아 오르며 서민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51%로 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5.16%로 5%대를 넘어섰다.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은행의 우대금리 등이 축소된 영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그간 높아진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상호작용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며 “대출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당분간 유지하되, 코로나 이후 상황을 대비한 중장기 개선방안도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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