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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직전에야 알았다, 호주 환자들이 땅치고 후회한 5가지 [더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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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02)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물러날 때가 되면 지난날을 회고하며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 바로 퇴임사다. 비교적 큰 기관에서는 별도로 퇴임식을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가까이 지냈던 동료 몇몇이 모여 송별연을 갖는다. 취임할 때 이러저러한 일을 기획했는데 마무리를 잘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고, 반면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같이 일했던 사람에게 감사하기도 한다. 한편 본인으로 말미암아 어려움을 겪었던 직원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해온 것은 전국 법원 직원에게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한 점입니다, 나는 모든 사법 종사자에게 굶어 죽는 것은 영광이며 또 그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명예롭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선생이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당시에는 먹고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부정부패의 유혹을 염려하여 당부한 것이다.

은퇴하면 일에서 손을 놓는다고 생각하는데 일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은퇴하더라도 일이 필요하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개념이 아니라 내면의 자아를 실현하는 행위다. [사진 pixabay]

은퇴하면 일에서 손을 놓는다고 생각하는데 일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은퇴하더라도 일이 필요하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개념이 아니라 내면의 자아를 실현하는 행위다. [사진 pixabay]

그는 추운 겨울에도 대법원장실에서 두꺼운 이불을 몸에 두르고 판결문을 썼으며, 가까운 사이라도 재판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매몰차게 내쫓았다. 박봉에 시달리던 시골 판사가 사표를 내자 “나도 죽을 먹으며 산다. 함께 참고 고생해 보자”고 만류했다. 오래전 사법연수원생들을 상대로 가장 존경하는 법관이 누구인가 설문 조사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김병로 대법원장을 뽑았다. 그가 당부한 법관의 자세가 후배들에게도 전해지나 보다.

“도전하는 것이 인생이다. 여러분도 일을 계속하라. 인간은 일을 포기하면 죽고 만다.” 자동차·오토바이 제조 회사 스즈키를 40년 이상 이끌어 온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91세로 물러나며 직원들에게 당부한 퇴임사다. 그가 강조한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는 인생이었다. 흔히 은퇴하면 일에서 손을 놓는다고 생각하는데 일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은퇴하더라도 일이 필요하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개념이 아니라 내면의 자아를 실현하는 행위다.

반면 영국 중앙은행의 머빈 킹 총재는 퇴임을 앞두고 “그동안 너무 일과 연구에만 매달려 사생활을 희생한 데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제나 직장 일이 최우선이었다. 그것이 어쩌면 실수였던 것 같다”고 한다. 머빈 킹 총재는 “베토벤의 교향곡 7번 A장조를 들을 때면 춤을 추고 싶어진다. 은퇴 후에는 춤을 제대로 배우겠다”고 아내와 약속했다.

일이 먼저냐, 아니면 사생활이 먼저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가치관의 차이다. 그러므로 어느 사람이 자기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이렇게 직장을 떠난 사람에게는 인생 2막이라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직장에서 떠날 때 퇴임사를 했던 것과 같이 나중에 인생을 마무리할 때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남아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소회를 밝힌다. 호주의 한 간호사가 호스피스센터에 입원해있는 임종 환자의 얘기를 들어봤더니 그들이 당부하는 것은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로 요약되었다.

남은 생은 어떻게 살아야 후회를 줄일 수 있을까.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 가를 생각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남은 생은 어떻게 살아야 후회를 줄일 수 있을까.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 가를 생각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첫째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임종 직전에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들은 남은 사람들에게 그런 삶을 살지 말라고 당부한다. 둘째 너무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 특히 배우자와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머빈 킹 총재의 후회와도 흡사하다. 셋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느라 자신의 속내를 털어내지 못하고 마음고생을 했다는 후회다. 넷째 친구들과의 우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다가오는 죽음을 생각하며 친구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는데, 그때는 친구의 행방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한탄이다. 다섯째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좀 더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그때 그걸 해야 했는데 하며 이처럼 후회한다.

우리도 이들이 알려준 바를 실천하지 않으면 같은 후회를 반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생은 어떻게 살아야 후회를 줄일 수 있을까.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 가를 생각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나를 위한 추모사를 한번 써보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끝에서부터 생각해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가족과 지인들이 나중에 나를 어떻게 추억할지 그려보든가, 당신의 묘 앞에서 목사나 친구가 뭐라고 말할지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작성해본다. 그리고 그 일이 실현 가능할지, 어려울지도 검토한다. 너무 쉬운 일을 택하면 이룰 수는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영국의 현대 조각가 헨리 무어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칠 만한 일을 찾는 것이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중요한 점은 당신이 이루지 못할 만한 힘든 일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일도 막상 시작해보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만약에 이루지 못하더라도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인들의 뇌리에는 당신이 시도했던 일이 분명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못한 일의 마무리를 뒤에 올 누군가가 이어서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완성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우리 인류가 석기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일이 수만 번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은퇴한 사람에게 주어진 인생 2막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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